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은 분명 12월인데, 어찌 보면 2월이 한 해의 마무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2월은 한 학년이 끝나는 달이다. 지금은 졸업식을 12월이나 1월에 하는 학교도 있지만, 예전에는 거의 모두가 2월에 졸업식을 했다. 불가에서도 동안거가 끝나는 달이 2월이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도시녹지관리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3월부터 일이 시작된다. 그래서 2월이 한 해의 마무리이고 3월이 시작인 느낌이 든다.
계절로 보아도 2월이 한 해의 마무리인 듯하다. 2월은 겨울의 막바지다. 여전히 추위가 가시지 않아 봄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그러나 봄의 기운을 곳곳에서 조금씩 느낄 수 있다.
겨울이 자신을 잊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풀이하듯 느닷없이 북풍한설을 퍼붓기도 하지만 1월에 비해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하다. 매스컴에서는 성급하게 남도에서 움트는 봄소식을 간간히 전한다. 제주는 계절상 2월 중순이면 이미 봄이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화되면 2월은 대부분 봄으로 편입될 것이다.
2월, 산길을 걸으면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앉은 겨울 숲은 고즈넉하다. 옷을 벗어버린 앙상한 나무들이 여전히 황량해 보이는 겨울 숲이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 끝에 봄에 피어날 꽃과 잎을 준비하는 겨울눈들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숲 속 봄의 소리가 들린다. 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얼음이 덮인 계곡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물소리, 겨울새들의 날갯짓 소리와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이 모두가 봄을 기다리는 따뜻하고 친근한 겨울 숲의 소리이다.
2월, 마무리이자 새로운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24 절기의 처음인 입춘(立春)이 2월에 있다. 이때부터 봄의 시작으로 본다.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햇빛이 강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 땐 새해 첫 절기인 입춘에 왕이 신하들에게 벽사(辟邪)와 기복(祈福)의 의미를 담은 그림인 세화(歲畫)를 하사하였다. 또한, 민간에선 입춘에 벽이나 문짝, 문지방에 붙이는 글인 입춘방(立春榜)을 대문에 붙였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신발끈을 묶는 출발선에서 덕담을 주고받고, 스스로에게 한 해 잘 보내자고 다짐을 하는 입춘방이다.
입춘 15일 후는 우수(雨水)다. 우수는 빗물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추위가 풀려가고 눈, 얼음, 서리가 녹아 빗물이 되고 한파와 냉기가 점차 사라지며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절기이며 입춘과 함께 겨울의 마무리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Rain Water.
우수가 되면 겨울 추위가 끝나가고 봄바람이 불어오니 대동강 물이 풀리게 되는 날이라는 속담이 있으며 땅에는 초목의 새싹이 트이고 봄이 오게 됨을 알리게 되는 절기에 속한다.
우수(雨水).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른다는 날.
우수에 내리는 비는 봄비일까, 겨울비일까?
한겨울의 매서운 한파와 살을 에는 냉기가 사라지고, 바람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봄 내음을 맡을 수 있으니 봄비로 여기는 것이 좋겠다. 본격적인 봄비라 칭하기 어려우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부르는 비’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올해의 우수는 매우 추웠다. 이런 추위 속에서 봄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성급하다. 그러나 실망 마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봄은 반드시 온다.(이성부, 봄)
칼바람 속에서 조금이라도 따스한 햇볕을 찾아 걸으며 2월의 하루를 보낸다.
겨울의 잔해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서일까?
봄의 전령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 때문일까?
2월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일상의 기록, 시간의 얼굴’이 30회로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읽어주시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직 할 이야기가 조금 더 남았습니다.
‘일상의 기록, 시간의 얼굴 2’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백창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 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 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 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 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