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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양수 Sep 08. 2024

쿠키리스(Cookie-less) 시대와 광고의 미래

(Insight) AI는 마케팅을 어떻게 바꿀까

앞서 버거킹 사례를 통해, ‘고객 정보 수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버거킹은 생성형 AI를 활용, 게임적 요소를 통해 고객의 참여를 이끌고 있었는데, 이는 거부감을 최소화하며 고객 정보를 모으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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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버거킹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의 데이터는 모든 기업의 관심사다. 그리고 앞으로 그러한 고객 데이터의 그 중요성은 날로 높아질 전망이다. 고객 구매 여정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쿠키 활용이 어려워지며 데이터 수집에 대한 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서다. 즉, 필요성은 높아지는데 데이터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개인정보보호 이슈로 주목받게 된, 쿠키 기반 광고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먼저 맞춤형 광고의 작동원리를 알아보고 앞으로의 디지털 광고 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예측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예측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일상탈출을 꿈꾸는 A 씨 이야기 



A 씨는 일요일 밤이 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내일 회사 갈 생각을 하니 당연하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어디든 가야지. 도저히 못 참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A 씨는 프랑스 남부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사진을 찾아보다 잠이 들었다. 자명종 소리에 정신이 번쩍 깨 허둥지둥 지하철에 오른 A 씨. 습관적으로 뉴스검색을 하는데, 프랑스 남부의 호텔 광고가 뜬다. 가는 사이트마다 배너 광고가 가관이다. 여행을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재촉하고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며 채근이다. 채권을 추심하러 온 대부업자처럼 집요하게 독촉했다. 이쯤 되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지 호텔 광고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A 씨의 이야기는 가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험은 흔하다. 적어도 우리 모두 한번 이상 겪어본 일이다. 오죽하면, 나이키 배너광고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아디다스를 검색해야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론 그때부터는 아디다스 운동화와의 싸움이다. 사실 이 모든 게 가능 한 건, 우리의 온라인 활동 기록이 어딘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걸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찝찝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알아줘서일까. 애플은 사파리에서 쿠키 추적을 금지하고 개인정보 보호 방침 강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쿠키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스마트폰 양대 OS에서 이런 발표를 하니 그렇다면 이제는 좀 안심해도 되는 걸까? 


그럼 좋겠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연간 약 680조 원이 넘는 엄청난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이 없어지지 않을 테다. 그리고 맞춤형 광고를 하고 싶은 광고주들의 욕구는 더욱 커 질 테니 무슨 수를 써서든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다. 그 무슨 수는 과연 무엇일까. 맞춤형 광고의 작동원리부터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맞춤형 광고의 작동원리 


앞서 살펴본 맞춤형 광고가 작동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쿠키'와 '광고 ID' 때문이다. '쿠키'는 우리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자동으로 생성되는 작은 데이터 파일을 말한다. 흥미롭게도 쿠키라는 이름은 과자 부스러기에서 유래했다. 마치 쿠키를 먹으며 걸어가면 부스러기가 떨어지듯 우리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남기는 디지털 흔적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쿠키는 무엇을 기록할까? 우리가 검색한 내용, 클릭한 상품,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 심지어 로그인 정보까지 모두 쿠키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아이폰 케이스를 검색하고 몇 개의 제품을 클릭해 살펴보았다면, 이 모든 행동이 쿠키에 기록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바일 앱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이 사용된다. 바로 '광고 ID'라는 식별 번호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IDFA(Identifier for Advertisers),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ADID(Android Advertising ID)가 각각의 스마트폰에 부여되는데. 이는 마치 모바일 기기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가령 내가 모바일 쇼핑앱에서 러닝화를 검색했다면, 이 정보는 나의 광고 ID와 함께 기록된다. 이후 다른 앱을 사용할 때도 이 광고 ID를 통해 나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관련 광고를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쿠키'든 '광고 ID'든 우리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고, 무엇을 클릭했고, 어떤 것에 관심을 보였는지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지금까지 이런 정보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상태로 메타 플랫폼 같은 광고주나 광고회사에 제공(판매) 되어왔다. "앗, 그럼 제 행동이 전부 다 광고회사에 팔린다고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의 정보는 '익명화'되어 전달된다. 쉽게 말해, 광고주는 '어떤 사람이 아이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김희민인지 팜하니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마치 가면무도회에서 누군가의 춤추는 모습은 보이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광고 ID를 개인정보로 보긴 어렵다.



게다가 광고 ID는 언제든 사용자가 원할 때마다 초기화할 수 있다. 어제까지 A12345라는 번호로 활동하던 사람이 오늘 부터는 B54321 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래 순서대로 따라 해 보면, 내 스마트폰의 광고 ID를 지금 바로 바꿀 수 있다. 

