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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Nov 01. 2015

섬 - 섬에서의 마지막

뒹굴거리며 여유 부리고 싶었지만 나는 여행자가 아니다

삶을 정리한다는 건 여행의 마지막과 달라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다. 요 며칠 마지막이라고 무리했더니 여기저기가 다 아프다. 미친 일정이었다. 일주일 새 회식에 서핑에 물질에 페스티벌. 중간중간 짬이 나면 짐을 쌌다. 마지막 날 세 박스를 추가해서 짐은 총 14박스쯤으로 마무리된듯하다.  다 정리하고 보니 햇살이 따뜻한 좋은 공간이었다. 호사였지. 많은 친구들도 다녀갔던 내 공간.


아니 근데 들고 가야 될 짐은 왜 아직도 이리 많으며 어제 술은 뭐 얼마나 마셨다고 숙취에... 택시에 짐을 욱여넣고 비행기를 내려서 집에 가는 교통을 알아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건 잠시 잊고 지냈던 귀찮음이다. 이걸 이제 매일 해야 된다는 거지...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 도시. 짐이 많아 택시를 타긴 해야겠고, 생으로 타고 가기엔 돈이 많이 드니 최적의 루트를 고민해본다. 환승지점, 저기다. 저기서부터 카카오 택시를 부르겠어. 8000원쯤 드네.


마지막으로 단골 카페에 들렀다. 아 뭐 바다 갈 시간이 안 나오길래 들른 건 맞는데 온 김에 이 공간의 기운을 아주 그냥 다 빨아들이고 가고 싶다. 내가 참 좋아하던 흔들 의자에 앉아 좋아했던 작은 공간을 본다.

커피는 처음마셔봤는데 썩 괜찮잖아?
선물도 받았다. 아.그래.할로윈이구나.

새집에 도착하면 자고 싶다. 그렇지만 11박스의 짐과 핼러윈이 기다리고 있겠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철도를 타고 또 택시를 제때 불러 갈아 탄 다음 집에 도착해서 짐을 쑤셔박을 생각을 하니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도 누군가가 날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가만 보자.... 2년 반만에 룸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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