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10)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생성형 AI는 광고를 어떻게 바꿀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자.
뜬구름 잡는 AI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마케팅에 적용되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시리즈로 엮어가는 중이다.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저마다의 통찰을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AI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 이번 사례는 버거 브랜드 '하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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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AI가 있다. 어떤 이미지라도 상관없다. 간단히 텍스트만 입력하면 된다. 자, 그럼 이 놀라운 도구를 가지고 무엇을 할까? 우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그리고 우리 상품을 알리기 위해 말이다. 단순히 AI를 사용했다고 자랑하는 시기는 한참 지났다. 우리 상품을 감쪽같이 재현했다 한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여간해선 쉽지 않다.
실은 모든 마케터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AI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햄버거 브랜드 하디스의 위트 넘치는 사례를 참고해 보면 어떨까. 하디스는 생성형 AI 달리(DALL-E)를 유쾌하게 사용해 광고를 만들었다.
“(AI가 정말 핫해요) 그래서 우리는 AI를 테스트해 보기로 했어요”
광고는 위와 같은 말로 시작한다. 하디스가 테스트해 보기로 한 건, 바로 하디스의 슈퍼스타 버거다. 테스트를 위해 하디스는 생성형 AI에게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하디스의 슈퍼스타 버거를 떠올려봐”
그러자 별모양 장식이 박힌 햄버거 이미지가 등장한다. 아마도 슈퍼스타라는 수식어를 의식해 만들어낸 결과물 같다. “아냐!”라는 하디스의 차가운 반응이 이어진다. AI는 다시 한번 또 다른 버거를 생성해 낸다. 이번에는 좀 더 화려해졌다..
“아냐!”
역시나 이게 아니라는 하디스의 반응. 그렇게 AI는 계속해서 자신이 상상한 슈퍼스타 버거의 모습을 만든다. 와플과 햄버거가 섞인 모습, 별모양의 치즈를 토핑 한 버거, 보라색 토핑이 버거 밖까지 튀어나온 버거 등 온갖 상상 속의 버거가 등장한다.
“역시 아냐!” 완고한 하디스의 반응. 그래서 하디스는 아예 레시피를 읊어 준다.
“레시피를 알려줄 테니까 상상해 봐. 100% 순쇠고기 숯불구이 패티 2장, 녹인 아메리칸 치즈 2장, 특제 소스, 마요네즈, 피클, 신선한 토마토, 양파, 아삭아삭한 양상추…”
그래서 달리가 만들어낸 결과는 어땠을까. 아래와 같이 수많은 버거가 만들어진다. 하디스는 이런 시도를 무려 10,000번이나 반복했다고 한다. 이런 반복된 작업에도 우리의 친구 AI는 지루해하거나 지친 기색 따윈 없다. 우리가 생성 AI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저걸 10000번 클릭하고 앉아있었을 마케터에 마음이 쓰였다면 과몰입이겠지? 어쨌든 10,000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진짜 슈퍼스타 버거와 일치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AI가 모든 걸 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아냐”
결국, 하디스가 하고 진짜로 싶던 말은 이제야 등장한다. “그러니까 와서 직접 먹어봐” 우리가 만든 진짜 슈퍼스타 버거를 직접 와서 주문하라는 말이다. ‘이 말하고 싶어서 어그로 한번 끌어 봤다’라는 걸 전달하려는 걸까. 조금 머쓱 해 지지만 그래도 피식 한번 웃게 되는 것 같다.
홍철 없는 홍철팀처럼, 슈퍼스타 버거를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 슈퍼스타 광고였다. 그래서인지 진짜 슈퍼스타버거는 어떻게 생겼는지 호기심이 생긴다. 이만하면 성공한 광고 아니었을까. 팍팍한 세상에 피식 한번 웃고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잠깐, ‘피식’ 웃음이 나왔으니 광고계의 불멸의 공식! ‘웃음’이 갖는 힘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유머소구는 광고가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존재해 왔던 클래식이다.
일단 사람은 '웃는 다'는 감정 변화 행위 자체로 그 순간을 기억하는 힘이 생긴다. 실제로 광고에서의 유머가 가진 효과에 대해 메타연구를 진행한 보고서*에서는 유머 소구가 광고 상품을 더 잘 기억하게 하고, 광고 대상에 호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한 실험*에서는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효과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머’는 고리골짝부터 광고에서 없어서는 안 될 비법소스처럼 사용됐다.
그런데 이렇게 명확한 성공 공식을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 기업들은 뭘까. 위의 실험 결과만 보자면 온 세상은 웃겨서 배꼽이 빠질 것 같은 광고들이 연달아 나와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진지충처럼 효능을 설명하는 광고가 있는가 하면, 가오(?)를 잡으며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는 명품광고도 있다. 그런가 하면 화려한 이미지만 스타일일리시 하게 뽑아내는 광고도 있다. 이러저러한 모습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내고 있단 말이다. 왜일까. 그들은 유머소구의 강력함을 몰라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유머소구를 써야 할 때가 따로 있다. 쓸 수 있는 상품이 있고 쓸 수 있는 상황이 있단 말이다. 우리들의 대화에서도 그렇듯 TPO에 맞지 않는 유머는 망신당하기 딱 좋다. 그럼 언제 어떻게 유머를 써야 할까. 마케터라면 기억해야 할 딱 2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유머 소구는 저관여 제품이나 감정적 연관성이 중요한 제품군에서 사용하면 좋다. 예컨대, 식음료, 패션, 뷰티 등의 제품군에서 유효하다. 해당 제품군이 유머소구를 사용하며 마케팅을 진행할 때 소비자의 감정적 변화(웃음)는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고객의 신뢰성이 중요한 금융, 건강 등의 고관여 제품에서는 유머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유머소구는 정보량이 적은 광고에 사용하면 좋다.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고객의 인지 부하가 적은 광고에 유리하다. 또한 제품이 익숙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적합하다. 반대로 설명해야 할 정보가 많은 상황에서 유머를 사용할 경우, 자칫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출처: Eisend, M. (2011). How humor in advertising works: A meta-analytic test of alternative models. Marketing Letters, 22(2), 115–132.
지금까지 이미지 생성 AI, 달리를 활용한 하디스의 사례를 살펴봤다. 그리고 광고에서 유머소구는 어느 맥락에서 유효한지 알아봤다. 생성형 AI가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자 하디스 또한 이를 활용한 사례였다.
마케터의 필수 덕목 중의 하나는 바로 어그로를 끄는 것 아닐까. 어그로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에 올라타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될 것 같다. 하디스는 바로 그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모두의 관심을 끌자, ‘직접 한번 테스트해 보자’며 나섰기 때문이다.
그 테스트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하나씩 빌드업을 해 나가는 과정이 주효했다고 본다. 그렇게 하디스 버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면 그것이야 말로 광고의 큰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하디스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슈를 하이재킹해 우리 브랜드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호기심을 만들어 내는 설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활용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마케터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팁
- 하디스는 생성형 AI를 유쾌하게 활용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 광고에서 유머소구는 가장 고전적 방법인데, 저관여 상품 & 메시지 정보량이 낮을 때 사용해야 한다
- 또 하나 배울 점을 바로 ‘이슈 하이재킹’. 지금 이슈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엮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 참고문헌
- Bitterly, T. Bradford;Brooks, Alison Wood;Schweitzer, Maurice E. (2017). Risky Business: When Humor Increases and Decreases Statu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12(3)
- Eisend, M. (2011). How humor in advertising works: A meta-analytic test of alternative models. Marketing Letters, 22(2), 115–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