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이다.
결혼하기 전에
아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해 못 했던 것 중 하나.
'왜 프사를 자식 사진으로 하는 거지?'
이상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이해를 못 했었다.
'왜 굳이 프사까지 자식사진으로 해야 하는 거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
그리고 손주사진으로 가득 찬
엄마아빠 친구들의 카톡사진들을 볼때는
더더욱이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4살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된 지금. 카톡사진만 아들사진이면 얼마나 좋을까? 카톡사진에만 그치지 않고 폭주 중인 나는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 인스타 피드, 지금 쓰고 있는 이 브런치 글까지 아들사진으로 도배중이다.
아들 사진으로 가득 찬 휴대폰을 보니
이제야 그들이 이해가 간다.
'그냥 일상이 아들로 가득 차있구나.'
남편과 같이 찍었던 사진, 친구들과 같이 찍었던 사진, 여행 가서 찍었던 내 사진 같은 것들은 더 이상 내 갤러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아들 밥 먹는 사진, 등원하는 사진, 잠자기 전 사진, 놀고 있는 사진, 장난치는 사진 등 시시콜콜한 아들의 일상들이 내 휴대폰에 가득하다.
요즘엔 아들이 밥 먹는 사진들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아마 이때가 사진 찍기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다.
뭐 별 거 없던 하루도 사진으로 보면 특별함이 생긴다.
그저 평소보다 일찍 나가서 산책을 하고 커피 한 잔 사 왔을 뿐인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 손잡고 돌아다닌 동네 한 바퀴에 아들이 너무 즐거워했던 아침이 되기도 하고
고기 몇 점, 두부 조금, 계란에 김뿐인 밥을 먹었던 저녁식사가
사진 속 분위기 잡는 아들 눈빛 덕분에
좀 더 맛있는 무언가를 먹었던 것 같기도 했다.
시댁에서 받아 온 텃밭 고구마는
사진 속에서 때깔 좋은 유기농 고구마가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엄청 건강한 아침식사를
챙겨 먹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잠 안 잔다고 생떼 피우는 아들을 재우기 위해
사진 찍고 놀자던 순간마저
평화로운 아들과 엄마처럼 보이는 기적.
사진으로 보니 우리의 시끄러웠던
취침시간은 전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잠자기 전 '엄마 너무 좋아해'라며
잘 자라던 굿 나잇 인사를 해주던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만 떠오를 뿐.
나의 하루 온종일을 채워주고 있는 아들 덕분에
셀카로만 채워지기도 했던 기록들이
좀 더 다채로워진 것 같아 참 좋다.
잠 자기 전 누워 오늘 우리의 사진을 보니
무탈한 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
좋은 꿈 꿀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이 늘상 하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남는 건 사진이다.
맞아. 남는 건 사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