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ian Cheong Feb 11. 2020

블록체인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블록체인이 바꾸는 노동과 자본의 조직 방식 변화

최근에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보니 공통적으로 받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아직도 블록체인 업계에 발 들이고 있느냐?", "블록체인 그거 망한 거 아니야?" 같은 것들이다. 블록체인은 2017년 연말의 거품 이후로 다 꺼져버리고 모두가 떠난 시장 아니냐는 말도 있다. 물론 2018년, 2019년을 지나오면서 그렇게 사라져 버린 사람도 많고, 금방이라도 바뀔 것 같던 세상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들은 거품 속에서 신기루만을 좇아다니며 막연히 들떠있기만 했던 걸까? 


업계 밖에는 다양한 이유를 꺼내며 블록체인 산업은 허구라고 말하거나, 암호화폐는 단순한 폰지사기라던가 하는 냉소적인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마저, “솔직히 나도 블록체인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블록체인은 모르겠고, 우리는 크립토만(?) 다루겠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보인다. 


비저너리 손정의 회장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손정의 회장께서는 "배를 타고 가며 바로 앞을 보면 멀미가 나지만, 수백 킬로 앞을 내다보면 바다는 잔잔하고 뱃속도 편안해진다.”라고 하셨다. 업계에 들어와서 다양한 사건들을 겪고 하루하루에 힘들어하다 보면, 우리가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내가 하는 일들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에 대한 고민을 잊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정리해보고자 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전에 앞으로 언급되는 블록체인은 중립적이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플랫폼과 그에 기반한 스마트 컨트랙트 등 일련의 서비스를 포함한 개념으로 쓴다. 전체의 흐름을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세세한 디테일, 규제 등 이야기는 생략한다.



블록체인은 노동과 자본이 조직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블록체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것인데, 크게 자본과 노동의 조직 방식(배치 방식)과 그 이용 효율성을 크게 바꿀 것이다. 마르크스의 말대로라면 경제의 핵심 요소인 노동과 자본의 조직 방식이 바뀌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전체 시스템이 재편되게 될 것이다. 내가 가진 토큰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어 대박이 나면, 내 자산(자본)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고, 회사도 때려치우고 건물이나 관리하면 되니 내 노동의 방식이 바뀌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좋긴 하겠지만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아니다.



노동은 어떻게 바뀌나


일하는 장소,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블록체인 위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어떤 조건”을 만족했을 때 “어떤 결과(보상)”이 이루 어질지에 대해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 “조건”과 “결과”는 한번 정해지고 나면, 임의대로 바꿀 수 없고 “조건”에만 부합할 수 있다면 누구나 그 스마트 컨트랙트에 지정한 "결과"를 받아갈 수 있다. 이 스마트 컨트랙트가 더욱 확장되면서 우리의 노동 계약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 


Evolution of mankind


예를 들어 (조건) 우리 집 좌표의 잔디를 깎아주면  (결과) 5만 원을 주겠다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존재한다고 치자. 누구나 그 조건을 만족시키고 그 임금을 받아 갈 수 있다. 보상금인 5만 원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생성될 때 이미 정해진 것이고 스마트 컨트랙트가 이미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는 일하고 돈 떼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일이 원래 지정된 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보상 또한 분배되지 않기 때문에 고용주는 돈만 받아 가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노동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을 위한 면접도 사라지게 되고 노동 계약서도 사라지게 된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직 요원한 이야기 같은가?


