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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Nov 01. 2019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연애실패소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6




마땅히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의 나는 그의 기계적인 키스에도 결국은 그와 몸을 나누었다. 그는 침대 옆 협탁에서 콘돔을 꺼냈다. 그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부끄러움이 아닌 어색한 감정을 가지고,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인 상태로 그와 섹스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씻었다. 편치 않은 나의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그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하지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뭐가?"

"표정이. 표정이 좋지 않아. 왜? 집에 콘돔이 있어서? 그게 찜찜해?"

"아니, 성인 남자 집에 콘돔이 있는 게 뭐 어때서..."

"근데 왜 그래?"

"나도 잘 모르겠어. 음... 나... 집에 갈래."


그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랫도리를 챙겨 입었다. 계속해서 내 기분을 살피며 역으로 가는 내내 나를 웃기려 들었다.


"나 지금  노팬티다. 엄청 홀가분하고 시원해."


나는 입꼬리 한쪽을 들어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철에 몸을 실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내일은 그가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오기로 한날이다. 그런데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든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화장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이 영 꼴보기 싫다. 그래도 그가 오기로 했으니 씻고 집정리도 해야한다. 몇 시쯤 오려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아직 자나. 이따가 다시 걸어야지 생각하며 청소기를 돌렸다. 청소를 마치고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아직 그는 카톡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도 없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화를 걸었다.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도록 받지 않았다.


기다려 보기로 했다. 별일 아닐거야. 설마 어제 그러고왔다고 자기도 삐져서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시계는 이미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을렸다.


"미안~ 지금까지 잤어."

"그랬구나. 난 또 뭔일있나 했네. 오늘 몇 시쯤 오려고? 벌써 두 신데."

"아... 그게, 사실 내가 컨디션이 좀 안 좋은거 같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어쩌지... 좀 더 쉬면 괜찮을 거 같은데 그럼 너무 늦겠지? 괜찮을까?"


거짓말이다. 


"그럼 그냥 쉬어. 다음에 오면 돼지 뭐..."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질 않는다. 불현듯, 전에 그가 오늘 오후 강남역에서 모임이 있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는 곧 강남역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6번 출구 앞에서 그가 약속시간이라던 때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그는 대답 대신 나에게 되물었다.


"너는 어딘데?"

"나? 말하고 싶지 않아. 너는 어디야?"

"나도 말 안할래."


팽팽한 신경전이 오고갔다. 끝내 그는 자신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버스 한대가 경적을 울렸고, 그 소리는 전화기를 대고 있던 내 귀와 그렇지 않은 반대쪽 귀에 동시에 전달되었다. 


우리는 같은 장소에 있었다.


확인 사살이 필요했다. 급히 친구 하나를 불렀다. 그의 사진을 보여주고 예정된 장소에 그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친구는 그 속으로  들어갔다. 


내 오해이기를. 하지만, 친구는 예상보다 빨리 그곳을 나왔다. 발견이 쉬웠다는 얘기가 된다.


"맞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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