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스물 셋

사회 바보에게 이른 시기 들이닥친 버거운 행운

by 모험소녀

나만큼은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을 줄 알았고, 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옛날 일기장을 보면 아니다. 매번 자신 없어했고, 취업에 대한 압박을 느끼며 살았다.

사람의 기억은 이토록 왜곡되는구나.


요즘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이력서 채우기 위해 휴학은 기본, 스펙 쌓으며 바쁘게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시대가 변한 걸 보면, 우리 때는 참 마음 편하게 대학 생활을 했구나 싶어 새삼 감사하다.



무슨 배짱인지 졸업은 제때 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교환학생 다녀온 직후 휴학 없이 스물 셋, 4학년을 맞이했다.

그제서야 취업의 현실과 맞닥뜨렸다.


막연히 언론계 취업을 희망했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될 턱도 없겠지만 도전은 해보자고 인턴을 지원했다. 주요 언론사 인턴 자리 몇 차례 물 먹은 후 다행히 한 곳에서 나를 받아주었다.

그러나 인턴기자 두 달 구르고 보니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깨달았다.

역시 미리 경험해보는 게 약이다.


다시 고민에 들어갈 즈음,

'시험 삼아서',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원서를 낸 모기업. 운좋게, 덜컥 합격했다.


러시아어 원어민 수준에 스펙도 화려한 대학 동기, 선배와 함께 시험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자신감이 한껏 꺾여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 러시아어 회화 시험에서 '회사 오면 뭘하고 싶냐' 물음에 내가 '러시아를 잘 살도록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 대답에서 왠지 합격의 원인을 찾고 싶었다.

아마도 회사는 내가 일 시키면 군소리 없이 잘할 것 같아 겸손함에 손을 들어준게 틀림없다. 그래도 기뻤다.


이제와 보니 너무 이른 시기에 운이 따른 건 나중에 더 방황하게 될 거란 일종의 복선이기도 했다.
몸소 체험한 바, 정말 그러했다.


4학년 2학기 시작 두 주 남짓, 나는 남은 수업 일수를 레포트 제출로 대체하고 입사했다.


고작 스물 셋!


사회 생활이라곤 한 달 교생, 두 달 인턴기자 생활이 전부였다.

재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조용하고 내성적인 난 모든 게 소극적이었다. '그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 장학금을 받고, 차라리 용돈을 절약해서 쓰자'는 소신이 돌아보니 결코 바람직한 건 아니었다.


나는 어떤 게 사회인지, 무엇이 회사 생활인지 잘 모르는 바보였다.

학교에서 모범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 그게 딱 나였다.


회사란 곳에는 서로 챙겨주는 가족적인 분위기, 아니면 적어도 으쌰으쌰 동료애 정도는 있겠거니 했다.

그렇게 나는 사회에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온 우주의 기운은

어설픈 사회 초년생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기 위해 스멀스멀 몰려오기 시작했다.



Point1. 학생 때 하나라도 더 경험해 보자!

학생 때는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고, 직장인은 돈은 많아도 시간이 없다. 학생의 특혜를 마음껏 누리자! 요즘은 스펙의 시대라고는 하나, 보다 실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용돈 벌이와 직업 체험이 가능한 인턴 제도나 아르바이트를 적극 활용할 것. 막연하게만 꿈꿔온 회사가 있다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확인해 보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모기업 인턴을 하며 꿈과 현실의 괴리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를 여럿 봤다. 단기간이나마 일을 통해 통장을 좀 채워놨다면 여행도 떠나보자. 그냥 먹고 노는 여행도 좋지만, 어떤 테마를 가지고 '남는 여행'을 하면 나만의 포트폴리오로 남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다양한 경험과 과정을 통해 내게 가장 '잘 맞는',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의 '실체'를 발견하는 것! 그래야 취업을 해도 방향을 잘 잡아갈 수 있고 오래, 또 깊이 갈 수 있다. 쉽게 얻은 건 쉽게 잃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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