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볼까, 말까?
놀라운 흥행을 이어온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모았던 <외계+인 1부>는 154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혹독한 평과 함께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 건 더 뼈아팠고, 바로 이어지는 2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던 치명적인 스코어였다. 애초에 하나의 이야기를 완전히 닫고 또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는 프리퀄/시퀄보다 리스크와 규모가 큰 기획이었다. 전 편의 관객을 기반으로 흥행을 예측한다면 큰 기대를 할 수 없던 상황. <외계+인 2부>(이하 <외계인>)는 1부의 부진을 만회하고 시리즈 전체를 부흥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을까.
<외계인>은 다양한 영화의 이미지를 소환하고, 거기서 시각적 즐거움을 줬던 작품이다. 중국의 고전 소설 및 무협지, 혹은 '주성치'가 연상되는 무술과 도술을 시작으로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 '아이언 맨'을 연상케 하는 수트 등 많은 영화 팬을 즐겁게 했던 요소가 한국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훌륭한 레퍼런스를 발판으로 뛰어난 VFX 기술이 만나 스펙터클한 영상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즐겁게 봤던 영화가 오버랩 되는 그 순간이 지나면 영화가 공허해진다. 마음 둘 데가 없이 스크린을 마주한 채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외계인>은 여러 측면에서 작품의 결이 갈라진다. 우선, 기획부터 한 편의 이야기를 두 개의 '부'로 나눴다. 시리즈물을 제외하면 이런 기획은 관객에게 낯선 구성이었다. 그 때문에 1부는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찝찝한 느낌이 있었고, 2부와 함께 이야기 전체에 온전히 이입하는 데도 진입 장벽이 있었다. 형식 외의 스토리도 갈래가 나뉜다.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가지 축에서 서로 다른 세계관과 규칙을 바탕으로 각각의 캐릭터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두 개의 시간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구성은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외계인>은 이 두 축과 이야기 전체의 중심을 잡아줄 설정이 얕아 몰입하기 어려웠다.
<외계인>은 1부와 2부를 통틀어 264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장대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세계관 설정에 관심이 적다. 우리의 현실 세계와 거리가 있는 '외계인 및 미래 기술'과 '도사 및 도술'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그 설정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짧은 내레이션과 대사 정도의 설명에 그친다. 아마도 앞서 오버랩된다는 다양한 영화 및 장르에 익숙한 지금의 관객이라면, 큰 의문을 갖지 않고서도 이야기를 따라올 거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맞다. 현대의 관객이라면, 이 영화 속 다양한 설정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을 거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제대로 된 세계관 및 캐릭터 설정에 시간을 쏟지 않은 탓에 이 영화만이 가진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단편적인 영상이 아닌, 이야기로서 <외계인>을 봐야 할 동기를 제시하지 못한다. 화려한 이미지 안에 <외계인>만의 정체성과 특색을 구축하지 못 해 볼거리가 지나간 뒤 마음에 남는 게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이해는 되지만, 거기에 이입해 감정적 쾌감을 느끼지는 못하는 장면들의 나열. 이처럼 <외계인>은 시각 기술의 화려함이 극대화될수록 내러티브로서의 매력이 점점 떨어진다.
특히, 따로 보면 익숙한 과거와 미래의 설정이 부딪힐 때 <외계인>의 아쉬움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이 영화의 백미는 과거와 현재의 인간, 그리고 미래라고도 볼 수 있는 로봇이 팀을 이뤄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액션 시퀀스에 있다. 여기서 도술과 미래의 기술은 서로를 보완하고, 카메라라는 이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며 1부와 2부를 통해 쌓아왔던 모든 걸 폭발시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 역시 촬영 및 편집 기술의 유연함만 더 돋보이게 할 뿐이었다. 앞서 말했듯 영화의 세팅을 세밀하게 하지 않았기에 이질적인 존재들이(과학, 비과학, 외계인 등) 한 공간에서 힘겨루기할 때 어떤 대미지를 줄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외계인>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각자의 법칙 아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두 세계가 충돌하는데,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설정이 모호하다. 극단적으로 이렇게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과거에 도술은 현대라는 무대에서 어떤 양상을 보여줄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캐릭터를 넘어 장르(굳이 분류하자면 '오컬트'와 'SF') 간의 충돌이라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이런 질문에 답을 못 찾았기에 <외계인>에서 다른 시간대(장르)의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건 실체 없는 잔상들의 맥락 없는 싸움 같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반대로 실체가 있는 존재들 간의 충돌로 생각한다면,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다른 시간대의 캐릭터들이 부딪힐 때마다 영화엔 균열이 일어나 이입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외계인>은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향한 제작진의 애정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이를 우리의 토대 위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데 더 의의가 있어 보인다. 눈에 담을 인상적인 이미지는 있으나 마음에 기록해 둘 이미지가 없어 아쉬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