내가 만들고 있는 에이콘 프로토콜(Acorn Protocol)에서는 ‘불량 컨텐츠 심사’와 같은 일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사용자들에게 분배되고 있다. 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누구나 불량 컨텐츠 심사에 참여할 수 있고 업무를 수행한 만큼 보상을 받아 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온라인에는 다양한  바운티 헌터 프로그램이 존재하는데 실제로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앞에서 언급한 에이콘 프로토콜의 예를 들어 조금 더 설명해보자. 기존에 우리 회사에서는 불량 컨텐츠를 심사하는 사람들을 (파트타이머로) 고용해서 일을 맡겼다. 대략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검증할 수 있는 컨텐츠의 수를 계산하고, 하루 업무 시간 8시간을 곱한 뒤, 매일매일 검증해야 하는 컨텐츠 수량에 따라 고용해야 할 직원의 수를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필요한 인력보다 많은 수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람을 뽑아 계약서를 작성하고, 업무 교육을 완료한 후에야 일이 시작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비효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업무의 분배 관리가 시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다 보니, 직원 간의 업무 능률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고 지속적인 재평가를 위해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지고 다시 관리직을 맡는 직원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을 스마트 컨트랙트화를 시키고 나서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누구나 심사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업무를 참여하는 만큼, 그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아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파트타이머 직원을 고용해서 심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업무를 더욱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업무가 스마트 컨트랙트 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우리는 따로 파트타이머 면접을 볼 필요도 없어지고, 직원을 꼭 우리 사무실에 두고 관리할 필요도 없어졌다. 1시간 동안 고정적인 임금을 주고 더 나은 효율성을 발휘하기를 기도(!)하는 업무 방식에서, 명확하게 업무를 분배하고 업무처리량에 따라 보상을 지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를 위해 더욱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조건과 결과물이 블록체인에서 검증될 수 있게 되자.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 회사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심사 기제를 도입하면서 전체 비용을 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from MicroAge Manitoba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다양한 업무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지정되고 완수될 수 있는데, 이런 스마트 컨트랙트가 충분히 많아진다면 노동자는 한 회사에 소속될 필요 없이, 다양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골라 수행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용주 또한 다양한 업무를 스마트 컨트랙트 화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국가와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게 되는데, 실제로 우리 회사의 심사 업무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그 보상을 받고 있다. 


업무의 방식이 시간 중심(몇 시간을 일하였느냐)이 아닌 결과(얼마나 일하였느냐)로 바뀌고 공간의 제약도 사라져 버린다. 방금 든 예는 어떻게 보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단순 업무에만 이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하지만 이는 단순히 일을 어떻게 잘라서 분배하고 평가할 것인지의 차이만 가질 뿐이다. 그렇기에 더욱 복잡한 노동 또한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스마트 컨트랙트 화 될 수 있다. 이렇듯 노동의 조직 방식이 국가와 시간을 뛰어넘어 바뀌면서 노동의 수요 공급 곡선이 각 국가마다 다르게 움직이게 될 것이고 전체적인 노동 효율성은 급격하게 개선될 것이다.  



협업의 방식이 바뀐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사람 간 혹은 부서 간 혹은 기업들 간의 협업 방식도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부서 혹은 기업 내에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정의할 것인지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정의하고, 그 과정을 블록체인 위에 투명하게 기록하게 되면 전체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훨씬 투명해질 수 있다. 누가 아부를 잘한다거나, 포장을 좀 더 잘한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스마트 컨트랙트가 바뀌진 않는다. 부서 간의 협업 혹은 기업 간의 협업도 동일한 로직을 따를 수 있게 된다. 중립적인 평가자(스마트 컨트랙트)는 사내 정치의 개입을 배제하고, 모두가 효율을 위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credit: Toa Heftiba


에이컨 프로토콜을 한번 더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에이컨 프로토콜은 하나의 광고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의 연합체를 블록체인 기반에서 실현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는 일련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각 서비스 간의 기여도 (광고수익)를 투명하게 평가하고 각 서비스에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나눌 수 있게 한다. 특정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상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스마트 컨트랙트가 그 기여도를 평가하고 그 과정 또한 블록체인 위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국가의 다른 배경을 가진 서비스들이 걱정 없이 서로 신뢰를 가지고 협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여러 서비스의 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되고, 업체들이 협업하는 과정에서의 각종 관리 비용은 크게 낮출 수 있. 참여 기업들은 서로 어떻게 더 기여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아 갈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된다. 


이렇게 블록체인의 기반 위에서 서로 다른 기업, 부서들이 따로 또 같이 협업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내고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본은 어떻게 바뀌나


자본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개선된다

블록체인의 중립성과 불가역성은 서로 신뢰를 갖추지 않은 사람/플랫폼 간에 자산을 빠르고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이용해 우리는 암호화폐 자산을 빠르고 저렴하게 다양한 국가로 이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싱가폴과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노동자들은 고국으로 돈을 보내기 위해 예전처럼 사설 환전소를 찾지 않는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이를 고국의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계좌를 트기 힘든 아프리카의 다양한 사람들 또한 다른 지역으로 혹은 인근 국가로 돈을 보내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국경을 넘어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자본의 조직, 배치 방식이 빠르게 바뀌게 된다. 돈은 사람보다 똑똑하다. 


