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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밀리 Dec 17. 2024

헤어질 결심

꾸역꾸역 출근하는 너에게

기차 옆자리 멀끔한 아저씨에게 담배냄새가 풍겨온다.

불쾌감이 올라올까 말까 하는 순간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당신도 기차 타고 출근 또는 출장 가기 싫군요.


운이 좋게도 대학교 4학년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주부터 출근이라는 걸 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기대했던 출근인데도 첫날부터 가기 싫었다.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을 이리 오래 할 줄은 몰랐다.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이제 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난 돈도 시간도 필요하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순간 시간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적당한 타협이 만든 결론이 잠을 희생하는 기차출퇴근이다.


출근해서 근무하는 1분 1초가 괴롭지는 않다.  소소한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만년필로 필기도 해보고 옆자리 후배를 괜히 칭찬해 주고 업무도 배운다. 그래. 재미는 내가 규정하고 내가 실천해야 한다.


회사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내가 반대를 해야 할 때다. 옳고 그름을 떠나 위험하지 않게 일해야 할 때, 실제로 남들은 나의 위험에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안위정도에 나를 글레디에이터처럼 사자 우리에 넣곤 한다. 내가 사자를 죽이면 판돈은 자신들이 벌 것이요, 죽으면 사자에 먹혔다 하면 그만일 것이다. 판돈이라도 크면 목숨 걸고 싸울 테니 살아남거든 수익이라도 나누자 제안해 볼 텐데 책정된  내 목숨값이 너무 적다. 줄 것 없이 가져만 가는 것 자본주의 시장에서 맞지 않는다. 직장생활이 도박일 순 없다.


왜 헤어지고 싶을까.

내게 없던 부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클 것이다. 직장인이라는 말과 자연인이라는 말이 대척점인 것을 보면 항상 펼쳐지는 무대에서   그저 그런 연기를 펼치는 너도 나도 지겹다.


어김없이 오늘도 트루먼쇼 스튜디오 같은  그 곳을 간다.

헤어지는  지는 건 오늘도 내일도 가능하다며 일단 미룬다. 그래서 슬프다. 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가? 잃을 것이 뭐라고.


오늘도 꾸역꾸역 기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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