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계가 혼란에 빠지기 전까지 러시아의 매력과 여행의 감동을 전하며 지낸 사람이었다. 오랜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러시아 알리는 일을 했던 그 몇 년 동안은 퇴사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듯 꿈을 찾은 기분에 무척 행복했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고 기억하는 '러시아'를 그저 남기고 싶어시작했던 끄적거림들은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이후 사명감처럼 다가왔다. 이후 좋은 기회를 만나 여행책으로 러시아를 알릴 수 있었고, 때마침 시기도잘 맞아서블라디보스토크 중심으로 국내에서 러시아 여행에 대한 관심은 상한가를 쳤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출처: dzen.ru)
그러나 2020년 코로나가 세상을 덮은 이후 러시아로 가는 하늘길도 막혔다.
언제 정상화될 지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속 겨우 생업을 이어가며 잠시 멈춤의 시간을 보내던 중,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왜? 21세기에 전쟁이라니?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간 이러한 상황은 모두를 당황케 했다. 다들 러시아, 아니 정확히는 푸틴의 속사정을너무 몰랐다. 나름의 이유가 쌓여 그가 자기만의명분을 만들고 있었던 걸눈치 챈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깊은 속내나 이유를 막론하고 러시아는
어쨌든 세계가 부정적으로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제재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이후로 더욱 심해졌고,
한국에서는 러우 전쟁 발발 직후 정권이 바뀌자 서방에 편향된 기조를 견지하게 되었다.
21세기에 예측도 못한 전쟁(출처: visitnlo.ru)
이런 분위기에서 예전처럼 러시아 이야기를 하는 건 악을 두둔하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삭막했다.
러우 전쟁 이후 우리에게 러시아 또는 그와 관련된 것들은 '굳이 알려고 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 생긴 것이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희생자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서방도 잘한 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도 정치는 정치일 뿐, 양국 국민들은 무슨 죄냔 말이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과는 별개로, 또는 역으로 이러한 상황 때문에 러시아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분위기상 조심스러운 건 맞지만, 지적 호기심과 관심까지 막을 순 없지 않은가.
러시아를 알고 싶은 게 죄가 되나요?
그렇지 않다. 우리와 이웃 나라이기도 한 러시아의 유서 깊은 유산과 문화에서 배울 점들은 분명 많다. 물리적으로, 어느 부분에서는 심적으로도 가까운 나라인 만큼 현재 사건의 단편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심스럽게 러시아를 이야기해도 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장 뭘 거창하게 시작하려는 건 아니다. 그동안 꼭꼭 숨겨둔 걸 조금씩 꺼내 보겠다는 것이다. 한동안 열심히 남겨뒀다가 코로나와 전쟁으로 더이상 쓸모가 없어 서랍 속에 넣고 덮어버렸던 러시아, 그중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야기를지금에서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