아래는 최근의 국가 간 명목 이자율의 차이를 보여준다. 

각 국가 중앙은행 고시 이자율 from investing.com


물론 장기적으로 실질 이자율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질 이자율에서도 유사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기존 시스템상에서 자본의 이동과 금융 시장 간의 연계가 다양한 이유로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우리는 이 비효율을 이용하여 쉽게 재정거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엔을 빌려 암호화폐로 바꾸어 러시아로 보낸 뒤 다시 러시아 루블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 (보통 이런 행위를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고 부른다)


암호화폐를 이용하게 되면 우리는 자본을 일본에서 러시아로 매우 저렴하고 빠르게 옮기면서 연리 6.26%의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국가 간 인플레이션율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큰 수고 없이 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바꿔서 이해하면 기존에 비싼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야 했던 러시아 사업가들은 훨씬 낮은 이자율로 일본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하기도 하고, 일본의 자본가들은 여유 자금을 빌려주면서 더 많은 이자를 벌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런 식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암호화폐와 결합되면서 그 효율은 더욱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는 국가 간 규제를 넘어 전 세계의 실질 이자율은 동일화 추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방식의 투자 상품에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ICO가 그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금융 시스템에 포함되지 못했던 20억의 인구에 더해,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금융 시스템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자본의 효율성은 급격하게 개선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돈을 벌 기회도 생길 것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바로 이 시장을 정조준하고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야망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한 국가에서 은행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훨씬 큰 그 이상을 의미한다. 


Facebook의 야심 찬 Libra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의 참여자들이 함께하고 있는 블록체인 위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탈중앙화 금융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비싸게 돈을 빌려야 했던 혹은 기존에 싸게 돈을 빌려줘야 했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자본을 융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금융 솔루션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가 만들고 운영하는 티그리스 프로토콜의 경우 누구나 손쉽고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햇징 또한 진행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무려 오픈소스로 공개해두었으니 필요한 사람들은 참조하기로 하자)


자산의 소유 방식이 달라진다


특정 자산 혹은 그 자산으로부터의 배당받을 권리를 토큰 화하게 되면, 기존에 소수만이 소유할 수 있던 대규모의 자산을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분산 소유할 수 있게 된다. 큰 건물이 수천, 수만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져 소유될 수도 있고, 예술작품, 경주마 같은 유형 자산도 쪼개져서 더욱더 쉽게 사고 팔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국가의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24/7 토큰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산의 판매가 예전보다 쉬워지게 되게 되어 토큰화 된 자산들이 유동성 프리미엄을 가지게 된다. 구매 단위는 작아져서 자산의 전체 가치는 더욱더 높아질 수 있다. 100억이 넘는 김환기 작가의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제한적이지만 만원으로 그 그림의 백만분의 일 만큼을 소유할 수 있다면, 그 수요자는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든 자산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기존에 자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자산 가치를 더욱 크게 해 줄 것이다. 


김환기 작가의 1971년작 '우주'(Universe 5-IV-71 #200) from 연합뉴스


동시에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그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호치민의 호텔 지분 0.1%, 아일랜드산 경주마 2%, 뉴저지의 네일샵 지분 1%, 김환기 화백의 그림 한 폭의 0.2% 같은 식으로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매분기마다 호치민 호텔에서 벌어들인 수익과 뉴저지의 네일샵에서 나눠주는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경주마가 우승할 때마다 우승 상금을 나눠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환기 화백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더욱 인정받게 됨에 따라 내 그림 자산의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금이 필요할 때 우리는 이 자산의 일부 혹은 전체를 24/7 열리는 시장에서 전 세계 누구나 원하는 사람에게 팔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거래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하여 계약서 없이도 빠르게 완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산의 유동성이 개선되고, 자본의 이동이 쉬워지면 자본과 자산의 조직이 훨씬 효율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좋은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쉽게 자본을 조달하고, 이를 활용해 부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자본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자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투자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유토피아를 맞이하게 될까?


