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앞서 버거킹 사례를 통해, ‘고객 정보 수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버거킹은 생성형 AI를 활용, 게임적 요소를 통해 고객의 참여를 이끌고 있었는데, 이는 거부감을 최소화하며 고객 정보를 모으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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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버거킹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의 데이터는 모든 기업의 관심사다. 그리고 앞으로 그러한 고객 데이터의 그 중요성은 날로 높아질 전망이다. 고객 구매 여정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입장에서 보자면,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쿠키 활용이 어려워지며, 데이터 수집에 대한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필요성은 높아지는데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개인정보보호 이슈로 주목받게 된, 쿠키 기반 광고의 근본적인 쟁점에 대해 이야기 해고자 한다. 가장 먼저 (1) 쿠키와 광고 ID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맞춤형 광고원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2) 애플과 구글의 개인정보 3자 제공 정책을 소개하려 한다. (3) 앞으로의 디지털 광고 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예측해 보고, (4)그래서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쟁점에 집중해 보면, 변화의 방향은 오히려 또렷하다. 그럼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자.
A 씨는 일요일 밤이 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내일 회사 갈 생각을 하니 당연하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어디든 가야지. 도저히 못 참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A 씨는 프랑스 남부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사진을 찾아보다 잠이 들었다. 자명종 소리에 정신이 번쩍 깨 허둥지둥 지하철에 오른 A 씨. 습관적으로 뉴스검색을 하는데, 프랑스 남부의 호텔 광고가 뜬다. 가는 사이트마다 배너 광고가 가관이다. 여행을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재촉하고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며 채근이다. 그렇게 배너 광고는 며칠을 더 따라다녔다. 채권을 추심하러 온 대부업자처럼 집요하게 독촉했다. 이쯤 되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지 호텔 광고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A 씨의 이야기는 가상의 이야기였지만, 실제로 이런 경험은 흔하다. 적어도 한번 이상 겪어본 일이다. 오죽하면, 나이키 배너광고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아디다스를 검색해야 된다는 말까지 있을까. 물론 그때부터는 아디다스 운동화와의 싸움이다.
사실 이 모든 게 가능 한 건, 우리의 온라인 활동 기록이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걸 들여다보고 있다면, 찝찝한 기분이 든다. 애플 사파리에서 쿠키 추적을 금지하고 개인정보 보호 방침 강화를 발표하기도 한 이유다.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구글도 이에 질세라 쿠키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스마트폰 양대 OS에서 이런 발표를 하니 그렇다면 이제는 좀 안심해도 되는 걸까?
그럼 좋겠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연간 약 680조 원이 넘는 엄청난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이 없어지지 않을 테다. 그리고 맞춤형 광고를 하고 싶은 광고주들의 욕구는 더욱 커 질 테니 무슨 수를 써서든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다. 그 무슨 수는 과연 무엇일까. 맞춤형 광고의 작동원리부터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는 광고 상당수는 ‘쿠키’와 ‘애드 ID’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쿠키’란 유저가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활동할 때 자동으로 생성되는 임시 데이터 파일을 의미한다. 우리가 과자(쿠키)를 먹을 때 부스러기가 떨어지듯, 웹에서의 활동이 관련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 됐다.
이러한 쿠키* 파일에는 유저의 검색 내역, 상품 구내 정보,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같은 정보가 포함된다. 그러니까 쿠키 정보만 있다면, 내가 어떤 웹페이지를 방문했고, 뭘 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쿠키 정보만 잘 이용하면, 고객이 필요한걸 귀신같이 찾아내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 쿠키: 유저가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생성되는 임시 데이터. 이러한 쿠키 데이터 안에는 로그인 정보, 검색기록, 웹사이트 환경설정 정보 등이 포함돼 있음
그런데 '모바일 앱'에서는 유저 활동의 추적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유사한 개념의 ‘광고 ID’라는 것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광고 ID란 뭘까? 모든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는 개별 스마트폰에 고윳값을 부여하는데. 애플(iOS)의 경우, IDFA라고 부르는 고윳값이 있고, 구글(Android)의 경우 ADID라고 부르는 고윳값이 있다. 이런 IDFA나 ADID를 통칭해 ‘광고 ID’라고 부를 수 있다.
즉, 개별 스마트폰마다 부여된 광고 ID를 식별자로 활용해, 유저의 앱 활동 정보를 담게 된다. 결국 광고 ID를 보면, 특정 유저가 모바일을 통해 어느 사이트에 방문했고 어떤 검색을 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고객에게 딱 맞는 광고를 노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광고 ID: 스마트폰 디바이스에 부여된 고유 식별 값. 광고 ID를 기반으로 유저의 앱 활동 정보를 담게 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할 수 있음
결국, ‘쿠키’이든 ‘광고 ID’이든 해당 값은 유저의 온라인 활동 정보를 담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정보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상태로 메타 플랫폼 같은 광고주나 광고회사에 제공(판매) 되어왔다. “읭? 내 정보가?” 라며 황당해할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개인정보가 제외’되어 있기에 특정 유저를 식별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광고 ID가 아이폰을 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그 광고 ID가 김희민의 광고 ID인지 팜하니의 광고 ID인지는 특정할 수가 없다. 이러한 개인 비식별 정보의 활용은 일반적으로 ‘개인정보’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광고 ID는 유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초기화시키고 새로운 식별 값을 부여받을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김희민이라는 사람이 A001이라는 광고 ID로 활동하다가, 오늘부터는 A002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광고 ID를 개인정보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 참고: 내 모바일 기기의 광고 ID 확인하고 재설정해 보기
- (안드로이드 단말) 설정 >> Google >> 모든 서비스 >> 광고 >> ‘이기기의 광고 ID’
물론, 개인정보가 점점 민감한 사안이 되며, 과연 어디까지를 개인정보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게다가 합법과 위법의 경계를 따지기 전에 누군가 내 검색기록을 보고 있다면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정서적인 반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의 정의나 활용범위는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이나 북미지역에서 이미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나 CCPA (California Consumer Privacy Act ) 등의 법률을 통해, 개인정보활용 위반 기업을 강하게 제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애플은 제삼자의 사용자 데이터 추적을 사실상 막아 버렸다. 2020년 3월에 '사파리(맥 OS의 웹 브라우저)'를 통한 웹에서의 쿠키 사용을 막은 게 시작이었고, 추가적으로 2021년 4월 iOS를 통한 모바일 앱에서의 추적을 막았다. 결국 이러한 조치를 통해, 애플은 유저의 동의 없이 웹과 앱에서의 활동기록을 3자가 이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애플이 그토록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며, ‘개인정보보호 광고’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우린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개인정보를 지키고 있어!'라고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다.
