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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종 Nov 17. 2019

에필로그

위험한 신혼여행 

최악의 일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여행이 지속되는 중 불현듯 궁금해졌다. 왜, 도서관은 무료로 운영되는 것 일까? 영화나 음악 같은 지적 창작물에 대해서는 작품에 대한 권리를 크게 주장하며 무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많은 제약이 따르는 편인데 반해 책, 도서 등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료 영화관을 만들거나 무료 음악 감상실을 만든다면 원 저작권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를 불러올 것이다. 심지어 내가 구매한 영화나 음악의 경우도 일정 수준 이상의 목적에서는 함부로 상영하거나 틀어도 안되며 상업적 용도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책 이란 매체는 그러한 것과 조금 다르게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여 누군가 책을 사서 유료나 무료로 도서관을 운영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박수를 받기도 한다. 참 신기했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오게 되는 것 일까?


  세상에는 책처럼 그 자체에 숭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몇몇 있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다. 우리는 여행을 그러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행은 항상 아름다워야 하며 숭고해야 한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지탄받아서는 안되며 항상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게 여행이 가진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의 어두운 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아름다운 면을 추억하려 한다. 물론 여행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경험들은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그 아름다움 속에 조금은 감춰져 있는 어두운 단면 들일 수도 있다. 여행에 돌아온 사람은 어찌보면 전장터에서 살아돌아온 영웅일 수도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경험했으며 탐험했고 추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생존자이기 때문에 정보 편향의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두려움을 느낀자는 그 일을 입밖으로 꺼내기 조차 두려워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여행의 밝은 면만을 보고 있어왔는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고 싶었다. 우리의 신혼 여행 이야기가 위대하고 찬란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여행이었다고, 결국 우리에게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때문에 나는 당신에게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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