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기억을 잇는 비, 마음을 적시는 사랑 - 10장 -
비가 그치고, 거리는 맑은 빛을 되찾았다.
서하는 창가에 앉아 여전히 젖어 있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지난 며칠 동안 쌓였던 불안과 혼란은 조약돌처럼 그녀의 손 안에 차갑게 남아 있었다.
‘이젠 비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녀는 조약돌을 손끝으로 굴리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지금은 내가 선택할 시간이다.’
그날 저녁, 서하는 현우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번엔 늦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서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늘은 구름이 걷히고 노을빛이 비치고 있었다.
“오늘은 비가 없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괜찮아. 비가 없어도 우리는 이어질 거야.’
카페.
현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창가 쪽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하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서하 씨, 오늘은 빨리 왔네요.”
서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고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가만히 미소 지었다.
서하는 테이블 위에 조약돌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현우 씨, 이 돌 기억하죠?”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이 돌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줬잖아요.”
서하는 조약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돌렸다.
“그런데 이젠 이 돌에 기대지 않으려고 해요. 이건 과거의 약속이었으니까요.”
현우는 조약돌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요. 이젠 우리가 만든 약속이 더 중요하죠.”
서하는 조심스럽게 현우의 손을 잡았다.
“현우 씨, 이제 더 이상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요. 이번엔 내가 선택할 거예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래요. 이제는 비가 아니어도 우리 사이를 지킬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순간, 서하의 휴대폰이 울렸다.
회사에서 온 메시지였다.
“긴급 회의 소집. 1시간 내 참석 바람.”
서하는 순간 당황했다.
‘왜 하필 오늘?’
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서하는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으며 말했다.
“회사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어요. 회의가 잡혔다고…”
현우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가봐야겠네요.”
서하는 그의 반응에 더 초조해졌다.
“현우 씨, 이번엔 다를 거예요. 회의 끝나고 바로 연락할게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서하 씨, 난 괜찮아요. 하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이번엔 꼭 지켜주세요.”
서하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약속했다.
“반드시 지킬게요. 이번엔 나도 우리 관계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현우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회의실.
서하는 회의에 집중하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현우의 얼굴과 그의 마지막 말만이 맴돌았다.
‘이번엔 꼭 지켜야 해.’
그녀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휴대폰을 꺼냈다.
서하:
“회의 끝났어요. 지금 갈게요!”
카페로 다시 향하는 길.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은 다시 흐리기 시작했다.
서하는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는 비에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가 선택했으니까.’
카페에 도착했을 때, 현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현우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번엔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서하는 그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 두 사람은 새로운 약속을 했다.
서하는 조약돌을 꺼내 현우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건 이제 우리의 시작을 상징하는 거예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약속으로요.”
현우는 조약돌을 손에 꼭 쥐며 말했다.
“서하 씨, 이제 우린 비가 없어도 함께할 수 있을 거예요.”
노을이 지고, 거리는 어둠에 물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여전히 따뜻했다.
서하는 조약돌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속삭였다.
“비가 그쳐도 괜찮아. 이젠 우리 선택을 믿어.”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서하는 카페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현우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커피잔을 돌리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간은 불안보다는 편안함에 가까웠다.
“비가 내리네요.”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하는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비는 우리를 시험하려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것 같아요.”
현우는 조약돌을 손에 쥐며 말했다.
“이 돌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줬지만, 이제는 우리가 서로의 선택을 지켜야 할 때네요.”
서하는 조약돌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맞아요. 이젠 운명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현우는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비가 멈추더라도, 이제 우린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비가 내리는 소리만이 카페를 감싸고 있었다.
서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속 깊은 불안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현우의 손을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현우 씨,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아요. 내가 선택했고, 그 선택을 지킬 거예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저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함께 걸어갈 준비가 됐으니까요.”
비가 점점 잦아들었다.
서하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약돌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녀는 천천히 조약돌을 현우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젠 이 돌이 없어도 우린 괜찮을 거예요.”
현우는 조약돌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미소 지었다.
“그래요. 이 돌은 우리가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줬지만, 이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니까요.”
비가 그치고, 거리에는 맑은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우의 손을 잡았다.
“이제 더 이상 비를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함께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현우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꼭 잡았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부터예요.”
밖으로 나서며 두 사람은 젖은 거리를 함께 걸었다.
서하는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비가 올 때마다 우린 더 강해질 거예요.”
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우린 괜찮을 거예요.”
거리에 남은 물웅덩이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서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여우비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 것 같아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으며 대답했다.
“이제 그 기회를 우리가 지켜가야죠.”
비가 그친 하늘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서하는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과거의 기억에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결심이 그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갔다.
비에 젖은 돌들이 반짝이는 길 위에서,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