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일기
지난 7월 둘째 주 주말을 끝으로 요가원 수강 기간이 종료되었었다. 재등록을 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바로 다음 주는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름휴가를 가기로 예정되어 있어 요가 수업을 많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 등록하면 돈이 아까운 상황. 그리고 그다음 주인 7월 4주 차는 선생님의 휴가로 인한 요가원 휴강 기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2주를 내리 쉬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의 '2주간의 요가 방학'이 끝났다. 아침에 요가원 재등록을 한 뒤, 바로 빈야사 수업을 들었다. 2주의 공백과 더불어 무려 네 번째 손가락에는 깁스를 한 상태로 말이다.
사실 오늘 아침 요가원에 가기 전에 작은 두려움이 찾아왔었다. '2주 씩이나 전굴, 후굴을 위한 유연성 동작을 하지 않았으니 몸이 많이 경직되었겠지?', '또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처럼 오늘 수업이 끝나고 나면 진이 다 빠지겠지?', '손가락에 깁스를 하고도 요가를 가는 게 맞을까' 심각한 고민은 아니었지만 마음에는 분명 '두려움'같은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요가원에 갔다. 아무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내 삶에는 '요가'가 사라질 테니 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편안하게 오늘의 수련을 끝마칠 수 있었다. 네 번째 손가락의 깁스도 생각보다는 거슬리지 않았고(손가락이 휘어지지 않게 주의했다), 우르드바 다누라사나 동작에서 바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에카파타로, 그리고 여기서 바로 시르시 아사나로 연결하는 역접근(?) 과정도 처음 시도했다.
물론, 모든 것이 스무스하지는 않았다. 허벅지 다리 근육을 잘 써야 하는 전사자세(비라바드라사나)-삼각자세(우띠따 트리코나아사나)-그 다음 길게 늘인 측면 각도 자세(우띠따 파르스바코나아사나)를 연이어 취할 때는 허벅지 근육을 전처럼 쓰지 못해 자세가 쉽게 흐트러졌고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다. 내가 제법 자신 있게 하는 동작인 쟁기자세를 할 때도, 다리를 뒤로 넘긴 뒤 다리가 살짝 굽혀져서 뒷다리를 쫙 펴는데 힘을 써야 했다. 역시 공백은 티가 난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했으니, 아마 잃었던 실력(?)은 다시 찾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실려도 점점 좋아지겠지.
사실 요가뿐 아니라 모든 일이 그랬다. 한참을 하던 일을 쉬면 의심의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 '너무 힘들진 않을까?'... 그런 생각들은 일, 취미, 관계(이 경우엔 서먹해짐이 걱정되기도 하고...)등 삶의 여러 방면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늘 이 두려움을 뛰어넘어 다시 시작하는 데는
1) '할 수 있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
2) '뭐, 못하면 어쩔 거야?' 무대포 정신,
3) 걱정도, 기대도 하지 않는 루틴에 기댄 '무념무상'의 자세가 필요했던 것 같다.
오늘 나도 이 세가지 툴(?)을 활용해 겨우 요가원에 갔다. 그리고 2주 만에 다시 요가를 하니 너무 좋았다. 평소엔 좀처럼 시원하게 펼칠 기회가 없는 가슴 앞부분과 등 근육을 쫙 펼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물론 실력이 후퇴한 것 같은 기분 또한 느껴야 했지만…!) 이제 다시 한 여름의 습기와 무더위를 뚫고 꾸준히 출석하며 수련하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는 두 눈을 꼭 감고 그냥! 무대포 정신으로 다시 시작해야 겠다. 내 머리와 마음이 만들어내는 상상속의 걱정보다는, 마주한 현실이 더 괜찮을 것이고, 궤도에만 오르면 결국엔 좋아질 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