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보식 Sep 10. 2020

< 길 위의 명상 >

11. 채식_한라산둘레길 돌오름길



  아홉 번째 길을 마무리하고 그간 한 달이 넘도록 열 번째 길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긴 비와 습한 여름과 세 번의 태풍이 지나고서 대기의 호흡인 바람이 머금고 있는 열기가 조금 가시고 나서야 다시 길과 글을 마주할 힘이 내 안에서 조금씩 차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기후위기로 인한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내 삶에서 어떤 궤도수정을 요구하고 있는지 더듬어내고 또 확인함에 있어, 매번의 고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모든 고비를 넘겨온 에너지의 총량을 넘는 새로운 집중력과 극복하는 힘이 필요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주도에서 매년 평균 약1,500~2,000km정도의 길을 걸었다. 1년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당 약 4km 정도의 거리를 매일 걸은 셈이다. 걷기를 통해,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집중해서 해낼 수 있는 단발마적인 것 외에 중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해야 하는 어떤 일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던 내가, 이전과는 달리 오랫동안 꾸준히 어떤 일을 해갈 수 있는 탄탄한 기초체력이 확보되었다. 기초체력이 달라졌다는 것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마음 또는 생각의 바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 심신의 간극 상태를 극복했다는 의미이다. 누군가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 마음과 생각에 따라 몸이 움직여주기까지는 그렇게 꽤 오랫동안 걷고 난 이후였다. 이론적으로 볼 때 사실 걷기는 심폐기능의 활성화와 하체 근육의 단련을 통해 육체적 건강증진이라는 것으로 그 효과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것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가능하도록 견인해준 ‘의지의 단련방식’이었다. 매사 무기력하고 거의 용두사미에 그쳤던, 불꽃같이 터지고 사그라지기를 반복했던 생활이 언젠가부터 급한 주파수의 뾰족한 그림을 벗어나 완만하고 안정된 굴곡의 긴 커브로 이어지는 생활로 달라진 것이 무엇보다 큰 변화였다. 걷는다는 행위는 삶을 생각대로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지속적인 의지와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보이지 않는 형태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실상 나에게 온전한 심신의 건강을 가져다준 것은 걷기가 전부는 아니었다.   

    

  키 185센티미터, 체중 86킬로그램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허우대 멀쩡한 건강한 중년의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국내외 자연에서의 걷기여행을 호구지책의 일로 꾸려가고 있는 마당이어서 그러한 추측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외관과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실상 내 몸은 어린 시절 선천적인 허약체질로 자주 고열에 시달리며 수시로 입퇴원을 반복했고, 30대부터는 고혈압 때문에 시달려왔으며, 40~50대에 들어서고 나서는 피곤함이 일상이 되어 매일 아침 기상하는 게 고역인 수준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부쩍 식후 졸림 증세가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심각해졌고, 특히 읽고 싶어 그때그때 사서 모아둔 책들을 도무지 피곤해서 몇 쪽을 계속해서 읽지 못할 정도로 눈의 피로는 극심해졌다. 이 모두가 다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생기는 당연한 갱년기 노화현상으로만 여겼다. 그런 날들이 몇 년간 계속 이어지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재작년엔 급기야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았다. 고혈압은 당연하거니와, 뜻밖에도 간수치와 중성지방수치가 많이 높았고, 거기에 내장비만과 지방간 진단까지 받았다. 진단과 함께 병원에서는 중년에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대사증후군이라면서 고혈압약 처방 이외에는 따로 약 처방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저 꾸준한 운동과 함께 체중을 줄이고 식습관만 잘 관리하면 된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그럼 뭐가 잘못된 것일까. 병원에서는 남들도 대부분 그런 증세를 호소하며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왜 나는 매일 그토록 피곤하며, 읽고 싶은 책조차 채 30분도 읽지 못할 만큼 급속히 노화현상을 보이는 걸까. 일찍이 도시의 스트레스를 벗어 나와 이제는 거의 매일 걷는 생활을 하는 동시에 음주와 흡연을 멀리하고 있는 전형적인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점점 더 몸이 무거워지고 그렇게 오매불망 꿈꾸던 나의 비전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에 휩싸이며 불안한 마음마저 들게 된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몸이다. You are what you eat.’이 말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게 되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생활습관이 제주도로 내려온 이후부턴 달라졌지만 아직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우선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 잘 먹는 사람에게 복이 들어온다는 등등, 가정에서 학교에서 세상에서 오래된 교육과 습관으로 나는 매 끼니 너무 잘 먹어왔다. 그렇게 과식하고, 수시로 거나하게 종류를 불문하고 육해공을 아우르는 육식을 즐겨했으며, 거의 매일 밤 또 빵과 면으로 무장한 가공 탄수화물 식단으로 야식까지 해왔다. 26살 결혼 이후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윤택하고 나서부터니까 거의 30년 정도 지속된 지독한 식습관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50대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은 몸이 버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 한계를 매일 아침 느끼고 살았지만 과식/육식/야식의 거의 TV먹방 수준의 트리오 식습관이 문제였음을 간과했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를 들라면 그중의 으뜸이 바로 ‘만남’이 아닐까. 어떤 사람과의 만남일 수도 있겠고, 낯선 여행지에서의 불현듯 떠오른 어떤 영감과의 만남일 수도 있겠으며, 때론 우연히 고른 영화 한 편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 걷기로부터 시작해 신체적 자립인 건강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인들이 권해준 세 권의 책 덕분이었다. 

