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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03. 2024

'마동석'이란 장르에게 기대하는 것

<황야> 볼까, 말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화계가 어려웠을 때도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범죄도시>의 두 번째 시리즈는 1,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코로나 이후 천만 영화는 힘들 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단번에 날려 버린 메가 히트작이었다. 이후 마동석은 국내와 할리우드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극장으로 사람을 모았다. 그의 영화엔 관람 전부터 관객이 기대하는 장면이 있다. 악인을 떨게 할 정도로 강력한 주먹, 다소 귀찮은 표정으로 날리는 유머 등을 예로 들 수 있고, 많은 작품이 이 기대에 부응하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약속된 순간들은 '마동석'을 배우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황야>는 대지진 이후 초토화된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폐허가 된 건물 사이에서 구정물을 마시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남산'을 연기한 마동석은 야생에서 직접 사냥한 고기를 팔아 생활하는 사냥꾼으로 이번 영화에서도 강한 힘을 뽐낸다.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양기수(이희준) 박사의 광기 어린 실험이다. 양 박사는 상처를 금방 회복하는 극도의 재생 능력을 갖춘 인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비인간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황야>는 이 실험을 저지하고 양 박사 일당을 응징하기 위해 주먹을 날리는 마동석, 아니 남산의 이야기다.

<황야> 속에 등장하는 무너진 세계는 마동석의 영화로 한정하면, 독특한 설정을 가진 무대다. 기이한 환경과 미지의 적들을 상대로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세계를 철저히 배경의 이미지로만 활용하려 했다. 초반부에 호기심을 가지게 했던 양 박사의 기괴하고 의문스러운 실험에도 <황야>는 점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런 탓에 스토리와 플롯이 복잡하지 않고, 특별한 갈등 구도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대신, <황야>는 현실에 없는 세계를 무대로 리얼리티에서 해방된 채 자유로운 액션을 추구하려 했다. 마동석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애초에 서사보다는 액션 위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하나의 장르가 된 마동석의 영화에서 기대하는 순간도 그 액션이 폭발하는 장면에 있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완성된 채 등장하는 마동석이 주인공인 영화에 필요한 건 새로운 이미지를 가진, 동시에 더 강력한 힘으로 관객을 긴장하게 할 빌런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 <황야> 속 빌런들은 그 기능을 충실히 한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상대할 수 없기에 강력한 도구(큰 칼과 산탄총)를 베이스로 한 액션이 펼쳐진다. 덕분에 주먹 위주의 액션보다 더 빠르고 타격감이 높은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신체가 훼손되거나 피가 낭자해 잔혹한 장면도 많은데 이를 영화로 즐길 수 있어야 화끈한 마동석의 액션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황야>는 마동석의 다른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이 기대했던 걸 보여준다. '마동석'이라는 장르에 익숙하고, 여기서 소비할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관람하는 관객은 충분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영화를 제작하며 제작진과 배우 스스로 '마동석'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선택한 '넷플릭스'라는 시청 환경에서도 충분한 수요가 예상되고, 공개 이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대로 이 장르에 큰 기대가 없고 다가갈 마음이 없다면, <황야> 속 여러 요소가 가볍고 요란하게 보일 수 있다. 마동석 장르의 작품은 마동석의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서사와 다른 캐릭터가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재미의 휘발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대중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장치에 조금씩 거부감을 가질 시기도 되었다. 마동석이 마동석이란 장르를 복제하며 스스로가 클리셰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더 강한 힘을 추구하며 팽창한 마동석이라는 장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범죄도시4>를 비롯해 이어질 영화들은 어떻게 이런 약점을 보완해 나갈까. 이 장르의 진화를 목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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