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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양수 Sep 06. 2024

[BurgerKing]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나

(Case Study #11)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해 먹는 레시피가 SNS에서 돌았던 것도 한참전이다. 이른바 ‘아샷추’ 레시피인데, 아이스티의 단맛과 커피의 씁쓸한 맛의 믹스 앤 매치가 포인트다. 쓴맛 때문에 단맛이 극대화된다는 평도 있지만 담배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일까. 알 수 없는 묘한 호기심에 이끌린 이들이 많다. 나도 한번 먹어보자며 알음알음 주문해 먹던 게 인기를 끈 이유다. 그러다 이제는 어엿한 정식 메뉴로 등장하기까지 했으니 완연히 대중화된 것 같다.


정식 출시된 아샷추 메뉴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아샷추 레시피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단맛과 쓴맛을 섞어 먹으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던 그! 그와 같은 사람을 우리는 미치광이 과학자라고 한다 선구자라고 한다. 어쨌든 그런 선구자 덕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점철된 지루한 음료시작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식음료 시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의 조합을 찾아내기 위해 골머리를 쓰는데. 신선한 바람임은 분명했다.  




버거킹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법



이 같은 신선한 바람을 바라는 건, 오늘의 주인공 버거킹도 예외는 아니었다. 느슨해진 버거 씬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신메뉴가 과연 뭘까. 버거킹도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야의 고수들에게 물어보려는 것일까. 무려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새로운 버거 레시피를 공모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고객은 누구나 3~8개의 재료를 선택해 나만의 창의적인 토핑을 제안하면 된다. 


버거킹은 바로 이러한 공모에서 AI를 활용했다. 자사의 홈페이지에 구현해 놓은 생성형 AI를 활용, 토핑을 그저 텍스트로 입력하며 된다. 그럼 그에 맞는 이미지가 생성되는 식이다. 화려한 배경과 잔망스러운 음악도 추가된다. 이러한 AI는 스테이블 디퓨전을 기초로 구현한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창의적인 토핑을 입력하면, 짠~ 하고 세상에 없던 버거 이미지가 등장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등장한 결과물을 본인의 SNS에 올릴 수도 있다. 


버거킹의 밀리언 달러 와퍼 콘테스트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버거킹이 왜! 이런 프로모션을 했는지이다. 이슈를 만드려고? 선호도를 높이려고? 진짜 새로운 메뉴가 필요해서? 다 좋지만 그러려고 단 한 번의 이벤트에 100만 불을 태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이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해당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참여나 이슈화가 목적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참여 허들을 낮추는 게 필수다. 


간단한 클릭 한번 만으로도 커다란 재미를 주면서, SNS에 자동으로 노출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한다 해도 참여자 수를 늘리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정말 정말로 쉽지 않아서, 실제로 이런 프로모션은 실무자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오늘은 몇 명 참여했니?”라고 묻는 이사님의 얼굴을 매일아침 마주해야 하는 거…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나는 잘 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버거킹은 커다란 허들을 만들어 두었다. 회원가입이라는 허들 말이다. 아이디를 만들고 비번을 입력하고 확인 비번을 한번 더 입력하고 기타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뭔가 조건에 안 맞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도 안된다.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데. 과연 버거킹은 이 이벤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버거킹의 이벤트 광고




이벤트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프로모션의 가장 큰 목적은 이슈화보다는 바로 개인정보 수집이었다고 본다. 개인정보 활용은 점점 더 민감한 이슈가 되다 보니 이런 방식을 통해 차라리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한 사람당 10달러씩 주고 10만 명을 모을 수도 있겠지만, 버거킹은 소수에게 100만 달러를 주는 화끈한 방식을 택했다. 당연하게도 100만이라는 숫자가 만드는 상징성과 함께 마케팅의 본질인 이슈화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버거킹이 이토록 개인정보를 열심히 모으는 데는, 점점 더 개인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애플의 사파리는 이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고객들의 정보만 서드 파티 사업자에게 공유될 수 있다. 여기서 서드 파티란 애플이 아닌, 다른 모든 기업이 될 수 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2024년부터 크롬에서는 단계적으로 쿠키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앞으로 서드파티 사업자의 쿠키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계획이다. 


