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단편)잠금장치

by 리다

(*본 이야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입니다.)


대학교때 일이다 .​


교양과목을 듣다 '으니'(가명)라는 아이를 알게 되었다. 공대생이던 그녀는 나와 동갑에다 고향도 같아 쉬이 친해졌다. 으니는 작은 체구에 좀 마른편이었고, 뽀얀 얼굴에 큰 눈이 인형같았다. "너 인기 되게 많겠다"라고 했더니 수줍게 웃으며, 우리과엔 여자애들이 별로 없어서 그럴것이라고 답했다.

하루는 으니랑 학식에서 밥을 먹다가 "어머!"하더니 "나 과제 안가져와서 집에 다녀올게(그녀는 자취를 했다) 너 먼저 강의실 가있어"라길래 시간도 널널하니 같이가겠다고 했다. 으니의 자취방은 공대건물에서 멀지 않은 원룸촌에 있었는데, 지은지 얼마 안된 신축원룸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공동현관 관리가 무척 잘 되어 있었다. 휘둥그레한 눈으로 으니를 따라 들어갔다.


그때 흔치 않던 도어락이 되어 있었다. "우와 도어락? 여기 되게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좀 희한한게 있었다. 도어락이 있는데도 열쇠와 걸쇠가 따로 달려있었다.


으니는 내가 현관문을 한참 보고 있자 뭔가 알았다는 듯이 "아아"하더니 "내가 이따 말해줄게, 일단은 나가자"고 떠밀듯이 날 밀어냈다.


우리는 말없이 강의실로 향했다. 으니는 내 눈치를 살폈다. 강의실에 다다르자 으니가 말했다. "오늘 수업 마치고 별일없니?" "어" "그럼 같이 밥먹자, 내가 살게" ​


수업이 끝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조용한 카페로 갔다. 후미진 곳에 앉은 으니는 결심한듯 입을 뗐다.


우리집에 도어락 말고 열쇠랑 걸쇠 있는거 좀 이상했지? 그 원룸이 다 그렇게 되어있어. 모르는 사람들이야 "여기 진짜 안전에 신경 많이 썼다"싶고, 또 신축이라 인기가 많다지만...원래는 도어락만 있었어. 그 사건 있고나서 열쇠랑 걸쇠를 단 거야. 음... 네가 이미 봤으니까.... 너는 이 이야길 해도 어디 말 안할거 같고, 또 이해해줄것 같아서 털어놓을게.

내가 작년까진 기숙사에 있다가, 올해 큰아버지가 저 건물을 지으면서 들어가게 되었어. 큰아버지께서 여기 **시 토박이시고 좀 큰 사업을 하시거든. 나한테 잘해주시고 형편도 좋으셔서 나보고 그냥 살라고 하더라고. 처음엔 전기세, 수도세도 얼마 안되니 안내도 된다는거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되면 너무 죄송하다고 물값이랑 전기세만 내기로 하고 들어갔어. 기숙사에서 살다 신축원룸에 혼자사니까 너무 좋더라고. 아까 봤는지 모르겠는데 내가사는 건물이랑 그 옆에 3채가 다 우리 큰아버지거야. 큰아버지가 그 근처 사시는데, 원룸촌에 워낙 흉흉한 일들이 많으니까 본인 건물 3채만 따로 관리하는 사람 고용해서 저녁에 경비도 서고, 수시로 관리를 해주셔. 도어락에 공동현관비번도 꼼꼼하게 체크해서 3개월마다 바꾸고, 나가는 사람 있을때마다 또 바꿔. 큰아버지 건물에 수시로 관리도 해주니 너무 좋았지. 신축이라 좀 비싼편인데도 건물 3채 다 만실이야.

그런데 두달전부터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그날 내가 동아리 활동하고 10시 넘어서 갔는데, 공동현관이 열려있었어. 누가 방금 들어갔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툭'하고 뭐가 걸리는거야. 발밑을 보니 작은 나무조각이 문 끝에 걸려있더라고. 그것때문에 문이 안닫혔던건가봐. 바로 치우고 좀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올라갔어. 집앞에 도어락을 누르는데 뭔가 이상한거야. 손가락을 보니 하얀 가루같은게 묻어나더라고.