  첫 번째 책은 콜린 캠벨의 <무엇을 먹을 것인가 (원제 : China Study) (2006)>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과 영양에 관한 상식이 얼마나 크게 왜곡되고 잘못 전파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초반 중국 총리였던 주은래는 암으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총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질병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전국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2,400개의 지역과 8억8천만명(96퍼센트)을 대상으로 12종류의 암에 대한 사망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에 참여한 인원만 해도 65만명이나 되었던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생의학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40년 넘게 미국 영양학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농축산업계와 그들의 막대한 지원금에 근거한 의학계와 관계 정부기관의 고의적인 왜곡과 방해로 잘못 알려져 왔던 먹는 것과 인간의 건강에 대한 숨겨져 왔던 진실을 파헤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책이다. 고기/생선/우유/계란을 통해 섭취하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어떻게 우리에게 각종 암(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과 기타 각종 성인병질환(비만/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뇌질환/신장질환/골다공증등)을 절대적으로 유발하는지 광범위한 연구조사를 통해 낱낱이 파헤쳐 놓았다. 그리고 거꾸로 무가공 식품과 식물성 식이요법이 어떻게 병을 억제하고 도리어 건강을 증진시켰는지 사실에 근거한 생생한 연구자료를 통해 알게 해 주었다. 누구나가 연신 건강100세시대를 이야기하는 만큼 세상엔 건강과 영양에 관한 책이 매일 수십 권씩 출판될 정도로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 모두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건강힐링여행사업을 위해 틈틈이 참고하고자 모아둔 책만 해도 책장에 족히 30권이 넘게 꽂혀 있다. 모든 책들이 이구동성 일치하는 명확한 지점도 있지만, 이 책은 이렇게 저 책은 저렇게 너무나도 많은 저마다의 건강 방식들을 외치며 인류의 건강보다 자신의 작은 업적을 드러내기에 급급한 목소리들로 사분오열이다. 그러다 보니 나를 포함해 정보에 치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때그때 유행처럼 회자되는 건강 방식을 따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신들의 건강을 농축산업계와 식품업계 그리고 의료 및 제약업계의 이익의 논리로 돌아가는 손아귀에 맡겨두고 있는 셈이었음을 명명백백히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책인  황성수박사의 <현미밥 채식 (2009)>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통해 스스로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세울 수 있는 도움을 얻는 것에 뒤이어, 구체적으로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어떻게 무가공식품과 식물성 식이요법을 구현하고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알려 주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몸소 30년간 현미밥과 채식 식단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 저자인 황성수 박사가 운영하고 있는 캠프에서 2019년 6월 2주간 생활을 하며 그가 제안하는 현미밥과 채식 식습관의 놀라운 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비만이 병이라는 것을 알았고, 고기/생선/계란/우유/치즈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일상적으로 먹는 식습관이 체중/고혈압/당뇨/중성지방/콜레스테롤의 악화를 통해 전 방위적으로 우리 몸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의학적 지식과 함께 캠프에 참가한 40명에 이르는 각종 질환자들의 생생한 공유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불과 2주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제된 밀가루 음식과 백설탕 등을 일절 먹지 않는 것과 함께 현미밥과 더불어 채소와 과일만 섭취하는 것으로 식습관을 변경했을 뿐인데 참가자 대부분의 신체건강지수들이 확연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우리의 몸의 장부들은 완전히 손상되어 그 기능을 상실하기 전까지는 식습관의 변경 하나만으로도 급격한 회복탄력성을 보여줌으로써 커다란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 2주간의 식습관 변경을 통해 체중이 7킬로그램 가량 줄었고 중성지방수치는 무려 703에서 77로 급격히 좋아졌다. 그 이후에도 일절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비건 채식단으로 식습관을 바꾼 후 지금은 나의 표준체중대인 70~71킬로그램 수준을 연중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며, 이십대 중반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후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했을 때의 샘솟는 활력과 가벼움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30대부터 시작된 고혈압은 수축기와 이완기에서 각각 140mmHg과 100mmHg 정도로 계속되고 있는데, 최근 대학병원에서의 정밀검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나의 고혈압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식습관이나 체중 그리고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양쪽 콩팥 위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알데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과다분비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 번째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현미밥 채식>을 통해 기존의 교육과 관습에 따라 고착된 나의 잘못된 건강생활습관에 대한 자각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면,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 (2018)>은 그가 환경운동가로서 단순한 건강의 차원을 넘어 비건 채식이 개개인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 사상과 전 지구적 기후위기의 대처방안에 이르기까지 지구별의 에코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서로가 연결이 되어 상호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이끌어준 책이다. 2010년 구제역파동으로 사육하던 수많은 소와 돼지들이 살처분되는 것을 보면서 그 잔혹함에 치를 떨며 약 3년간 나는 일절 육식을 끊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지속되지 못한 것은 지구 위 생명들에 대한 가혹한 사육방식과 그들을 먹는 인류의 식습관이 잘못되었음이 구체적으로 나의 생활 안으로 들어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평생을 길들여온 혀끝의 미각과 위장의 허기는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그릇된 인류의 동물사육과 식습관에 대한 나의 판단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요요현상이 일어나며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고 말았다. 사육된 동물들을 먹는 것이 나의 건강과 함께 지구 온난화의 위기를 통해 현 인류 전체의 건강한 삶의 지속가능성을 극단적으로 훼손하고 또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었다. 내 몸과, 코로나바이러스와, 격심한 기후변동의 나날들을 최근 들어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아무튼 비건>에서 기술된 모든 내용들이 더 이상 누워 있는 죽은 글자가 아니게 되었다.

