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방학에 다가가는 중

by SAY

요즘의 수빈이는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

아니, 조용하다고 해서 외로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시끄러운 마음이 잦아든 덕분에, 처음으로 ‘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빈아, 너 오늘은 영어 단어 외웠어?”


잉글샘 선생님은 여전히 똑같았다.

교재, 단어, 암기노트. 빠짐없이 확인하며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던졌다.

하지만 수빈이는 이젠 그 말에 무겁게 끌려가지 않았다.


“오늘은 못했어요. 대신 어제 복습은 제대로 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미안해서 피식 웃으며 “네에…” 하고 넘겼을 말.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수빈이는 정직하게, 자기 리듬대로 답했다.


잉글샘 선생님은 살짝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복습한 거 같이 볼까?”


그날 이후 수빈이는 자신에게 약속했다.

‘완벽해지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가보자.’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딱 30분만 진짜 집중해서 공부하고,

그 후엔 엄마랑 같이 저녁 만들기, 혹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다.


화요일도 여전히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악몽’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하루를 버텨낸 나 자신에게, 작게 칭찬도 해주었다.


“잘했어, 수빈아. 오늘도 넘어지지 않고 걸어왔구나.”


방학이라는 건 단지 일정이 아니라,

마음속에 피어나는 따뜻한 여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수빈이는..

그 방학에 천천히, 아주 조용히

다가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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