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에는 바다가 보이는 야외수영장이 있어요.

글디오: <글로 보는 라디오> #3

by teaterrace



무더위가 우리의 밤을 습격했습니다. 거실에 머무는 동생네 가족도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고 잔 모양입니다. 축축한 얼굴로 일어나니 모두 지친 기색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본격적인 제주에서의 첫 일정인걸요. 머무는 5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스타트가 중요합니다. 얼른 식사를 하고 출발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셋이니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남편이 아침 운동을 다녀오면서 콩나물 국밥을 사 왔어요. 아침 손님상 대접에 제격인 메뉴이죠. 아이들용으로는 블럭을 풀어 미소된장국을 준비합니다. 저는 훌륭한 주부는 되지 못하거든요. 계란 프라이와 엄마가 싸주신 마른반찬을 꺼냅니다. 시장했는지 찬은 없어도 모두 호로록 먹어주네요.


어디를 갈지 의논을 해봅니다. 바다를 갈까, 야외수영장을 갈까. 언제 가도 관계는 없지만,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좋습니다. 우선은 어제 아이와 둘이 갔던 용천수 수영장에 데리고 갑니다. 꼬마 손님들이 어려서 조금은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야외수영장을 가기로 합니다.

포구에 있어서 바다와 면해있어요. 인피니티풀과 같은 기분을 낼 수 있어요. 어린아이부터 초등생들까지 고루 즐길 수 있도록 물의 깊이도 다양한 풀이 준비되어 있어요. 그런데, 작년에 비해 입장료가 많이 불어났군요. 듣자 하니 작년에 많이 손해를 봤다고 하시네요.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거라 영리 목적은 아니지만 최소한 손해는 없어야지요.


입장을 하고 보니 작년에 재미있게 놀았던 깊이 있는 풀은 개방이 안된다고 하시네요. 장애인단체에서 방문할 예정이라 전세 예약을 하셨나 봐요. 미리 고지해주셨다면 좋았을 것을, 상승된 입장료에 뭔가 손해를 보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래도 아이들은 신이 났어요. 물이니까요.


에어바운스 미끄럼틀에서 전세 낸 듯 놀아봅니다. 아직 제주는 방학 전인 것 같아요. 물 깊이가 낮아서 더 따뜻합니다. 꼬마들이 놀기에는 좋은데 땡볕에 어른들은 등이 타들어 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엄마에게만 껌처럼 붙어있던 막내도 이제 물의 재미를 느꼈는지 제 엄마 손을 뿌리칩니다. 조금 더 큰 두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새로 산 돌고래 튜브에 타서 균형을 잡아보기도 하고, 코를 쥐고 잠수도 시도해봅니다. 동생들과 함께 노니 엄마를 덜 찾아 좋네요.



한참 놀이를 하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짐을 정리하다가 이곳에서 파는 간식들로 배를 채우고 더 놀기로 결정합니다. 이곳은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한 곳이에요. 미리 준비를 하면 될 것을 생각하지 못했네요. 핫도그 2개가 입장료와 맞먹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배가 고픈걸요.


식사를 하고 나니 장애인 단체에서 몸풀기를 마치고 우리 쪽 풀장으로 넘어옵니다. 아까 못 들어갔던 깊은 풀에 몸을 담글 기회가 온 것입니다. 역시! 훨씬 시원하고 좋네요. 어른들도 몸을 띄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바다가 바로 눈 앞에서 보입니다. 파란색 풀과 바다의 빛깔이 조화롭습니다.



놀다 보니 마감시간이 가까워오네요. 비록 입장료는 상승했지만 5시간 물놀이를 했으니 하나도 아깝지 않지요. 깊은 풀도 결국엔 이용할 수 있었고요. 성공적인 하루입니다.


수영으로 다이어트가 불가하다는 말은 수영이 힘이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물속에서의 활동 자체가 물밖에서의 활동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커서 무언가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도 배가 무척 고프고요. 어제 갔던 돈가스집으로 향합니다. 노을 바닷가 돈가스를 모두 게눈 감추듯 먹었답니다.



내일은 아이의 생일입니다. 여름인 데다 방학 중이라 늘 엄마 아빠의 축하밖에 받질 못했는데, 이번엔 삼촌네 식구들도 합세하여 축하해주니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상을 차리기 위해 마트로 갑니다. 세 아이와 장을 보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모두 요구사항이 다르니까요. 반찬거리를 사고, 과일을 사고, 아이들 과자도 삽니다. 올케는 아침 차리기 힘들지 말라고 컵밥도 잔뜩 사네요. 저 역시 거부하지 않습니다. 아침상은 어려우니까요.


어르신 손님들이 방문하면 아침식사가 제일 걱정입니다. 어른들은 아침은 꼭 드셔야 하잖아요. 하지만, 젊은 손님들이라면 간단히 때워도 잇츠 오케이. 어린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도 매일 대충 때웠는걸요.



남편은 퇴근 후 동료들과 한치잡이를 갔습니다. 승선료 5만 원을 내면 잡은 한치를 모두 가져올 수 있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부터 한치는 자기가 잡을 테니 살 필요 없다고 큰소리쳤는데 과연 얼마나 잡아올까요. 사실 뱃값도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한치는 특히 물 온도에 민감하다고 하는데요, 동네 아저씨 왈, 올해 유독 바닷물이 따뜻해서 잘 안 잡힌데요. 그래도 뭐 낚싯배에 타보는 재미이죠. 하지만, 남편에게는 뱃값은 건져오라고 당부했지요. 한치회를 기대하고 있으라고 해놓고 분명 여러 변명을 할 겁니다.

아이들을 모두 씻기고 재우니 그제야 남편이 들어옵니다. 겨우 6마리를 잡았다면서 배에 탄 모두가 유독 안 잡히는 날이라고 했다네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 돈으로 한치를 샀으면 몇 키로는 받았겠지만 더 놀렸다가는 진심으로 토라질 수도 있으므로 이 정도에서 그만둡니다.


어쨌든 남편 말대로 내일 아침 미역국은 한치로 끓일 정도는 되는 듯해요. 갓 잡은 해산물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제주살이의 장점 아니겠어요. 복 많은 아이이지요?


두 가족이 함께 한 첫날은 괜찮게 흘러갑니다.



keyword
이전 03화여름, 더위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