앞서 설명한 대로 자본과 노동의 조직 비용은 낮아지고, 그것의 이용 효율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미 자본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겐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자본을 아직 집적하지 못한 사람들, 특히 선진국의 비숙련 노동자들에게는 큰 위기가 닥쳐오게 될 것이다. 선진국의 비숙련 노동자, 단순 노동자들은 저임금 일자리를 개발도상국의 경쟁자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더욱 낮은 보상을 받으면서 업무를 진행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많은 업무가 더욱더 쉽게 다양한 국가로 흘러나갈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온라인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가들이 소유한 로봇에게 빼앗기는 일자리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은 더 무섭게 바뀔 것이다. 선진국의 비숙련 노동자들은 자산의 가격을 급등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의 임금은 낮아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개인 간의 빈부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게 될 것이다. 


Inequility from getty images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은 어떤 사람들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될 것이며, 어떤 이들에겐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경쟁 시스템이 효율성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효율적인 이에게는 더욱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주고, 효율적이지 못한 이는 도태시킨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금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더 효율적인가? 이렇게 계속 흘러간다면 우리는 극단의 자본주의의 도래를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




정말 세상이 그렇게 빨리 변할까?


위에서 제시한 공상이 정말 현실이 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은 각종 노동 계약 관계의 변화, 자본 이동의 자율화, 자산의 토큰화 등 일련의 과정이 지금 존재하는 세계의 질서와 충돌하기에 다양한 곳에서 규제 이슈가 발생할 것이다. 블록체인상에서의 암호화폐 그리고 토큰화 된 자산은 현존하는 금융 시스템을 통한 관리와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서, 정부는 통제권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법정화폐 이외의 자본이 시장에 흐르게 되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사용해오던 재정 정책과 화폐 정책이 힘을 잃게 되어 기존 거시 경제학의 토대를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는 더욱 강력한 규제를 꺼내놓으려고 할 것이다. 댐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흘러나오는 물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자산의 가치 평가 방식과 과세 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유동화된 자산 거래 시장은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더욱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산 평가 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과세를 집행할 수 없게 될 것이기에, 정부는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산의 개념, 가치평가 방식과 과세 방식을 원점부터 새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래디컬 마켓(Radical Markets) 같은 책에 제시하는 공동 소유 자기 평가세같은 개념(common ownership self-assessment tax)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하는 접점에서의 검증기관(Issuer와 Verifier)의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검증기관이 어떻게 신뢰를 유지하고 각기 다른 전 세계의 당사자들에게 권위를 갖출 수 있을지, 중앙화 된 검증기관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문제 (해킹 등) 등도 더욱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되었을 때, 우리는 앞에서 말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나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된 문제들이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고 있기에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도는 다가온다.


아무리 닭 모가지를 비틀지라도 새벽은 온다 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해도, 어떻게든 규제하려고 해도, 세상의 큰 흐름은 이미 바뀌고 있다. 2007년에 등장한 아이폰이 어느 순간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꾼 것처럼,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세상이 바뀌고 난 그 시점은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도는 다가온다


불평하고 냉소하기보다는 이렇게 바뀌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갈지, 아니면 그것에 순응해 나갈지 선택해야 한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엄청나게 큰 기회를 만드는 개인/기업도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TTC 화이팅!!)


정부 또한 기존의 틀에 모든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며 규제하려고 하는 대신, 변화를 인정하고 바뀌는 세상에 대해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존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시장에서 사람 간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기업 간 그리고 국가 간의 양극화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때가 도래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느 자리에 서 있을까? 


이 업계에 들어와 다양한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고 고민하면서 공상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평소 관심사를 중심으로 글을 쓰다 보니 그 내용이 다소 지엽적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내 이야기가 극단적이라거나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전조는 이미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이 변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최전선에서 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PS 1. 이글의 내용은 철저히 글쓴이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개인의 관심사에 근거해 선택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블록체인 업계 전체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은 필요하신만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PS 2. 이 글의 주요 사고방식은 기존에 썼던 글 <<여러분들의 세상은 살만 해지고 있나요?>>  와 <<그래도 사람이 더 중요하다>> 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지난 글 읽기

*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까 : 나는 지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나?

* TTC 블록체인의 컨센서스 기제에 대한 더욱 자세한 설명 :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블록체인을 위한 컨센서스

* TTC 플랫폼과 Acorn Protocol간의 플라잉휠에 대한 설명 : TTC & ACN, 성장에 대한 고찰 

* TTC와 탈중앙화 금융(DeFi)의 시너지에 대한 설명 : TTC + DeFi: 견고한 토큰 이코노미를 위한 인프라


작가의 이전글 2019년을 정리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