사실 과거에는 쿠키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었다. 햄버거를 검색했거나 가까운 버거킹을 검색한 고객을 대상으로 타깃광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쿠키를 기반으로 한 광고는 이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가 직접 수집한 고객정보의 가치를 점점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른바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구할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모은다는 관점이다. 그 때문에 버거킹에서 이 같은 프로모션 진행하며 번거로운 고객 가입절차를 굳이 둔 것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AI의 활용은? 그야말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한 가지 재미있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닐까. 이슈도 만들고 고객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면 1석 2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실험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버거킹의 창의적인 접근 법이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 달라거나, 광고성 목적의 정보 사용에 동의해 달라고 하며 선물을 줬다면 어땠을까? 


그에 대한 답을 위해,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페스팅거의 실험을 소개하고 싶다. 이 실험은 고객이 고객이 커다란 보상을 명확하게 인지할 때 태도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자세한 실험 내용은 이렇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우선 지루한 작업을 하도록 요청받았다. 그 후 참가자들은 해당 작업이 즐거웠다는 말,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도록 요청받았다. 페스팅거는 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했는데, 한 그룹에는 거짓말의 대가로 20달러를 줬고, 다른 그룹에는 1달러를 줬다. 결과는 어땠을까? 20달러를 받은 그룹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정당성(보상)이 충분했다고 느꼈기에 인지부조화를 크게 겪지 않았다. 돈 받고 거짓말해 준 것뿐이니 합리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태도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1달러를 받은 그룹은 달랐다.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정당성이 충분치 않았기에 인지부조화를 많이 느꼈다. “내가 겨우 1달러에 거짓을 할 사람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결국 1달러 그룹은 스스로 태도를 바꾼 사람이 많았다. “아냐. 실제로 이 작업은 즐거웠어.”라고 스스로 태도를 바꾸며 인지적 불편함을 줄였다. 


이를 기업 이벤트에 적용해 보자. 이벤트를 진행할 때 고객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면 고객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이건 선물 주니까 참여한 거지. 실제 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건 내 관심 밖이야.” 같은 맥락에서 보상은 최소화하고 고객을 참여시킬 때, 오히려 고객의 태도는 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사실 내가 이벤트에 참여한 건 이렇게 작은 선물 때문이 아냐. 이건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거지. 난 이렇게 작은 선물에 시간과 감정을 파는 사람이 아니니까.” 고객들은 이런 자기 합리화 과정을 거치며 인지적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 스스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스스로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지부조화를 견디기보단, 태도 변화라는 좀 더 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출처: 정신의학신문




마케팅의 설계자 



따라서 기업이 고객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게 있다면 현명하게 요청할 필요가 있다. 거래를 하듯이 “내가 이런 선물을 줄 테니까 너는 나한테 이걸 줘.”라고 말하는 건 ‘하수’에 가깝다. 그리고 그런 비즈니스 관계에서 고객은 항상 우리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의 소중한 돈을 질불할 만큼의 만족을 주긴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우리가 이번 버거킹 프로모션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버거킹이 원하는 걸 얻는 방식’이다. AI를 통해 재미를 만들어내는 참여 하고 싶게 판을 깔아주는 설계! 치밀하게 계산되어, 고객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설계를 본받아야 한다. 버거킹의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번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래서 말인데 1등 한 버거는 과연 뭘까?! 


P.S. 나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한국은 참여가 막혀있다. 한국인의 DB는 필요가 없기 때문? 100만 달러 아쉽.ㅎㅎㅎ



* 마케터를 위한 팁 

 - 쿠키정보 활용은 어려워지고 있기에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음

 - 버거킹은 생성형 AI를 게임처럼 설계해 놈으로써 고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었음 

 - 어떻게 원하는 걸 얻나? 큰 보상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님. 어떻게 하면 즐겁게 참여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


* 참고 자료 

 - Festinger, L., & Carlsmith, J. M. (1959). Cognitive consequences of forced complianc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58(2), 203-210.






* 글쓴이의 책 소개


* 글쓴이의 EBS방송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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