내가 스릴러나 호러영화광이거든. 딱 알겠더라고. 아 이건 누가 의도적으로 바른거다.

바로 깨끗하게 닦고, 비번 바꾸고, 큰아버지께 전화해서 말씀드렸어. 좀 놀라시더니 경찰에 신고하고 경비아저씨께도 말씀드리겠다고. 그렇게 그날은 넘어갔어. ​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어. 저녁쯤되서 동네 한바퀴 산책이나 갈까했는데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더라고. 너도 원룸 사니까 알거야, 아무리 잘 지어봤자 방음 잘 안되는거. 안듣고 싶어도 다 들리는거.... 그날도 그랬어. 난 그냥 옷만 대충 입고 나서려는데 현관에 다가설수록 소리가 커지더라고. 맞아. 그 소리는 내 집 현관 앞에서 나는 거였어.


두 사람인것 같더라고. 대화를 하는데.... 한명이 그러더라 "문 열까? 눌러볼까?"


그러자 다른 한명이 "잠시만... 201호가..... 아 여기는 없다. 어젯밤에 새로 바꿨네. 에이씨"


소름이 돋았어. 문구멍 너머로 슬쩍보니까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모르겠고, 모자를 푹 눌러쓴 두 명이 작은 공책을 번갈아 보면서 우리집앞에서 그런 이야길 나누고 있었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주말이라 원룸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경비아저씨는 주말에 근무를 안하시거든. 사실 말이 경비지, 아파트처럼 24시간 근무가 아니셔. 평일 저녁에 6시인가 출근하셔서 다음날 아침 7시에 퇴근하시거든.

난 그들이 우리집을 지나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경찰에 신고했어. 신고하고 화장실에서 불도 안켜고 숨죽여 있었어. 그사람들은 내 옆집, 앞집 차례로 누르면서... 띡띡띡... 디리릭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내가 얼마나 무서웠던지... 한 5분쯤 지났어. 핸드폰 시계만 계속 봤거든. 밖에서 휴대폰 벨이 울리더니 "어어 젠장 어느집이지?"하고는 후다닥 계단 뛰어내려가는 소리가 났어. 밖에도 한놈이 더 있었나봐. 뛰어내려가자마자 경찰이 들이닥쳤어. 내가 상황 설명하고, 인상착의도 말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나가거나 친구나 가족을 불러서 같이 지내는게 좋겠다고 했어. 난 경찰아저씨들이랑 같이 나가고 싶다고 지갑이랑 폰만 챙겨서 나갔어. 차로 10분 거리에 큰아버지댁으로 가겠다니까 감사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더라고.


큰아버지께 말씀드리니까 너무 미안해하면서도,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고. 경비실을 새로 만들고, 경비도 더 강화하겠다, 걸쇠같은것도 더 만들어야겠다고 말이야. ​

큰아버지와 경찰은 다음날 원룸 경비아저씨한테 어젯밤 일을 말하고 평일 낮이랑 주말에도 따로 사람을 구할거라고 했어. 그 말을 들은 경비아저씨가 자기가 24시간 쭉 일을 하겠다고 그랬대. 그 아저씨 집이 걸어서 5분거리 주택가라면서, 아들딸 출가시키고 마누라도 없는 홀아비라 할것도 없으니 그냥 자기가 여기 경비실에서 쭉 살겠다는거야. 말도 안되는 소리지. 아까 1층 입구에 작은 공간 봤지? 의자하나랑 접이식 침대랑 있는 거기가 경비실이거든. 큰아버지가 그거는 너무 힘드시다, 주말에 일할사람이랑 평일근무자 두명 더 채용할거라니까 그 아저씨가 막 우기면서 소리가 커지더래. 흥분하면서. 어찌저찌해서 그 아저씨는 지금처럼 평일 밤이랑 주말에 24시간 근무하기로 하고, 평일 낮에 사람을 하나 더 구하기로 했어. ​


