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 살면서 기회만 되면 유럽의 다른 나라로 떠났다. 다른 나라를 갈 때는 사진도 정리하고 기록을 한다.
허나이스탄불에선 어느 순간부터 그렇지 않게 되었다. 이곳도 타향이건만 이제는 별 반 다르지 않은 일상에 그저 날씨배경판만 바뀐, 그런 날이었다.
해변이 없는 이스탄불의 바다 앞에서 검은빛이출렁이는 겨울의 오늘, 너무 춥다.
햇살이 나서면 화단에 두더지도 일어나고 고양이 네 마리가 아들의 걸음을 따라 걷는 이곳, 이스탄불. 이곳의 삶이 계속되면서 모든 것이 무덤덤해져 갔다. 매일가던 길을 걷고, 버스를 타고 그래도 줄곧그날의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아이들이 노는 사진, 다정한 이웃들과 커피를 나누는 사진, 아들이 놀이터에서 땅을 파는 사진, 택시를 불러 아이의 친구들과 함께 타고 집에 가는 사진, 세상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나와 너의 사진, 수줍게 카메라를 보며 서로를 향해 웃는 사진까지.
총 601장을 에미르간, 이곳에서 찍었다.
휴대폰 사진들을 바라본다. 혼자서 찍은 경치 사진도 가득한, 사람은 없고 고양이, 거북이, 까마귀, 비둘기, 다람쥐들이 있다. 그리고 601장의 사진 속의 나와 너, 그날의 우리는 날씨만큼 맑아 보였다.
금요일, 해가 뜨기 전에 어둠 속에 나간 그는 다시 어둑어둑해져서집에 들어섰다. 그는 우리 집의 마지막 순번으로 저녁밥을 먹는다.
"냠냠, 맛있게 먹어요."
남편의 밥을 차려주고 아들과 책을 읽고 있으니, 남편은 말한다.
"우리 나들이 갈래?"
집에서 제일 피곤할 사람이 나가자고 할 때, 두말없이 나서야 한다. '우리도 곧 떠날 텐데.'라는 그의 말에 불현듯 나서는 그런 밤, 아무 이유 없이 옷을 입고 이스탄불을 걸었다.
그렇게 우린밤나들이를 나섰다.
금요일밤, 어두운 도시를 반짝이는 조명을 벗어나 해안선을 따라 우리는 조금씩 더 위로 올라갔다. 사람과 차가 조금은 적어지는 그곳까지아무 목적 없이 바다를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한 바퀴를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멈춰 라테 한잔과 아들 몫의 케이크를 산다. 남편은 입맛에 맞지 않는 튀르키예 음식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그런 날이었다. 저기 멀리 열린 가게 문 사이로 보이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아주 진하게 푸르렀다.
나에게 따뜻한 라테 한 잔을 사주겠다며 남편은 차를 몰았고, 아들은 집에 가고 싶다며 투덜거렸다. 귀찮다는 아들을 차에 태워, 오늘이 아니면 못 만나는 여행지의 경치를 보는 것처럼 그렇게 바다를 따라 차를 몰았다. 저기 멀리 보스포루스 해협을 붉은빛으로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인다. 비가 톡톡 떨어진다.
차를 세워 횡단보도 가게 처마 아래에 누워있던 털이 복슬한 개를 바라보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는 가게로, 잠자는 녀석을 깨울까 조심조심 들어섰다. 아들은 금세 신이 났다. 환한 빛 아래로 튀르키예 디저트가 놓여있었다.
이스탄불의 밤, 남편을 따라나선 저녁 나들이. 아들은 엄마의 커피 한 잔을위해 케이크를입에 넣어 볼을 통통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