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지난 이야기

사회 초년생의 갑갑한 성장일기

by 모험소녀
퇴사, 그 후


두 번째 퇴사하고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다.


첫 퇴사 때는 불안함에 1년 반도 못 견디고 다시 같은 회사로 돌아갔지만,

두 번째 퇴사 이후 지금은 다른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방향을 잡아가는 중이다.

이전보단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 안정을 찾은 느낌은 있다.

응원해 주시는 주변 분들도 있으니 늘 감사 따름이다.


홀로서기,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동안 수없이 취업을 하는게 맞을까, 이렇게 있어도 되나, 현실적인 자각이 나를 계속 흔들어 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혹은 다행히,
나를 원하는 곳도, 내가 원하는 곳도 없었던 그간의 상황들이 굳건히 홀로서기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줬다.
먹여 살릴 식솔들이 있는 게 아닌 상황도 어쩌면 큰 이유가 될 거다.


물론 근무 중 몰래 상사의 눈을 피해 스릴있게 뒷담화 나눌 동료가 없고,

월급쟁이 때와는 달리 돈벌이 할 고민이 연속되는 매일을 맞이할 때면,

역시 정신력이 웬만큼 강하지 않으면
이 생활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걸 버려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

내가 얻고자 하는 무언가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면,

가진 걸 버리더라도 버틸 힘이 생긴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대부분 결정에 대한 후회로 치닫고 만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군가의 퇴사 이야기가 유행처럼 번졌고,

'그래서 퇴사 후에 나는 이렇게 살고 있노라' 사람들 경험담 속에서 너도나도 희망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퇴사 이후의 삶을 찾은 그들에겐 자신만의 능력이든, 독특한 사고방식이든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것(믿는 구석)이 없었다. 대책도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이고 원체 자기 주장 잘 안 하는 성격인 나는 항상 순종적으로 살아왔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거란 건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분노는 나의 힘'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


정확히는 분노라기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스스로 콘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극한의 상황까지 가서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는 '동력'이라고나 할까.




러시아 타령에서 벗어나 잠시 지난 날을 돌아보려 한다.

코로나19로 아무것도 못하게 된 마당에 이런 정리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때 기사에서 '배부른 이야기'라며 악플 달렸던 그 스토리, 실상을 들춰보면 그 속내는 쓰디쓰다.


시대가 변해 이미 고리타분해졌을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있던 사회 초년생 이야기, 한 때 싸이월드에서 속사포 랩처럼 늘어놓은 에피소드와 속앓이, 그리고 두 번의 퇴사와 홀로서기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볼까 한다.


그렇다고 예전 회사나 특정 인물에 대한 험담을 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덕을 많이 본 나는 회사에 늘 감사하다. 예전 동료들과도 여전히 잘 지내며 서로 응원한다.


이제와 보니 유토피아는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회사 속 풍경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나 비슷비슷하다.

거기서 누구나 겪었거나 느꼈을 법한데 평소 의식하지 못한 '우리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사회에 몸 담은 동안 내가 느낀 감정들과 다른 이들도 공감할 만한 것들, 거기서 당시 내가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던 포인트를 짚어내 유사한 사례로 힘들어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고자 한다.


퇴사 직후에 썼다면 주관적인 감정들로 넘쳐났겠지만, 시간이 지나 이젠 객관성을 찾았으니 지금이 적기다.

물론 당장이 어려운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세상 먼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정작 온전한 해결책은 제시해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못 참고 뛰쳐나온 나보다

지금 그 자리를 잘 견뎌내고 있는 당신이 진정한 승자라는

룩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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