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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드 Nov 17. 2019

나는 연습한다,고로 나아진다

느리게 체득하는 앎이 주는 묘미

 헬스장 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본다. 운동을 하다 쉴 때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저 사람은 복근의 힘이 약해서 스쿼트 할 때 상체를 세우지 못하네’ ‘등 운동을 하고 있지만 승모근 하부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군.’ ‘어깨가 굽어서 상체 자세를 제대로 못 잡고 있네’ ‘삼두운동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팔만 흔들고 있구나.’ 몸을 움직이는 것과 운동하는 것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몰라서 때로는 알아도 잘 안돼서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운동할 때는 습관과 자세가 중요하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된 자세로 운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해서 필요한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고 손쉬운 근육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이를 교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등 근육 운동을 할 경우 팔을 이용하기 때문에, 잘못 운동하면 정작 사용해야할 등 가운데 부분이 아니라 손쉽게 쓸 수 있는 팔이나 어깨, 승모근 상부만 운동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발달된 근육이 먼저 쉽게 쓰이기 때문에 등 근육 사용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나도 마음먹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집중해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당기고 굳어진 근육 때문에 제대로 운동하기가 어려운 날이 많았다. 재활 치료를 받은 날은 좀 나았지만, 치료 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근육이 굳어지고 자세가 흐트러졌다. 특히 여러 번 수술 받은 턱과 그 주변의 목과 어깨와 등 근육은 특히 뻣뻣했다. 갈비뼈 사이사이에 근육과 근막이 굳어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통증이 느껴졌다. 갑자기 골반이 아프거나 무릎과 발목의 관절이 아프기도 했다. 준비운동을 충분히 안하고 운동하다가 뼈에 유착된 근육과 근막이 찢어져서 운동을 하다 말고 돌아온 날도 있었다. 운동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면서 동시에 내 몸이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 확인시켜주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은 새로운 훈련이 필요한 일이었다. 개인 PT를 받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몸을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특별하게 이상한 내 몸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기도 힘들었다. 고민하다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 수영 선수였고, 중·고등학교 때는 반 대항 체육대회 육상선수와 배구선수를 하기도 했다. 어릴 적엔 고무줄놀이 만만세에도 물구나무로 휘리릭 가뿐하게 넘던 불사조였다. 피구 경기에서도 끝까지 혼자 남아 날아오는 공을 받아내며 우리 팀을 구했었다. 나는 원래 운동을 즐겨하던 사람이었다. ‘그래, 내가 직접 몸에 대해, 운동에 대해 공부하자’     


 해부학 공부부터 시작했다. 근막이완 테크닉 강의도 찾아 들었다. 주말엔 헬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들 사이에서 유일한 일반인으로 재활운동 실습강의에 참여했다. 등이나 가슴 운동을 하려고 하면 왜 자꾸 어깨와 목이 아픈지 알게 되었다. 승모근이 어디서부터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아보고, 통증을 줄이고 자세를 바로 잡으려면 어느 근육을 풀고 운동해야 하는지 내 몸으로 이리저리 시험해보았다. 매일 운동 가기 전에 두 시간씩 준비운동을 하고 운동 후에도 집에 돌아와 두 시간씩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했다. 몸이 조금씩 나아졌다. 자세가 좋아지자 몸을 조금씩 쓸 수 있게 되었다. 내 몸에 대한 감각이 살아나자, 이제 누군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제대로 운동하고 있는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잠에서 깰 때였다. 잠을 자는 동안 몸이 굳어서 통증 때문에 깨는 날이 대부분이다. 이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하루를 어떻게 지낼까 하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근육이 제일 굳었는지 살핀 후, ‘그럼 오늘은 무슨 운동이 필요한가.’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통합해서 나한테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짜고 있으면 무겁던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갈비뼈가 위로 들렸어요,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그럴 수 있어요.” 새로운 운동을 배우려고 발레핏을 시작했던 첫 날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그 무렵 갈비뼈가 계속 벌어져서 고민 중이었기에 선생님의 이야기는 내게 반가운 소리였다. 왜 그런지 알면 나아질 수 있을 테니까. 수술 후 몸이 굳으면서 턱과 목과 어깨 등 그리고 갈비뼈 사이까지 근육이 다 굳어서 얕은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누워 지내던 어느 날, 옷을 입다가 갈비뼈의 모양이 변했다는 걸 알았다. 예전에 입던 티셔츠를 입었는데 살이 전보다 빠졌는데도 갈비뼈 아랫부분이 보기 싫게 튀어나와 있었다. 왼쪽이 더 굳어서인지 왼쪽 갈비뼈가 오른쪽 보다 더 벌어져 있었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서 갈비뼈의 모양이 변할 수 있다니!     


 해부학을 공부하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횡격막은 몸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코어 근육 중 하나이다. 횡격막이 갈비뼈 아래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횡격막을 움직여서 호흡하지 못하면 그 근육이 느슨해지면서 갈비뼈가 벌어진다. 몇 달 동안 꾸준히 호흡을 연습하니 갈비뼈가 조금씩 모아졌다. 숨을 쉬는 습관이 뼈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매일의 모든 움직임이 내 몸과 자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숨 쉬는 것 까지도 모두 다. 아무 운동도 안하는 사람이 ‘숨쉬기 운동만 해요’라는 농담은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 숨을 제대로 쉬기 위해서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것이 우리 몸이기 때문이다.    


 매일 운동을 하고 틈틈이 이론 공부도 하지만 운동은 여전히 쉽지 않다. 갑자기 많이 아픈 날은 온 몸이 물에 젖은 나무토막 같다. 며칠을 쉬기라도 하면 다시 감각을 찾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운동이 잘되는 날에도 몸은 여전히 새롭다. 잘 알고 있었던 운동에서 새로운 자극을 발견하는 날에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운동을 통해, 단번에 깨달아지는 앎이 아니라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하며 느리게 체득하는 앎이 주는 묘미를 즐긴다. 그 움직임들이 쌓여 몸도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운동은 내게 몸과 마음이 바른 자세를 취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의 부족한 몸을 애써 끌어안는 포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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