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의 속도 Nov 04. 2015

육지 - 건조함

좁고 건조해서 어지러운 도시

인스타그램을 켰더니 제주의 풍경이 펼쳐진다.  흐리멍텅해서 좋다.... 

눈을 돌린다. 하. 이놈의 도시. 거리, 건물, 사람들, 거기다 여긴 왜 모니터도 더 밝은 것 같지... 눈이 쉴 수가 없어 어지럽다. 탁탁. 모니터 밝기를 50%로 줄인다. 아... 세상의 명도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눈을 감는다.

온몸이 쪼그라들 것만 같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큐브에 처박아둔 것만 같다. 사람이 너무 많다. 한 사람에게 허용되는 공간이 좁다. - 집도 사무실도 좁아서 - 어쩔 수 없이 간섭받는다. 빛, 소음, 시선, 공간들이 미션 임파서블의 레이저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허리를 뒤로 휙 꺾어 통과해야만 할 것 같다.

더 문제는 그 속의 사람의 마음. 내 한몸 지켜낼 공간조차 보장이 안되는데 몰입은 무슨. 하루의 피로를 충분히 푼 상태에서 일에 몰두할 수 있었던 때가 그립다. 언젠가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 효과에 대해서 개요를 짜는 걸 보고 피식, 했는데 정말이다. 여기선 출근전쟁에 일단 일상을  기빨리고 시작하잖아. 뭘 봐도 폭넓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 그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말이지. 서로 짜증이 올라올 대로 오른 상태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려니 여유가 없다. 그냥 나 좀 내버려뒀음 좋겠다. 뭘 하려고 하면 더 꼬이니 그냥 자신에게 주어진 실을 붙잡고 풀어야 된다. 더 이상 힘낼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풀고 있는데 망쳐두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손이 다 갈라져 피가 난다. 가습기를 급하게 산다. 집과 사무실에 두려고 두개나. 일상의 괴로움이라도 제거해야겠다. 유난히 건조한 시기인가, 육지는 원래 그런 건가 모르겠다. 이동시간, 빈 시간엔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한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정보를 찾지 않는다. 이미 너무 촘촘하니 빈 공간을 스스로 만든다. 나는 지금 절박하게 발버둥 치는 거다. 섬에서 지냈던 리듬을 기억하고 익숙했던 도시를 다르게도 보고 싶고 그런데 이러다간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다. 도시는 너무 진하다. 모든 걸 덮어버린다. 이 도시에 잡아먹히겠다.

이전 03화 육지 - 모든 것에 체한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