* 참고: 애플 호주 - Privacy on iPhone 편
구글도 이에 질세라 개인정보보호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웹에서의 쿠키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2024년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쿠키 사용은 단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제 크롬을 통해서도 제3자의 데이터 추적은 어려운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에서도 애드 ID 대신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다.
핵심은 유저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기존의 애드 ID를 대신할 새로운 식별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유저의 관심사를 주제별로 350여 개로 분류한 ‘토픽 API’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애드 ID가 유저의 활동 기록을 중앙 서버에 모아 분류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제 3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었는데, 이렇게 분류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애드 ID가 특정 인구 집단으로 분류되며 개인이 식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개인정보는 모두 제외한 상태로 제3자가에 전달될지라도 말이다.
반면, 토픽 API는 사용자의 기기(PC 또는 모바일폰) 안에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애드 ID처럼 일단 데이터가 중앙 서버로 모이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조금 더 안전한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영상은 해당 과정을 도식화시켜서 잘 보여주고 있다.
* 참고: 구글의 토픽 API https://www.youtube.com/watch?v=I9jzqbdxAdk
물론 그렇게 관심사만으로 분류한 토픽 API가 기존의 애드 ID에 비해 얼마나 정교하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면서 고객의 니즈에 최대한 가까이 있는 광고를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상반된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쿠키나 광고 ID 없이도 고객에게 디테일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특정 플랫폼에 로그인한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유저가 플랫폼에 로그인을 한 상태로 활동한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크롬 브라우저에 로그인한 상태로 어떤 것을 검색한다면, 그 내용을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은 알 수 있다. 유튜브에 로그인한 상태로 영상을 시청한다면 어떤 영상을 얼마나 시청했는지 구글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영상에 반응하고 어떤 영상을 어느 시점에 보다 말았는지도 아주 자세히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의 위치정보와 우리가 직접 입력한 인구통계학적 정보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아이디를 식별자로 해 차곡차곡 분석되고 분류되며 맞춤형 광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쿠키 사용은 누가 하는 건데?"라고 묻는다면, 구글과 같이 브라우저나 OS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온라인 상에서 광고를 하고 싶은 사업자라면 누구나 필요할 것 같다.
대표적인 기업이 인스타그램으로 잘 알려진, ‘메타’이다. ‘메타’는 그간 쿠키 정보를 적극 활용해, 유저가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추적해 왔다. 그렇게 유저 맞춤형 광고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제공해 온 것이다. 그러한 광고 사업이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쿠키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의 큰 위기를 의미한다.
애플이 사용자 동의 없는 온라인 추적을 금지하자 메타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비단 ‘메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쿠키나 광고 ID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광고업계에는 충격적인 상황인 것이다.
쿠키 사용금지에 따라 디지털 광고 업계에서 발끈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각 기업에서는 이제 스스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 같다. 이른바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이유다. 그동안 쿠키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광고를 했다면, 자사몰을 통해 인입된 고객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앞서 소개한 버거킹처럼 이벤트를 통해 우리 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 데이터를 직접 모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확보된 데이터를 통해 이른바 우리 입맛에 맞는 광고를 할 수 있다.
물론, 구글과 같이 고객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글은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맞춤형 광고 상품을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건 쉽고 간편 한 방법이며, 방대한 데이터를 입맛에 맞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기업은 광고비만 쓰면 잠재 고객에게 얼마든지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제 기업은 플랫폼에 좀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프라이버시 강화에 따른 쿠키 사용금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더 공고하게 해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광고 상품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자사몰에 인입된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마케팅의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광고의 원리를 알아봤다. 바로, 쿠키와 광고 ID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점점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더 이상 쿠키와 광고 ID의 활발한 사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구글에서는 광고 ID를 대체할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도입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완전히 광고 ID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건 프라이버시 보호가 강화되며 기존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입지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굳이 쿠키나 광고 ID를 사용하지 않고 고객의 로그인 정보를 활용해, 그들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점점 더 활용도가 높아지게 될 디지털 광고시장이 과연 위와 같은 예측처럼 흘러갈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그리고 우리 브랜드의 포지션과 전략도 미리 구상해 보면 좋겠다. 구구절절 길게 썼지만, 바로 그 말을 하고 싶었다.
* 마케터를 위한 팁
- 쿠키 리스 시대에 플랫폼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 기업은 플랫폼 의존도 높아질 수밖에 없음
- 따라서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모으는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더 높아질 것
- 현실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플랫폼도 활용하되, '퍼스트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게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