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면 다 합니다

사회 초년생의 눈칫밥

by 모험소녀

생애 처음 입사를 해보니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었다.


입사 동기들은 나보다 나이가 적게는 1살, 많게는 10살 위라, 막내인 나를 잘 챙겨줬다.

하지만 난 되려 어린 티를 내고 싶지 않 점잔을 빼곤 했다.

입사 동기들과의 즐거운 연수 절도 잠깐,

가장 빡세고 사람 많은

거대 팀으로 발령 받았다.


팀 분위기 파악도 해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을 테니 뭐든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젊은데 뭔들 못하겠나!


그 다짐을 하자마자 나는늘한 사회를 경험했다. OJT(직장 내 교육훈련)고 뭐고 무슨 일이든 내가 '눈치껏' 다 '알아서' 해야 했기 때문. 너무 바쁜 팀이었다. 사수의 가르침은 생각보다 너무 짧 끝났고, 팀원들은 다들 자기 일에 집중하느라 대화고는 온통 업무와 관련된 것들뿐이었다.


그래도 나의 장점. 시키면 다 한다.


그냥 누가 봐도 시키는 일 잘 할 것 같은 이 아이는 총무와 서무 일이 가장 괴로웠다.

공지사항에 회신 달라고 전 팀원에게 메일을 뿌리면 어쩌다 한 명 답이 올 뿐. 차라리 찾아가는 서비스로 일일이 확인하러 다니는 게 맘편했다. 덕분에 팀원 한사람한사람과 안면을 트고 안부를 주고받는 기회가 긴 했다.

사람들 개개인은 다 좋은데 왜 팀은 힘들까.


그렇게 다 돌고 전화 받고 쩔쩔매다 심부름 다녀오고 나면,

나의 본업은 늘 6시 이후나 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야근으로 이어졌고 매일 늦은 퇴근을 일삼았다.


근무 중 날아드는 동기들의 메신저 단체 쪽지는 내게 사치였고, 점심 후 잠시 콧바람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 만큼 업무에 눌려있었다.


정년을 앞두신 부장님이 열일하는 내 자리 옆에 스윽 와서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며 껄껄 웃으시는 게 나에 대한 유일한 관심과 위로로 느껴질 정도였다.

아! 사회는 이렇게 차가운 곳이구나.



침울한 기분에 한 번은 기분 전환 겸 머리 스타일을 바꿔 까 해서 펌을 하고 출근했다.

다른 팀 아는 과장님이 같은 엘레베이터에 타셨는데, 인사하는 나에게 장난스레 한 마디 건넸다.


"진영씨, 어제 수능 봤다고 파마하고 온 거에요?"


아, 그렇다면서 폭소를 하며 지나쳤지만,

나는 아직도 남들에게는 그저 어린 학생처럼 보여질 뿐이고,

그런 '애송이'가 사회에서 잘 해보겠다고 시키는 일 열심히 하며 눈칫밥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살짝 씁쓸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른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사회 생활을

겸손과 순종으로 조금씩 받아들이게 될 때즈음,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Point2. 붙잡고 조언을 구하자!

사회 초년생은 늘 어깨에 힘이 들어가있다. 매순간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물론 '할 말은 하는' 지금의 신입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 눈치 살피고 거기에 맞추다 보면 막내가 팀 분위기를 이끌지는 못하고 오히려 거기에 끌려가게 된다. 극심한 업무에 눌려 있고 여유마저 없다면 바보 같이 참지 말고, 일단 사수든 선배든 연차는 많지 않으면서 나와 마음이 맞는 이들을 붙잡아 SOS를 쳐보자. 초년생으로서의 고충에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직속 상사의 경우 업무적인 결정권이 있을 뿐, 당장 체감할 만한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배나 사수라면 비교적 최근 자신이 지내온 시간들을 바탕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나눠주고 도와주려 할 것이다. 나아가 멘토가 되어주거나, 업무적으로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인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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