* 내 모바일 기기의 광고 ID 확인하고 재설정해 보기
  - (안드로이드 단말) 설정 >> Google >> 모든 서비스 >> 광고 >> ‘이기기의 광고 ID’ 


따라서 엄밀히 말해 광고 ID는 개인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나는 비록 광고 ID라는 가면 뒤에 있지만, 마치 누군가 뒤에서 가면 쓴 내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든달까. 그렇게 생각하면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게다가 행동패턴을 통해 인종이나 성적취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가면은 쓰고 있지만 내 취향은 소중하니까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정서적 반감이 커질수록, 개인정보 보호는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유럽의 GDPR이나 캘리포니아의 CCPA 같은 엄격한 법률들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기업들은 "저희는 개인정보를 안 봐요!"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진것 같다. 더 투명하고, 더 안전하고,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전 아닐까. 우리는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도 지키고 싶어하니까. 마치 케이크를 먹으면서 살은 안 찌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미묘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아래 사례를 보자.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나



"우리는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킵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애플이었다. 애플은 2020년 3월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쿠키 사용을 차단하더니, 2021년 4월에는 iOS 앱에서의 추적까지 막아버렸다. 마치 디지털 세상의 프라이버시 보안관이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러한 조치로 애플은 유저의 동의 없이 웹과 앱의 활동기록을 3자가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애플이 그토록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며, ‘개인정보보호 광고’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제삼자가 당신을 몰래 엿보는 것? 우리가 절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 참고: 애플 호주 - Privacy on iPhone 편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24년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쿠키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렇게 안드로이드의 변화가 시작됐다. 기존의 애드 ID는 이제 안녕이다. 대신 구글에서는 '토픽 API'라는 새로운 개념을 가져왔다. 이건 사용자의 관심사를 350개의 주제로 분류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유저의 모든 활동 정보가 구글의 중앙 서버로 모여서 분석되었다. 물론 개인정보는 제외했다지만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다 보면 개인이 특정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토픽 API는 다르다. 모든 분석이 유저의 기기 안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유저의 스마트폰이나 PC에 탑재된 AI가 관심사를 파악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마치 당신만의 개인 비서가 있어서, 외부에 당신의 취향만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셈이다.


* 참고: 구글의 토픽 API https://www.youtube.com/watch?v=I9jzqbdxAdk


일각에서는 과연 이 새로운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동시에 정확한 광고를 보여준다는 건, 케이크를 먹으면서 다이어트하겠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일 테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디지털 세상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우리는 당신의 데이터가 필요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대신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묻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런데 한 가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쿠키나 광고 ID 없이도 고객에게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비결은 바로 '로그인'이다. 당신이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한 상태라면? 그들은 이미 당신의 디지털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크롬에 로그인한 채로 "오늘 저녁 뭐 먹지?"라고 검색했다면, 구글은 당신이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안다. 유튜브에서 뉴진스 신곡을 3분 보다가 껐다면? 당신이 뉴진스에 약간의 관심이 있지만, 그렇게 열성팬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심지어 당신이 주로 어느 동네에서 검색하는지, 몇 살인지,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 


그럼 쿠키는 누가 사용하는 걸까. 대표적인 게 메타(구 페이스북)다. 메타는 브라우저나 운영체제는 없지만, 엄청난 광고 제국을 만들었다. 바로 쿠키를 활용해서다. 당신이 신발 쇼핑몰을 둘러보다가 인스타그램에 접속했을 때 갑자기 그 신발 광고가 뜨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애플이 "이제 쿠키 못 쓴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알려면 숫자를 보면 된다. Forbes에 따르면,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강화로 메타는 2022년에만 약 100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잃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이제부터 소금 사용 금지!"라고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광고업계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다. 광고업계는 "어떻게 쿠키 없이 맞춤형 광고를 하란 말이냐"며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Financial Times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까지 전통적인 쿠키 기반 광고 시장의 약 40%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광고업계는 "쿠키 없는 디지털 세상"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야 할 때다.




퍼스트 파티(First-Party) 데이터의 중요성 



그러다 보니 각 기업에서는 이제 스스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 같다. 이른바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이유다. 그동안 쿠키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광고를 했다면, 이제는 자사몰을 통해 인입된 고객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앞서 소개한 버거킹처럼 이벤트를 통해 우리 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 데이터를 직접 모아야 하는 것이다. 


직접 퍼스트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고객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튜브 광고를 통해 구글의 DB를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튜브에서는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맞춤형 광고 상품을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으니 원하는 상품을 골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활용하는 건 쉽고 간편 한 방법이며, 방대한 데이터를 즉시 이용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제 기업들은 플랫폼에 좀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는 더 강력해질 수 있다. 프라이버시 강화에 따른 쿠키 사용금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더 공고하게 해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 또한 퍼스트 데이터를 활발하게 확보할 수 있는 주체다. 개인정보가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생긴 반사 이익이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까. 이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결국,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광고 상품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자사몰에 인입된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 마케팅의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생각해 볼거리



지금까지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맞춤형 광고의 비밀을 파헤쳐봤다. 쿠키와 광고 ID라는 디지털 추적자들이 어떻게 우리의 온라인 활동을 분석하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의 바람이 바뀌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거센 바람이 디지털 광고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구글은 이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기존의 광고 ID만큼 효과적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프라이버시 보호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구글이나 메타 같은 거대 플랫폼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수억 명의 로그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굳이 쿠키나 광고 ID 없이도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 점점 더 활용도가 높아지게 될 디지털 광고시장이 과연 위와 같은 예측처럼 흘러갈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그리고 우리 브랜드의 포지션과 전략도 미리 구상해 보면 좋겠다. 



* 마케터를 위한 팁 

  - 쿠키 리스 시대에 플랫폼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 기업은 플랫폼 의존도 높아질 수밖에 없음

  - 따라서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모으는 '퍼스트 파티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

  - 현실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플랫폼도 활용하되, '퍼스트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게 준비하자






* 글쓴이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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