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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Nov 01. 2019

이 남자 진작 만나볼 걸 그랬다.

(연애실패소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10



주말에 우리는 잠실역에서 만났다. 


기석은 응원에 필요한 막대풍선를 챙기고, 치킨을 샀다. 서울 출신인 그가 응원하는 팀은 LG였다. 우리는 LG 외야석에 앉았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팽팽하게 점수를 주고 받다보니 경기는 9시가 넘어서도 끝이 나지 않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눈매가 선한 기석은 웃으면 눈꼬리가 쓱 내려간다. 외모처럼 부드러울 줄 알았던 녀석의 성격은 생각보다 시원시원했다. 평소 보기답지않게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는 기석의 모습을 보니 웃음도 나기도 하고 나름의 매력도 느껴졌다.



안타 날려라 LG 조인성~ 조인성~ 오오오오 오오오오 안타! 슈퍼소닉 박용택! 오오 오오오오~ 오오 오오오오~ 무적 L! G! 박경수! 안타 박경수! (안타!) 날려라 날려라 김태군! LG 박병호~(박병호~) 날려버려 날려버려 이병규~ LG의 손인호~ 안타 손인호~ 날려라 날려 이택근! 워우워~ 예~ 무적LG~ 이진영~ 오~ LG 정성훈! 안타 날려라 LG 이대형 안타! 오오오오지환입니다! 안타 날라갑니다! 준비 됐습니까!                              

      

팽팽하던 경기는 나의 예언대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내 예언이 적중하자, 기석은 신기한 듯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당장이라도 나를 얼싸안을 기세였다. 기석의 표정에는 기쁨이 넘쳐났다.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도 기석은 승리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여기에 내려주면 돼."

"잘 가라. 다음에 또 보자."



이 남자 진작 만나볼 걸 그랬다. 예전에 썸을 타던 시절, 친구들이 적극 추천하며 성실해서 벌써 1억이나 모았다느니, 부모님이 잖으시고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느니 하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생김새와 다르게 꽤 밝힌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이런 걸 반전의 매력이라고 하나? 그와의 섹스는 어떤 기분일까. 좋아한다고 하니까 스킬도 좋으려나? 스킬이 좋은 사람과의 섹스는 어떤 기분일까. 


'잠깐! 기석은 여자친구가 있다. 내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골키퍼가 있으면 바로 마음을 접는 내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날 밤 나는 기석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드는 설레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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