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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드 귀신을 본 썰

그리고 리치 블랙모어

by 랜치 누틴

'여자야'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 유현상은 90년대 최대의 변화 아이콘이었다.

한국 최고의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의 보컬리스트에서 트롯으로 전향하다니. 거기다가 당시로서는 정말로 파격적이었던 긴 곱슬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으로 트로트를 부르는 보습은 개그 소재로 사용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록음악을 듣던 이들은 이런 유현상의 모습을 두고 "배반", "배신", "변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국의 좁은 록 음악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팀의 리더가 그것도 가장 대중적인 트로트를 부른다니 말이다.

nighrt.jpg 리치 블랙모어(좌), 캔디스 나이트(우) - 출처, 나무위키

이런 변신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의 유현상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준 이가 있으니 그는 바로 하드락계의 최고의 아이콘이었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1945년)다.

1997년 그는 Rock음악을 버리고 포크음악을 시작한다. 그리고 중세 시대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팀인 Blackmore's Night를 결성한다. 한국으로 친다면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갑자기 밴드를 포기하고 국악을 한다며 거문고를 튕기는 것이라 보면 될까. 아마도 그것보다 팬들에게 훨씬 큰 충격이 될 것이다.

당시 리치의 연인이라고 알려진 Candice Night(캔디스 나이트, 1971)는 리치 블랙모어와 26살의 나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적 동반자로 자리를 꽤 차고 음악의 취향 또한 뒤에서 조종을 했다는 썰이 있었다. 천하의 리치를 쥐락펴락 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마치 비틀스의 해체 주범이라 불리는 존 레넌이 부인이 된 오노 요코와 대접이 비슷했다.


결국 2008년, 캔디스 나이트는 리치 블랙모어와 오랜 동거를 끊고 결혼에 골인했고 2자녀를 낳고 잘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리치 또한 자신의 전향한 음악에 전혀 불만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가차 없이 멤버들을 자르던 리치가 참으로 순해진 모습이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착해지는 것일까?


민속음악만을 고집하던 리치 블랙모어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것인지 2016년 새롭게 New Rainbow를 결성하고 기존처럼 Rock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를 여러 사람들이 추측을 했는데

우선 첫 번째로 Rainbow에서 음악활동을 같이 했던 로니 제임스 디오의 사망과, 청년기 리치와 음악생활을 같이했고 그가 존경했던 Jon Lord가 2012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들의 사망 소식에 리치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2018년 Ritchie's Blackmore's Rainbow가 재결성되어 세계 투어에 나섰다.



2019년, 나는 리치 블랙모어의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떠났다.

리치의 나이도 그렇고 다시는 그의 공연을 못 볼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고 그들의 공연을 본 후 몇 달 되지 않아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다. 아마 당시 공연을 못 봤더라면 평생 리치 블랙모어의 공연을 못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2019년 6월 12일 성공리에 공연을 펼쳤다.


Man on the Silver Mountain - Rainbow (뮌헨공연)

공연에서 밴드는 로니 제임스 디오를 위한 'Man on the Silver Mountain'을 연주했고 존 로드를 위한 'Carry on'도 감동적으로 연주했다.

Carry on -존 로드 추모곡 (뮌헨공연)

리치의 부인 캔디스 나이트는 공연 코러스를 맡았고 머리를 흔들며 해드뱅을 신나게 했다.

새롭게 결성된 밴드의 멤버들을 고를 때 캔디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하던데... 부창부수라고 하던가. 아무래도 남편을 닮아 사람을 고르고 쓰는 능력이 보통이 아닌 듯했다.


당시 공연의 열기가 뮌헨을 가득 매웠기 때문이었을까. 그해 6월 중순. 뮌헨 도시는 Rainbow로 휘날렸다. 길거리를 지나가면 Rising 티셔츠를 입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KakaoTalk_20250813_001532338.jpg



레인보우가 공연했던 올림픽 스타디움의 타워에는 Deep Purple를 위한 전시회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기묘한 이야기다.

그날 나는 올림픽 공원 타워에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전시회의 사진을 자유롭게 찍고 있었는데 존 로드만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것이다.

마치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이 사진에서 고인이 된 사람은 존 로드 뿐인데......


KakaoTalk_20250813_002318201.jpg 이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도 존로드만 잡히지 않았다.

전부 찍어보았는데 모든 사진 중 존 로드만 잡히지 않았다.

'혹시 아이폰만 잡히지 않는 것인가?' 생각이 들어 갤럭시 폰을 들고 있던 동행자와 확인을 했는데 갤럭시 폰

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존 로드 귀신이 여기 왔다 간 것일까?

이 사진을 찍기 전 날. 존 로드의 추모곡을 들을 때 소름이 끼쳤었다. 설마 제 옆을 왔다 가신 것일까요.

아무래도 수상하다. 그냥 존 로드의 귀신이 왔다 갔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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