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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Jun 01. 2021

산 사람은 살아가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삶도 죽음도 돈이란 것에 메여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시아버지는 경제관념이 조금... 뭐랄까... 무너져있는 사람이었다. 


스무 살에 현재의 우체국의 전신인 체신부 금융담당을 하면서 너무나 큰돈을 만지다 보니 작은 돈에 무뎌진 걸까 

아니면 사업을 한다는 형님 때문에 진 빚 때문에 그를 만회하려 '한방'을 노리다 보니 큰돈만 찾아서일까


여하튼 아버님 폰을 보니 카드론과 각 금융권으로부터의 이자 연체 독촉 문자와

시아버지가 관리하시던 산과 건물 주인으로부터 빌려간 돈은 보증금에서 깎고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아야 했고, 

사무실 정리를 하다 보니 요구르트 아줌마가 찾아와 시아버지께서 드시고 정산 안 한 13개의 음료값을 받으러 온 것부터 

시아버지 사시던 아파트 6층 아줌마가 개인적으로 꿔준 돈을 받으러 오는 등 

온갖 빚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시아버지뿐만 아니라 원래 사람이 죽으면 

돈 준다는 사람은 하나 없어도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은 줄 선다는 옛말이 있긴 했어도 

막상 내가 실제 겪어보니 

장례식 때의 감성적인 애도는 아주 오랜 옛일처럼 느껴지고 

현실은 한정상속에 관한 서류를 떼는 일과 

시아버지 사무실을 치우는 폐기물 처리 비용과 

인터넷 폰 티브이 등등을 해지하며 또 드는 비용 등

고인의 삶에 대한 정리 또한 돈이었다. 


돈...

너무 자주 말하면 천박해 보이는 듯해서 조심스러우나

살아있을 때도 죽어서도 이토록이나 사람을 옭아맬 수 있는 것이 있나 싶다. 


그래도 신랑은 주말에 골프 약속을 잡고, 

나도 오늘 날씨가 좋아 지인들과 커피숍에서 약속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갔다 오고 친구들과 논다. 

산 사람은 이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시아버지께서 받을 돈이 있다 해도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산 사람의 말만으로 돈은 인출되고 입금된다.


예전에는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란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죽은 사람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땅에 묻히면 그만이지만

산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고, 돈을 벌고, 자신이 먹고 살 걱정을 하며 노력해야 하니 

산 사람이 더 고생이지 않을까? 했는데


시아버지께서 살아계신다면 이젠 좋은 거 먹으러 다니고, 코로나 시국 끝나면 좋은 데로 놀러 다니시고, 손주들 커가는 모습 지켜보며 축하할 일도 많을 텐데 싶으니

진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란 말이 이해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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