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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Oct 22. 2024

DAY 3

프로와 아마추어들


새로운 환경에 놓인 지 단 삼일 만에 나는 나 자신의 에고와 마주하게 됐다.



대학생 시절, 호주에서 돌아와 마음이 힘들어 헤매고 있을 때 마음 수련 캠프라는 프로그램에 한 주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그 짧은 한 주가 마치 한 달처럼 느껴졌는데, 그때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다름 아닌 같은 지역이라 묶여있던 동생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중 방학 동안 한국에 들어와 수련에 참가하게 된 거였다. 예쁜 건 둘째치고 그녀는 슬랭 같은 짧은 영어를 자주 공기 중에 흩뿌리곤 했다. 어떻게 미국까지 가게 됐고, 어떤 점들이 색달랐고 재밌었다 하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눴다면 난 깊은 그녀를 좋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괜히 투정하듯이 내뱉는 자랑과 짧은 추임새 영어는 그녀를 좋아하기보단 성가시게 만들었다. 내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이가 아니라면 안 보면 그만인데, 캠프는 혹독 하게도 지역 그룹 별로 한 방에서 다 함께 지내는 체제였다. 수련실에서도 나란히 앉아 다 함께 이동하고, 밥도 함께 먹어야 해서 우린 내내 함께일 수밖에 없었다. 애석하게도, 캠프에 도착한 대로 일찍이 서로를 알아보고 자연스럽게 한 무리가 된 세 명의 대학생 여자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나였고 또 그녀였던 것이다.


친언니가 캠프에서 한 달 정도를 보내다 왔고 덕분에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다며 추천해 준 곳이었기에, 나 역시 캠프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해도 그룹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고대로 함께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난 마침내 눈물을 흘리며 지도자 분께 힘들다고 털어놓았고, 그때 그녀가 말했다. 밭일을 하는 여인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나 자신이 가진 커다란 보석을 휘두르며 마구 자랑을 해요. 여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부러움에 마구 요동 쳤을까요? 아니죠. 밭일하는 그녀들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란 중요하지 않아요. 아마, 저게 뭐꼬? 하고는 다시 본인들의 일로 돌아갔을 거예요. 무언가 거슬린다면, 그땐 자기 자신을 한번 돌아봐요. 왜 나의 마음이 그렇게 요동치고 있는 건지. 그들이 자신의 경험과 가진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나의 마음은 왜 그렇게 불편한 건지. 그때 난 비로소 눈물을 멈췄고, 다른 소그룹으로 이동해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로 했다. 혼자서만 다른 그룹으로 옮겨 가 기존 룸메들과 껄끄러워진 바람에 결국엔 퇴소하게 됐지만.


하루 늦게 나타나 지도자 과정에 조인하게 된 그녀는 나의 어딘가를 건드린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편한 건지 조용히 물으며 난 나 자신과 마주했다. 그러자 뜬금없이 그날 밤 꿈에서 한 친구가 나타났다. 전학과 동시에 들어가게 된 집 앞 학교에서 만난, 내가 많이 좋아했던 한때 나의 단짝 친구. 누구보다 정갈하게 교복을 입고서, 교실로 쏟아지는 햇살 속에 마치 레모나의 광고 모델처럼 웃고 있던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을 난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꿈 속에 그녀는 그날처럼 가지런하고 특유의 세련미가 풍기는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찌르고 있는 것이 부러운 것에 대한 나의 시기심이라면, 나는 그녀를 보는 매 순간 아파야 했을 거다. 하지만 그 친구와 나는 단짝이 되었지 그녀를 미워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다이아몬드를 낀 여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닿는다. 아마추어들은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들지만 프로들은 사람들을 당긴다. 아마추어들은 안 보면 그만이라, 그들은 자연스레 오래 머물 자리가 없을거다. 우리는 프로가 되는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하여 향기로운 다른 프로들이 곁에 와 머물고 함께 노래할 수 있게. 나를 아프게 울려온 건 아마도 아마추어들이 보내온 시끄러운 신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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