평일 낮에 일하는 아저씨가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시거든. 원룸에 학생들이 거진 나가면 계단 청소도 손수 하시고, 쓰레기버린거 정리도 손수하셔. 그날도 학생들이 다 나간거 확인하고 (나중에 말씀해주셨는데, 큰아버지가 보안을 신신당부하셔서 본인이 원룸 학생들 리스트를 만들어서 출입하는것을 따로 확인하셨대. 딸들이 대학생이라 남일같지 않다면서) 원룸 입구에 쓰레기를 줍는데 누가 자꾸 들락거리더래. 아저씨가 청소한다고 공동현관을 잠깐 열어두셨대. 그들은 아저씨를 못봤나봐. 처음엔 뭘 두고 온 학생인가, 아니면 전단지 붙이는 사람인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세번, 네번 계속되니까 안되겠다 싶어서 올라갔대. 삑삑소리가 계속 나서 그쪽으로 가니까-두 명이 있었는데, 한명은 불빛으로 도어락 번호쪽을 비춰서 뭘 적고, 다 적고 나니 계속 같은 쪽을 누르더래. 한 네다섯번 그러더니 디리링 하고 문이 열리고... 그 후엔 가방에서 가루같은걸 묻히더래...


아저씨가 쟤들 뭔가 이상하다, 바로 잡아야겠다 싶던 차에 딱 그때 그 사람들 핸드폰이 울렸고, "네네"하고 받더니만 후다닥 뛰어나가더래. 너무 빨리 뛰쳐 내려가서 미쳐 잡지도 못하고 뒤늦게 따라갔는데 흔적도 없던거야. 큰아버지는 아저씨 이야길 듣고 그날 오후에 열쇠랑 걸쇠를 모든 방에 새로 달았어. 학생들이 없던때 벌어진 일이라 소문이 안나서, 학생들은 "여기는 참 철저하네"하고 말았대.

그날 오후에 별안간 원래 일하던 경비아저씨가 [오늘부터 그만 둡니다.미안합니다.] 문자 한통 보내고 전화도 안받고, 사라졌어. 당장 그날 저녁은 평일 아저씨가 대타로 일을 하셨는데 우리는 좀 의아했지. 집에 찾아가서 벨을 눌렀더니 앞집 사람이 나와서 "거기 사람들 나갔어요"라고 했대. 여기 살던 사람 아냐고 물어보니까 그 집에 애 둘이랑 아저씨 살았는데 아까 셋이 큰 트럭에 고물같은걸 잔뜩 싣고 가더라고 했어.

경비 덕분인지, 걸쇠랑 해둔 탓인지, 그 후로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어.


그 사건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주변엔 여기 신축에다 경비도 있고, 잠금장치도 잘 되어있다고 인기가 좋아. 근데 나는 영 꺼림칙해서 솔직히 적당한 핑계 대서 나가려고 해. 좀 불편해도 마음편한 기숙사 들어가려고.

아, 그러고보니 없어진 경비 아저씨가 어제 큰아버지께 전화가 왔다더라고. 애들이 다른곳에 취직되어서 타지에 급히 갔다 왔고, 너무 죄송한데 다시 여기서 일할 수 있겠냐고. 큰아버지가 이미 일하는 사람이 잘 하고 있고, 이제 집에 걸쇠랑 잠금장치를 더 달아서 경비가 더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더니 "아... 그럼 제가 거기 있을 필요가 없네요"하고 끊었대.

그 후 으니는 그곳에서 잘 살다가 얼마전 기숙사로 다시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기숙사에 들어간 첫날 깜짝 놀랐단다. 그 경비아저씨가 경비실에 앉아있었단다. 으니는 그 아저씨를 알아봤지만, 아저씨는 으니를 기억 못하는것 같다면서-

으니가 기숙사 다시 들어간 첫날 한 말이 기억났다.

"걸쇠랑 있던 곳에 살다가 기숙사오니 너무 불안해. 기숙사엔 도어락 하나밖에 없거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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