  이렇게 세권의 책을 통해 일어난 깊은 자각으로 2019년 6월부터 비건 채식단을 시작한 나는 지난 몇 년간 내 몸의 구체적인 변화와 실질적인 느낌의 확인으로 경험한 바를 전제로 해서, 나와 그리고 동물들과 그 모두를 품고 있는 지구와 또한 그 땅에 터 잡아 살아가는 인류 전체의 미래가 우리가 매 끼니 먹는 식습관으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지금 당장 개개인이 실천 가능한 가장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한 개인의 삶에 큰 울림을 주는 근원적인 자각은 얕지 않은 깊이에 이르러 나의 영혼을 흔들어 놓았기에, 다시는 이전처럼 되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까스로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을 찾기까지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을 꼽으라면, 우선 세상이 이익 논리에 따라 강제로 주입했던 교육과정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반복되며 자유의지에 따른 자율적인 사고와 판단을 중단시키는 상업광고들로부터 벗어나올 수 있는 용기와, 삶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저마다의 건강한 삶의 방식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으로 한 부단한 노력,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불어, 한 개인의 경험과 사례를 근거로 일반화시키려는 확증편향의 우를 지극히 염려하지만, 밀렵이나 강제적으로 사육된 동물을 먹을 것으로 섭취하지 않는 가운데, 가공하지 않은 대지의 곡식과 채소와 과일들을 있는 그대로 섭취하는 식습관이 자연과 공감하며 그 속을 천천히 오래 걷는 것을 즐겨하는 생활과 함께 무엇보다 건강한 삶을 되찾는 핵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스러운 지금이 오히려 지구와 우리 인류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완전히 파괴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점 전까지는 지금까지의 방향으로의 문명의 흐름을 멈추고 다시 되돌리기만 한다면, 거대한 지구생명체와 그 속의 작은 인간생명군의 건강은 숨겨진 회복탄력성이 즉각적으로 위대한 힘을 발휘하며 모두를 본래의 상태로 복구해 놓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     


