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터키가 아닌 '튀르키예'라 불러야 하는 이곳,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6시간 느린 이곳으로 오니 다시 아침이 주어졌다. 왠지 6시간을 다시 받은 느낌, 여행에서 돌아와 그날이 아직 쉬는 날이면 이 마음은 당연하다.
한국에선 이미 오후 12시 점심시간이었을 순간, 튀르키예에 온 순간 다시 일요일 아침 6시, 우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보따리장수 마냥 다시 일 년 치 가득 싸 온 한국 음식과 한국 물건을 차에 터질 듯 실은 채, 우린 집이 아닌 베벡으로 향했다.
서서히 떠오르는 해는 이제 다시 2년 차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이 미묘하게 우리를 감싸던 시간,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잔잔히 들려오는 에잔소리와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다시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그리곤 지훈이의 피부가 튀르키예 집 도착 바로 다음 날, 베벡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이 끝나자마자 바로 아들의 알레르기 반응 시작, 아, 한국 다시 가고 싶다는 소리가 다음날 바로 입 밖에 나왔지만 말이다. 알레르기 엄마의 현실은 가혹하다. 하지만 이스탄불 공항을 떠나 다시 우리 집으로 오는 길,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그 순간, 신랑의 한 마디면 우린 충분했다.
"지금 베벡 갈래?"
베벡(Bebek)은 그런 곳이다. 그렇게 우리는 집 근처 베벡으로,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오랜 비행과 이동시간에 지친듯한 처참한 몰골에도 우린 베벡에 갔다.
흔히 베벡(Bebek)을 한국 검색창에 검색하면, 백이면 백 튀어나오는 연관검색어는 '스타#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은 당연히 따라오는 말이다. 그러나 아마 막상 베벡 스타#스에 가보면, 세상에서 아름다운 거 별로 못 본 사람이 정했나 하는 심심한 실망이 올 것이다. 솔직히 이곳에 사는 사람으로선, 굳이이스탄불까지 와서 너는 스타#스를 가니라고 되묻고 싶다. 추천하고 싶은 카페나 디저트 가게가 너무 많고, 이 참깨 알레르기가 아주 심한 아들을 둔 어미로서 못 먹고 못 가는 곳이 너무 많아서 슬플 뿐. 튀르키예에 와서 스타#스에 가는 건, 특히 베벡에 와서 굳이 그곳에 가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스타#스 미안해요.)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은 이스탄불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니 생선요리가 저렴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튀르키예 물가 기준에선 비싼 고급 요리이다. 베벡에 해변가가 있고 모래사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항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큰 배가 다닐 수 있는, 막혀버린 보스포루스 해협을 벗어나 콜럼버스가 새로운 항로를 찾다 계획에 없던 아메리카 대륙을 찾게 된 계기를 만든 이스탄불, 이곳 이스탄불의 바다는 항구다. 모래놀이를 하고 싶다면 베벡 파키 모래 놀이터를 파야하는, 그렇다. 여기서도 육아다. 항구에서의 육아는 아름다운 요트와 다양한 선박들을 구경할 수 있는, 모래를 파는 아들 옆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육아를 하는 아, 이곳은 내가 사는 동네 근처 모래놀이를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맞다. 가족을 위한 공원이다.
만약 아이와 함께 베벡을 여행한다면, 스타#스 보다 베벡 공원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모래를 파고베벡 공원에서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커피 가게, 베이커리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베벡은 관광지 물가라서 솔직히 비싸다. 특히 주차가 힘들어서, 정말 베벡은 주차대행을 요청하다 보면 배(커피값)보다 배꼽(발렛비)이 더 큰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베벡의 전망이 좋은 식당은 자릿값과 비슷한, 서비스비를 별로로 받기 때문에 이것에 주의해야 한다. 즉 비싸다. 그러나 한국 물가에 비교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저렴한 외식물가, 특히 1인 1 커피 1 빵을 하는 순간, 이 맛에 여기 사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는,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아이스크림(dondurma;돈두르마)의 행복을 마음껏 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