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 경기가 있으면 온 아파트는 들썩인다. 골이 들어가야 했지만 아쉽게 들어가지 않은 순간, '으아' 하는 외마디 함성이 아파트에 울린다. 그리고 드디어 골이 들어간다. '야!' 하는 함성이 아파트 전체에 쏟아진다. 안타깝지만 내가 살았던 아파트가 그렇게 층간 소음에 튼튼하진 않았는지 골인과 함께 아파트도 함께 울렸다. 아하하하. 그래도 어떤가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골을 넣은 그 순간, 아마 그 어떤 사람도 층간소음에 다른 집에 시끄럽다고 연락할 사람은 없다.
이렇게 함성과 고함이 가득해야 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리나라의 가수 BTS의 정국이 주제가를 부르고 시작된 겨울의 월드컵! 갑자기 애국심이 물씬 올라오면서 흥겹게 응원을 해야 하지만 아, 이 이스탄불의 날씨처럼 정말 여기는 조용하고 싸늘하다. 물론 쇼핑몰의 가게에서 월드컵과 관련한 광고가 나오긴 하지만, 아마 튀르키예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않아서인지 월드컵은 여기 사람들의 관심 밖의 일 같다. 물론 TRT채널에서 월드컵 중계를 하지만, 이 한 겨울 날씨처럼 스산한 것이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방학이 아니건만 당분간 아들의 건강을 위해 엄마표 방학을 해야 할 듯한 요즘, 아들은 겨울의 월드컵처럼, 이 놈의 스산한 우기의 이스탄불 날씨처럼 다시 골골하다. 아이라서 낮엔 생생 거리며 집에서 온갖 장난을 다 치다가, 밤이 되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거나 가래 가득한 기침을 계속한다. 천식 환자인 나는 아들의 밤의 통증을 알기에 낮에 학교를 보내면 더 아프겠지 하며, 결국 집에 아들과 함께 있는다. 이런 생활의 반복이 여기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제는 그저 자연스럽게 학교에 메일을 보내고, 터키어 학원을 결석을 하고, 스쿨버스 아저씨에게 버스를 타지 못한다고 연락한다. 모든 절차는 아주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제 나는 이 과정에 선수다.
주말엔 아즈바뎀 마슬락에 가서 소아 알레르기 전문의에게 진료를 보고, 한국 이비인후과에선 흔하디 흔한 레블라이저(호흡기 치료기)가 병원에 있으나, 입원 환자 정도가 되어야 쓴다기에 보험 처리를 하여 약국에서 직접 사 왔다. 튀르키예에서는 아주 고급 종합 병원이며 회사 지원의 보험이 없다면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나 또한 들어가기 무서운 병원 이건만, 너희 병원엔 레블라이저가 없냐는 나의 질문에 '그런 건 네가 직접 사야지.'라는 말이 돌아오는 곳, 여전히 나는 이스탄불 병원에 열불을 내며 아들을 데리고 다니고 있다.
알레르기 엄마로서, 나 또한 천식과 알레르기 환자로서 아들의 고통을 잘 알기에 학교를 안 보내고 세 끼 밥과 때 맞춰 약을 주고 가습기를 틀고 함께 집에 있어주는 일, 아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시 또 집에 있다. 한숨이 나온다.
학교에 보내면 그가 더 아플 게 분명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만큼 나아지곤 다시 학교를 보내야 된다는 생각에 다시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결국 알레르기를 가진 아들을 데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글 공부와 파닉스 공부 각각 한 장씩, 한국산 연산 문제집 한 장, '만들기 공룡' 속의 스피노 사우르스 만들기 그리고 월드컵 기간이니 한국 경기를 보며 카타르와 가나, 우리나라를 지도 속에서 살펴보는 일이다. 푸하하하. 나름 우수한 교육과정인 듯, 그럴듯하다. 이렇게 그럴듯하게 적었지만 사실 공부를 한 후,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이고 아들과 세계 지도를 보면서 카타르, 가나의 위치를 한 번 더 살펴보고 그 나라가 어느 대륙에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그 외는 콧물이 줄줄 나오는 아들의 병을 수발하는 것이다.
밤이 되면 알레르기 증상은 통상 더 심해진다. 낮엔 해죽거리며 웃던 그도 밤이 되면 거친 기침을 하며 잠을 깬다. 결국 아들의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옆에서 따뜻한 물을 건네고 배즙을 데우고, 레블라이저를 하루 세 번 켜서 아들의 호흡이 편해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세끼 밥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고, 집이 깨끗해야 한다고 먼지를 털고 물걸레질을 하고, 잠깐 그와 싱거운 놀이를 하고 그는 콧물을 킁킁 풀며 내 옆에 앉아 있다.
한국 경기가 있고 아들은 집에 있고, 이스탄불에서 월드컵이란 결국 한국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이스탄불에서 월드컵이란, 아파트 지축이 흔들릴 만큼의 큰 함성도 없고 시떼의 한국 사람들이 모인 작은 채팅방에 한국 경기를 보지 못하는 집을 위해 간략하게 문자 중계를 하는 것이 전부인 생활이다. 그래도 나의 하루에는 월드컵을 너도 보냐는 방글라데시 이웃의 말에 우리나라는 본선에 10회 연속 진출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내며 나는 응원할 팀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아들 때문에 내 생일에도 튀르키예 병원을 돌고 집에서 와서 아들과 내게 맞는 한국산 믹스커피 한 잔과 한국산 배즙을 예쁜 찻잔에 데워 먹는 일이다.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하는, 지축을 울릴 듯한 아파트 속의 함성을 그리워하는 일, 그래도 나는 여기서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나는 월드컵에서 응원하며 볼 축구팀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일, 그런 괜찮은 일상을 여기서 보내고 있다. 그렇다. 제법 괜찮다.
그래도 나는, 우리는 아직 응원할 팀이 있지 않은가. 모든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이길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경기를 나는 응원한다. 나의 아들과 나의 삶,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월드컵을 생각하며, 힘찬 응원을 다시 한 번 보낸다. 우린 아직 응원할 팀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아들은 웃으며 내 곁에 있지 않은가. 꽤 괜찮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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