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녕]
공휴일 아침부터 미뤄둔 짐 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십년 전 누군가에게 받았던 기념품부터 친한 오빠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려고 따로 구워놓았던 MR CD,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던 동생이 오래 간직해두었던 영화 비디오 테이프까지, 정리하려고 보니 묵은 짐과 오래도록 버리지 못한 세월의 흔적이 들춰졌다.
계속 풀었다 다시 싸놓고를 반복하며, 짐을 풀고 정리할 때가 되어서야 존재가 기억나는 몇 가지 짐들은 혹시나 간직하고 보관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정리의 묘미는 버리는 것, 버릴 수 있고 비워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과감히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진으로 남겨 간직할 것과 버려도 아쉽지 않은 것, 그래도 한번은 더 남겨질 기회를 주고 싶은 것들로 분리했다. 족히 몇 년은 버리지 못하고 보관만 하며 집을 두 번이나 이사하는 동안에도 함께 이사를 다녔던 '그야말로 짐'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책상위에 올려두고 바로 읽고 꽂아둘 오래된 책꽂이는 버리지 못했다. 색이 바래서 원래의 하늘색이 누렇게 되어 탁한 색이 되었는데도 쓸모가 있으니 남겨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실버와 밝은 회색빛이 섞인 페인트로 색을 칠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조심히 했는데도 양손에 페인트가 잔뜩 묻어났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인데 정리하느라 요리조리 몸을 놀렸더니 땀이 배어나왔다. 그래도 정리하는 기쁨이 있었다.
일상의 작은 변화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쁨을 기대해봅니다.
변진섭 - 새들처럼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면
나도 따라 가고 싶어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나도 따라 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