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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영주
Nov 07. 2024
출근시간에는 어색한 사람
금요일 아침 일찍
남편의 출근길을 함께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대구를 향해 출발한 우리.
나와 아들은 동대구역에 내려달라 하고
'오늘도 파이팅!'
응원하며 시작한
너무 이른
아침.
그리고 아들과 나는 ktx를 타러 기차역에 들어왔는데
오전 7시의 기차역
의 공기가
너무 어색
하게 느껴졌다
.
모두가 출근하는 듯한
시간
오피스룩으로 가득 찬 기차역에
편한 운동복 차림인 우리.
너무 편하게 입고 나왔나 싶어
괜히 주눅
들기도 했던 시간.
그나마 다행인 건
기차를 타고 20분이면 시댁에 도착을 해서,
오래 타지 않아도 됐
단 사실이다.
휴 다행이야.
역에 내리자 우릴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님!
기차역을 나서자 불편했던 마음도
이내
편해졌고
데리러 와주신 덕분에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편
할 수가 있었다.
(
아마
남편이 전화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ㅎㅎ)
어머님이랑 셋이
나들이
를 위해
외출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실내에서 놀 수 있을만한 곳을 검색해 보자
근처에 <녹색미래과학관>이 있길래
과학관에 들리기로
결정한 우리!
안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 공간도 있고,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오전시간
알차게 놀 수 있었다.
점심은 어머님과 아버님이 차려주신
맛있는 꽃게라면과 대패삼겹살
로!
(+간장게장까지)
괜히 북적북적한 명절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해서
뒤에서 바라보다
몰래 한 컷 찍어보았다 ㅎ_ㅎ
부산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여긴 벌써 노랗고 빨갛고 너무 예쁘잖아-
점심을 먹고 밖을 보니 비가 그쳐있길래
소화시킬 겸 아들과 길을 나섰다.
한참을 걷고 걸었던 예쁜 단풍길.
오늘 아침
모두가 출근하는 시간대에 우리는
분위기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와
괜스레 초라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는데
오후
단풍길을
걷는 동안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분명 똑같은 옷인데.
10월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산책을 하면서 벚꽃이 피고 개나리꽃이 올라오고 나뭇가지에 여린 잎이 돋는 걸 보고 있으면 그런 흔들림을 이겨 낼 힘이 생긴다. 느릿느릿 산책하면 빨리 가진 못해도 계절이 변하는 건 볼 수 있다.'
가끔 출근길 기차역과 같은 상황이 생길 때마다
출근하지 않고 아이와 놀고 있는 지금이
그들과 달라 보여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느릿느릿 길을 걷다 보면 그런 감정들이 금방 정리된다.
출근시간에 어색한 건 사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난 출근하는 게 아니었으니깐.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
괜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참 어렵지만,
흔들림을 이겨낼 힘은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기차에서 아이와 장난을 치고 수다 떨던 그때,
그 시간에
집중하며
천천히
감정을
바로
잡았던 아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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