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롬나 Aug 07. 2024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 꼭 잘해야 돼?

꿈#1 나는 예술가의 기질이 타고 난 걸까?


9살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학교에 도착했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친구들이 환호해주는 모습 속에 나가서 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침 조례에서 내 이름이 불러졌고, 상을 연달아 받았다. 심지어 상을 받고 나가는데 다시 이름이 불러졌고, 상을 또 받았다. 그리고 오후 담임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마지막으로 상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어떤 상인지 왜 내가 받는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 상을 받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을 많이 꿨지만, 내가 자각한 생생한 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순식간에 여러 개의 상을 받았고, 꿈에서 깨어나고 나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 꿈을 꾸고 나서 보란 듯이 나는 9살부터 초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매해 끊이지 않고 상을 계속 받았다.      

사생대회, 글쓰기 대회 등 글과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심지어 집 앞 대형 마트에서 진행하는 대회에서도 대상을 타서 현수막에 내 이름이 몇 개월 동안 걸려있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3개나 먹게 해주는 엄마의 너그러움과 함께 행복한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잘하는지 인식도 하기 전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대회를 나가게 되었고 나가면 금상, 대상 등 굵직한 상들을 석권해왔다.

그러다 보니 나는 혼자 자아도취에 빠져서, 태어날 때부터 예술적 재능이 특출나다고 스스로 착각을 하게 되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상 받는 시기가 지나고 중학생이 되었다.     

나에게 옵션으로 탑재되어 있었다고 생각한 재능은, 어느 순간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자각하면서 내 색깔을 잃어가며 퇴색되고 있었다.


고1 때부터 스스로 객관화시키며 공부에 전념을 하기로 했는데, 희한하게 같이 지내는 친구들 중 절반이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있었고,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주변의 친구들은 자연스러운 매개체가 되었다. 친구 따라 간 미술학원은 잠재되어 있었던 예술적 관심이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부모님께 바로 상의를 했고, 내가 예술 계열로 가는 것에 한번 해보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부푼 꿈을 안고 간 미술학원에서도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은 너무 많았고, 살아남기 위해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운 좋게 결과가 좋아서, 그것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착각을 한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운 좋은 걸 넘어선 실력을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감당하지도 못했고, 그에 비해 노력도 없었던 나는 점점 가야할 길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좋아하는 것들을 점점 외면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계열을 떠난 게 4년쯤 지났고, 오히려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그것을 잘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으로 보기 시작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다보니 다시 전시회, 사진,그림,일러스트로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것을 표현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자꾸만 남과 비교하며 내 실력에 자신 없어하는 스스로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향으로 개성 있게 나를 표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꼭 잘해야 하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더 표현하며 자유롭게 살고 만족하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한번 사는 인생 더 늦기 전에 망설이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시작해 보고 싶은 열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 마음껏 해보는 거 어때요?


fromna_grida@naver.com

https://www.instagram.com/fromna_grida



이전 01화 패션디자인 전공자가 디자인을 포기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