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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May 27. 2021

발인을 아침 일찍 하는 이유

가족장을 처음 해보는 며느리가 시아버지께 드리는 감사

3일장 둘째 날 밤 11시쯤, 

이제 오실 손님은 다 오셨기에 부의금을 동서와 엑셀 작업하는데


다음날 발인이 8시 반인데 6시 반에 아침식사를 해야 하니 대충 마무리하고 일찍 자란 말에

그렇게나 일찍? 의아했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큰돈을 계산하는 데다 소중한 걸음 해주신 문상객들 정리를  대충 할 수 없기에

꼼꼼히 교차 확인하고.

시누까지 셋이서 맥주 한 잔 하고

새벽 4시 즈음 졸고 있으려니


빈소는 발인이 7시라 그때부터 사람들이 부산했더랬다.

아이들도 느낌이 이상했는지 5시부터 스스로 잠이 깨고, 오전 6시에 식당일 봐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정산도 하고 남은 음식도 정리한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8시부터 제사를 지냈다.


시아버님이 어찌나 잘 사셨는지

가족들과 운구해주려 남은 신랑 친구들, 시동생 친구들 외에도

발인을 지켜보려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시아버지 친구분들 혹은 그보다 나이가 많은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들이 진심으로 애통해해 주시는 모습은 또 다른 슬픔이었다.


8시 반에 관을 버스에 싣고, 근처 화장터로 이동해서,

유골함에 옮겨지길 기다리니 12시가 되어있었고, '잔디장'으로 장사를 지내니 1시.

다시 장례식장으로 위패와 영정사진만 들고 와서 각자 차로 옮겨 타

초제와 49재까지 지내줄 절로 이동.

절에서 스님이 염불을 외며 간단한 제사를 끝내고 나니 3시가 다 되어가고.

근처에서 간단히 국밥 먹고,

원래는 시댁에 가서 남은 음식이며 일회용품 나누는 등 정리를 하기로 했었는데 

애들이 자서 난 집으로 오고, 샤워하고 나오니 저녁 5시가 다 되어갔다.


늘 장례식장 가면 돈 내고 밥만 먹고 나오고,

발인 지켜봤던 장례도 발인제에 가서 꽃만 갖다 놓고 장지까지 갔었던 때에도 여자라서 운구까지 안 해봐 정확히 몰랐는데

가족장을 치러보니 장례절차가 이토록이나 길고 험난한 일이구나,

인생 경험을 하게 되니 배운 게 많다.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저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님 가르침대로

늘 겸손하게.

성실하게.

노력하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알고 하늘이 알아주니 서러워하지 않고 부지런히.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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