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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Mar 13. 2024

6인용 테이블을 버렸습니다.

https://brunch.co.kr/@upstairs/89


30평이 넘는 집에서 25평짜리 집으로 이사오며 대부분의 가구들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커다란 6인용 식탁도 집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죠.


사실 생활하는데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못 느꼈어요.


오히려 테이블 하나로 식사와, 독서와, 티타임까지.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근데, 이 테이블의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아들이 자꾸만 저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 머리를 박아대기 시작한 게 문제였습니다. 어른들은 테이블 밑에 들어갈 이유도 없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지만, 아이의 시선에서 커다란 테이블 아래는 놀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매일 아이에게 머리 조심해라고 말하게 되었고, 더불어 일을 그만두며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커다란 6인용 식탁은 더 이상 저에게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테이블 아래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조심해라고 외치던 어느 날.

그냥 치워버려야겠다는 결심을 내렸고

바로 당근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젊은 부부가 테이블과 의자까지 가져갔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손쉽게 6인용 테이블을 비웠고, 테이블이 비워진 자리는 창가에 있던 소파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물건이 나가면, 또 다른 물건이 빈자리를 채웁니다.




다음날 남편과 이케아에 들러 작은 사이즈의 4인용 식탁을 사 왔습니다. 남편이 금방 조립해 준 덕분에 1시간도 되지 않아 테이블이 완성되었어요.


1800 사이즈의 테이블을 쓰다가

이제는 1200 사이즈가 된 식탁.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책은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만족스럽네요 ^^



아끼던 테이블을 떠나보냈지만 그래도 4년간 알차게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그간 소중히 관리해 덕분에 금방 새로운 집으로 가게 같아 뿌듯하기도 했어요.


몇 번의 이사를 하며 느끼는 것은 가구도 가전도 집마다 맞는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너무 큰 걸 사면 평수를 줄이게 됐을 문제가 되고 너무 작은 사면 가족이 늘어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도 해요.


경험해 본 바로 그렇기에 더더욱 좋아하는 물건을 사야 하고, 소중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아낌없이 사용했다면 혹시나 물건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올 때 미련 없이 보낼 수 있고, 더불어 아끼는 물건은 더러울 수가 없으니깐요. 깨끗한 물건은 분명 금방 처리가 가능하겠죠.




테이블이 비워진 거실에

해가 환하니 들어옵니다.


거실을 가득 채우는 햇볕을 아래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보니 문득 그동안 너무 나만의 삶을 살아온 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가 조심해야 했던 테이블이면, 진작에 치우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치워서 참 다행입니다.



비우고 비우다 보니

채우는 데에 있어서 신중해졌습니다.


식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그냥 식물을 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화분은 어떤 건지를 고민해 보고 신중하게 들이게 됩니다.


옷 하나를 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이 뭐인지 오래 입을 있는 옷인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책을 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할 책인지를 생각하며 삽니다.



물건을 들일 때 신중해지는 것.

비움이 주는 효과겠죠.





저는 '무조건 비우세요. 미니멀라이프가 최고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냥 청소해도 되는데 무조건 로봇청소기를 사야 하고, 그게 답이라 생각하는 게 싫은 거뿐입니다. 로봇청소기가 좋으면 쓰는 거고 쓰기 싫으면 안 사는 건데, '무조건 사야 해'라고 말하는  너무 싫은 것뿐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비우고 비우다 보면

왜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지 공감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믿어 의심치 않아요.


'나는 내가 필요해서 로봇청소기를 산거구나.

넌 필요하지가 않았을 뿐이구나.

그냥 우린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거구나.'

라고 말하는 순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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