열 번째 길한라산둘레길 돌오름코스 (돌오름길         

     

  비건채식으로 건강의 매우 중요한 한 축을 생각하며 걷는 한라산숲길 세 번째 구간은 한라산둘레길 중 돌오름길이다. 이 구간은 중문에서 출발해서 한라산을 가로질러 제주시로 넘어가는 1100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거린사슴오름 입구에서 출발해서 보림농장 사거리까지 총 8km의 거리로 이어진 길인데, 해발 600~900미터 정도에 이르는 곳으로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며 이어지는 이 길을 걷다 보면, 온갖 참나뭇과 나무들이 무성한 가운데 굴거리나무가 자주 보이고 더불어 조릿대가 온 산을 뒤덮고 있는 구간이어서 한라산 숲길의 새로운 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한라산의 비가 잦고 습기가 많은 탓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장들을 자주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라산둘레길측에서 제안한 루트보다 1100도로 영실입구에서 제주시 방향으로 약 500미터 지점에 있는 보림농장입구에서부터 돌오름을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편도 3.8km(왕복 7.6km)를 걷거나, 아니면 시간과 체력이 허락되면 돌오름입구에서 돌아오지 않고 거린사슴오름 입구까지 내처 전체 약 9.6km이 거리를 계속해서 트레킹 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보림농장입구에서부터 보림농장을 거쳐 돌오름입구까지 3.8km의 구간은 해발고도차가 거의 없고 누구든지 힘겹지 않게 넓고 평탄한 참나무 숲길의 진수를 즐길 수 있어 한라산둘레길의 백미로 꼽히는 구간이다.        

  이 숲길을 걷다 가끔씩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과 하늘의 조화가 그림보다 아름다워 혼자 가다 서기를 반복하게 된다. 한 시간쯤 그렇게 온통 참나무 숲의 진수에 빠져 넋을 놓고 걷다 보면 돌오름입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체력이 남고 시간 여유가 충분한 트레커는 돌오름 정상까지 왕복 40~50분을 투자하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돌오름 입구에서 푯말을 확인하고 지시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내 허리춤까지 자란 빽빽한 조릿대 구간이 나오는데, 한여름이면 조릿대로 길을 덮어 자칫 길을 잃기 쉽지만 한라산둘레길 리본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무릎과 허벅지로 사각사각 길을 더듬으며 나갈 수 있다. 조릿대 구간을 지나 본격적으로 오름을 오를라치면 금방 오름 분화구 한편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전히 숲 속이어서 오름의 정상에 거의 다다랐음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황하지 말고 왼쪽 방향으로 인적이 거의 없는 꽝꽝나무와 찔레꽃 덤불 사이로 조심스럽게 헤쳐 나가다 보면 갑자기 뻥 뚫린 곳에 도착하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돌오름 정상이다. 아무런 인공구조물의 방해 없이 한라산의 백록담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리는 능선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되는데 누구라도 예외 없이 그만 입을 다물게 되고 마는 곳이다. 아무것도 없어서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의 한라산의 자연(自然)이 통째로 거기 숨을 쉬고 있다.     


* 찾아가는길 

    

버스는 제주시와 중문컨벤션센터를 한 시간 간격으로 운영하는 240번을 이용하면 된다.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분들은 출발점인 거린사슴오름 입구를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서 가자. 도로 입구에서 ‘한라산둘레길’ 안내판을 보고 샛길로 들어간 다음, 자연꿀을 채취하는 양봉장을 지나  한라산 둘레길  관리사무소 입구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돌오름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방법이 원칙이다.           








#강보식, #섬도보여행가,  #더힐링아일랜드, #길위의명상, #제주를걷는21가지방법, #제주여행학교, #제주인생학교, #제주여행, #인생2, #세컨드라이프, #제주걷기여행, #제주올레, #한라산숲길, #곶자왈, #오름, #명상, #한라산둘레길, #돌오름, #무엇을먹을것인가, #현미밥채식, #아무튼비건, #채식, #비건



이전 11화 < 길 위의 명상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