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카> 볼까, 말까?
겨울날 마시는 코코아 한 잔은 한기에 지친 몸과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아내리게 한다. <웡카>는 그런 영화다. 스크린을 응시하는 동안 따스함이 퍼지고 관객을 미소 짓게 하는 이야기. 세상사에 찌들어 우리 주변을 돌아보기 힘들었던 이들에게 <웡카>는 위로와 함께 초콜릿을 건넨다. 그가 건네는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면 걱정은 사라지고,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질 것만 같은 꿈을 꾸게 한다. 여전히 겨울의 찬 바람이 온기를 빼앗아 가는 시기, 가족과 함께 관람하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기 좋은 영화다.
<웡카>의 주인공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는 각양각색의 초콜릿을 만드는 제작자이자 마법사로 큰 꿈을 안고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어 많은 사람과 초콜릿이 전하는 행복을 나누려 한다. 그러나 이미 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초콜릿 카르텔은 웡카를 환영하지 않고, 그의 계획을 방해한다. 설상가상으로 잠깐 머물려고 했던 여인숙에서 사기를 당해 어마어마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 이런 시련 속에서도 웡카는 자신의 독창적인 초콜릿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마법 같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웡카>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원작은 로알드 달의 소설『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이다. 이 소설은 '진 와일더' 주연의 뮤지컬 <초콜릿 천국>(1971)과 '조니 뎁' 주연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로 영화화되어 관객과 만났다. 현대의 관객에게 익숙한 작품은 조니 뎁과 팀 버튼의 감각이 돋보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다. <웡카>는 이 소설과 관련된 세 번째 영화이며, 소설보다 더 이전의 시간을 다룬 프리퀄로 차별점이 있다. 앞의 작품들과 달리 청년 윌리 웡카가 동료들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고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뒀다. 여기서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앞선 배우들이 연기한 웡카보다 더 밝고 낭만적인 캐릭터로 표현되어 동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동화’는 이 영화를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우선, <웡카>는 유년기에 접해봤을 법한 것들을 스크린에 구현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동시에 영화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처럼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죄짓고도 잘 사는 욕심 많은 이들이 성실하고 배려심 많은 가난한 자들에게 패배하는 '권선징악'이란 주제와 '사랑과 꿈 소중함' 등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요소도 있다. '웡카' 주변의 인물들은 동화 속 인물들처럼 굵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순진하게 혹은, 단순하게 묘사되어 기계적으로 소모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과 얽힌 영화 속 주요 갈등이 쉽게 해결기도 해 영화가 싱거워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이 아쉽더라도 <웡카>는 몇 가지 장치를 활용해 관객을 영화에 붙잡아 두는 마법을 보인다. 우선, 황홀한 이미지 덕에 눈이 즐겁다. 영화 속 배경·의상·소도구 등 프레임 속 모든 요소는 웡카의 마법 어우러져 환상적인 공간이 된다. 정정훈 촬영 감독은 완벽한 비율의 초콜릿을 만들듯 카메라 속에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그리고 이 무대 속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씬은 눈에 이어 귀까지 즐겁게 한다. 티모시 샬라메가 오랜 연습 끝에 직접 소화한 노래와 안무는 빛나고 달콤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티모시 샬라메가 부른 'Pure Imagination'과 움파룸파를 연기한 휴 그랜트가 부른 'Oompa Loompa'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요소를 압도하는 건 티모시 샬라메의 존재감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전진하는 청년의 서사와 타인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비범한 모습은 그의 '어린 왕자' 같은 이미지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1995년생임에도 여전히 소년처럼 웃는 그의 미소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아우라가 있다. 그리고 마법과 함께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 그를 관통하며 영화적 리얼리티를 더 획득한다. 앞서 말했던 기계적인 캐릭터들과 단조로운 서사 등의 아쉬운 요소도 티모시 샬라메라는 존재 덕분에 설득력을 얻고, <웡카>는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큰 스크린에서 볼수록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던 <웡카>. 티모시 샬레메가 초대한 순수의 시대에 흠뻑 빠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단, 관람 후 초콜릿을 찾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