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에 전화를 드리니 급한 일 생긴 줄 알고 다른 때와는 달리 '왜? 무슨 일이야?'부터 물으신다. 이렇게 불효할 줄 알고 나는 사춘기도 별로 앓지 않고 컸나 보다. 애들 있는 일하는 딸. 게다가 서울과 오송을 매일 기차로 통근하는 반백년 산 딸의 전화는 타이밍이 어긋나면 이리도 엄마를 놀라게 한다.
통근 자체가 너무 고단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나이 들어서 실무를 히자말아야 하는 이유는 백만 가지도 댈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구성원임에 만족해야지 뭘 추구하는 순간 좌절을 맛본다.
오란 사람 없지만 가는 게 직장인 것이니 오늘도 일단 출발! 초대한자 없어도 일단 남들 좋아하는 여행 삼아 오송으로 출발! 정말 럭키 에밀리다!
사춘기 아이들의 방을 배치하는 문제와 나의 고단함이 만나 아이들에게 너희들 중학생 되면 엄마 회사 앞에서 자취하면 안 되냐. 주말마다 오겠다며 물어보았다.
결말은 눈물바다. 한 시간을 대성통곡하며 엄마는 일주일에 일곱 번 봐야 한다며 울고 불고. 이성적 대화 불가. 기차 한번 타보고 오송이 꽤 멀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아무리 봐도 엄마가 힘든 건 맞으나 집에 와서 엎어져 있느라 밥도 제대로 안 해주는 엄마가 필요는 하다 주장 및 호소.
사랑해 줘서 고맙다만 요새 말도 안 듣고 속 썩이면서 보고는 싶다? 아이고 내 팔자야...
자식을 낳은 사람이 무슨 선택권이 있겠나. 자취는 안될 듯하고 하려면 퇴사긱.
너희들은 내가 언제까지 필요할까? 나처럼 반백년?
내가 독립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오히려 난 필요 없는 사람이 되었다며 슬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