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씨 웹툰을 두고 "정신병자들의 희망"이라고 부르는 댓글을 읽은 적이 있다. 표현은 격하지만 200% 동의하는 말이다. 그의 웹툰에서 '지금의 고통이 언젠가 전혀 다른 의미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목격해서다. 죽고 싶었지만 끝내 죽어지지 않던 날들, 그 버티는 시간 자체가 끝내 한 사람을 '나답게' 존재하게 만드는 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는 보여줬다.
'전두환 손자'라는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전우원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니크하다. 그러나 이 서사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정서가 지극히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년 시절의 공포와 학교폭력, 침묵 속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까지. 형태는 달라도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폭력의 기억’이 그의 서사 전반에 펼쳐진다.
그의 이야기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전시하는 소위 '불행 포르노'에 머무는 대신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냈는지가 중심에 놓인다. 그 불행이 한 사람의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귀여운 그림체의 웹툰은 이 과정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는 그렇게 차마 꺼내기 어려웠던 경험을 컷과 컷으로 전달했고, 독자는 그 빈틈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 넣었다. 전우원의 웹툰이 댓글과 반응 속에서 계속 확장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해지지 않았던 개인의 경험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이들에게 닿은 순간 어떤 이는 그 안에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처음으로 인식한다. 그 과정에서 이 웹툰은 더 이상 한 사람의 고백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경험이 겹쳐지는 장면이 된다.
이야기가 공개되는 순간 그것은 창작자 개인의 손을 떠나 사회 전체가 향유하는 서사로 남는 것. 전우원의 웹툰은 개인의 내밀한 고백이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지, 그 콘텐츠가 타인의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