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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에밀리
Nov 21. 2024
아침에 나온 달
조퇴하는 날
얼마 전 애들 생일. 아침밥을 차려주고 싶었으나 새벽 6시면 출근하니 차려놓은들 다 식을 밥이다.
저녁식사를 제때 차려주고 싶어 2시간 조퇴 선택.
반찬은 기차 안에서 대략 주문하고 그런대로 대여섯 가지 반찬을 준비한다.
어차피 내가 해놓은 반찬은 맛이 없을 테니 전문가의 쿠팡이츠를 통해 전문가와 연대한다.
예전에 불고기, 잡채, 전 등 뜨끈한 반찬이 놓였던 엄마가 차려주신 생일상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었나 싶다. 쿠팡이츠가 없다면 애들의 생일상은 미역국과 김치, 계란프라이 정도가 다 일듯. 옛날 어머니들 진정 존경스럽다.
생일이라고 특별할 건 없었다. 배달된 반찬이고 밥이 제때 되었다는 것 말고는.
애들 생일인데 어찌 보냈냐는 친정 엄마 질문에 두 시간 조퇴했다 하니 엄마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신다. 아침을 못 차려준 것이 마음에 걸렸구나...
살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제대로 정하고 살기란 쉽지가 않다. 애들이 제일 중요하다면서도 1순위에서 밀리기도 하고 육아도 일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나날 들이다. 왜 살까? 무얼 위해서? 무엇이 남을까?
정성을 들인 듯하나 이것이 정녕 정성인가 의문투성이의 날들이다.
그래도 건진 것이 있다면 아침에 뜬 달 보기.
출근길 신호등 들어왔나 만 바라보다 좀 색다르게 하늘을 봤다.
아침에 보는 보름달이 밤에 만난 달보다 반갑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 모르겠을 때 나는 항상 하던 일을 계속한다.
멈췄을 때의 황망함을 못 참겠어서 말이다.
정말 멈춰야 할 때인가? 하늘을 보다 서울서 오송까지 와놓고 뒤돌아 기차역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안 하던 짓 하면 클라지. 오늘도 일단 출근.
언젠가 무언가를 멈출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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