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마지막 종이 울렸다.
종업식 날의 교실은 언제나 시끌시끌하고 들뜬 분위기로 가득하지만,
수빈이의 마음은 고요했다.
‘드디어… 끝났다.’
한 학기 동안 수없이 들었던 “열심히 해”, “왜 못했어?”, “해야지”라는 말들.
그 무게가 오늘만큼은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친구들과 교실을 정리하며 수빈이는 문득 창밖을 바라봤다.
겨울 하늘은 맑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수빈아, 방학 때 뭐 할 거야?”
지우가 물었다.
수빈이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음… 일단 많이 자고,
귤 까먹으면서 책도 쓰고,
그냥, 나다운 하루 보내려고.”
“책?”
“응. 내 얘기. 그리고 너 얘기도 조금 들어갈지도 몰라.”
지우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제목은 ‘귤 소녀 수빈이의 방학일기’?”
“하하, 그건 좀 웃기잖아.”
“그래도 귀엽잖아. 우리 수빈이.”
교실 뒷문에 걸린 종업식 안내 문구를 바라보며,
수빈이는 생각했다.
'진짜로 끝난 거구나.
그리고 이제,
내 마음에도… 방학이 찾아온 거야.'
더 이상 매일 반복되는 기계 같은 생활도,
무리해서 나를 꾸짖던 하루들도,
조금은 멀어졌다.
수빈이는 조용히 다짐했다.
“앞으론,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챙기자.”
밖으로 나오는 길,
찬바람이 불었지만 따뜻했다.
‘이건 평범한 하루가 아니야.
이건 나만의 방학이 시작된 첫날이야.’
그날 밤, 수빈이는 귤 하나를 손에 쥐고 창가에 앉았다.
귤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기며 생각했다.
‘방학이 되면 꼭 해야지’라고 쌓아둔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냥 오늘 하루만 쉬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하루.
수첩 한 구석에 적어둔 작은 문장이 떠올랐다.
“마음에도 방학이 필요해.”
공부가 싫어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받아주고, 잠깐 안아줄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다.
그동안의 수빈이는
누군가의 ‘기대’ 안에서
계속 ‘괜찮은 아이’로 보이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괜찮은 아이는,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란 걸.
귤을 반 갈라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달달한 맛이 입안에 퍼지며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그리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나도, 나를 조금은 좋아해도 괜찮겠지?”
밖은 여전히 겨울이지만,
수빈이의 마음 한켠엔
벌써 봄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