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우비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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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그림자

"여우비" 기억을 잇는 비, 마음을 적시는 사랑 - 11장 -

by 소선 Jan 30. 2025

비가 그친 하늘은 맑았지만, 서하의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현우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그 다짐을 시험하는 듯했다.

“서하 씨, 다음 주 기획안 제출 일정이 앞당겨졌어요. 준비할 수 있겠죠?”

상사의 말에 서하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네, 문제없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조약돌을 꼭 쥐며 떨리고 있었다.

‘또 늦으면 안 돼. 이번엔 내가 지켜야 해.’


퇴근 후, 카페.

현우는 창가에 앉아 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지만,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 얼굴을 밝히며 일어났다.

“서하 씨.”

서하는 그의 환한 미소에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또다시 불안감이 밀려왔다.

‘나는 정말 이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


서하와 현우는 서로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즘 많이 바쁘죠?”

현우의 질문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지만 이번엔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서하 씨가 그렇다면 믿을게요.”

현우는 미소 지었지만, 그 눈빛에는 미묘한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근데 서하 씨, 혹시 요즘 꿈 꾼 적 있어요?”


서하는 그 말에 놀라며 물었다.

“꿈? 무슨 꿈이요?”

현우는 조약돌을 손끝으로 굴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자꾸 개울가가 나오는 꿈을 꿔요.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그는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다가 사라져요.”

서하는 그의 말을 듣고 손끝이 떨렸다.

“나도 그래요. 그 꿈…”


서하는 주머니에서 조약돌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 돌이 꿈속에서도 나를 따라와요. 그리고 그날의 기억이 조금씩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아요.”

현우는 조약돌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이 돌… 정말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일까요?”

서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젠 그 돌에 의지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현우 씨와 내가 선택한 지금이 더 중요해요.”


그러나 현우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이었다.

“맞아요. 그런데 가끔은 내가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서하는 그 말에 마음이 아려왔다.

“현우 씨…”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쥐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런 생각 하지 마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었어요. 앞으로도 내가 지킬 거예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믿어볼게요. 이번엔 우리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창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하는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여우비는 우리에게 신호를 주는 것 같아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신호가 아니라 응원일 거예요. 우리가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비가 점점 강해졌다.

서하는 조약돌을 손에 꼭 쥐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흔들리지 않을 거야. 이제는 기다림이 아니라 함께 걸어갈 시간.’


비가 내리는 거리 위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는 나란히 겹쳐졌다.

서하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현우 씨, 비가 그쳐도 괜찮죠?”

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그쳐도 우린 멈추지 않을 거예요.”


비는 천천히 잦아들고 있었다.

서하는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조금씩 흐려지는 유리창 너머로 현우의 반사된 모습이 보였다.

그는 손에 조약돌을 쥐고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현우 씨.”

현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요?”


서하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도 불안해요?”

현우는 조약돌을 손에 쥔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하 씨가 이렇게 옆에 있는데도 가끔은 그래요. 이게 너무 아름다워서, 언제 깨져버릴까 봐 무섭거든요.”

서하는 그의 말에 조용히 손을 내밀어 조약돌을 덮었다.

“그건 깨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거예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믿어볼게요.”


비는 완전히 멈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흔들리는 감정이 남아 있었다.

“현우 씨.”

서하는 손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현우 씨를 기다릴게요. 그러니까 나도 기다려 줘요.”

현우는 그녀의 말에 미소 지었다.

“이젠 기다리지 말고 함께 걸어가요.”


그러나 그때, 서하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회사에서 온 급한 메시지였다.

“서하 씨, 내일까지 추가 보고서 준비 필수. 일정 변경 불가.”

서하는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엔 약속을 깨뜨리면 안 돼.’

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서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회사에서 급하게 자료를 준비하래요. 하지만 이번엔 괜찮아요. 약속 지킬 거예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서하 씨가 나를 믿는 것처럼, 나도 서하 씨를 믿어요.”

그는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서하 씨도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해요.”

서하는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번엔 내가 더 잘할게요.”


창밖의 하늘이 서서히 개기 시작했다.

서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었다.

“비가 그쳤네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비가 없어도 우린 괜찮아요.”

서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미소 지었다.

“맞아요. 이젠 비가 아니라 우리가 이 관계를 지킬 거예요.”


다음 날, 서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뒤 곧바로 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하:  

“끝났어요. 이제 바로 갈게요!”


현우는 금세 답장을 보냈다.


현우:  

“잘했어요. 기다릴게요.”


카페에 도착했을 때, 현우는 창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서하는 조약돌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현우 씨, 이 조약돌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준 상징이었죠?”

현우는 조약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돌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서하는 조약돌을 그의 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이 돌은 과거의 약속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를 위한 상징이에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조약돌을 꼭 쥐었다.

“서하 씨, 이젠 비가 오지 않아도 우리는 괜찮겠죠?”

서하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 지었다.

“비가 없어도 괜찮아요. 이제 우리가 서로를 선택했으니까요.”


창밖에서는 마지막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비가 아닌 서로의 손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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