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인천 - 대망의 첫날

by 베루

11월 1일! 101일간의 성화봉송이 시작되는 날이다. 어떤 이야기를 쓰는 것이 좋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이거다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최대한 내가 겪는 일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쓰기로 했다. 그를 위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서 내가 맡은 일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삼성전자가 선발, 초청한 성화봉송 주자들을 관리”하는 것.


주자 집결지 내 삼성 데스크에서


여기서부터 많이들 의문을 가질 것이다. 왜 삼성전자가 성화봉송 주자를 뽑는가. 성화봉송에는 3개의 프리젠팅 파트너가 있다. 코카콜라, 삼성전자, KT. 그리고 이 프리젠팅 파트너들과 조직위가 각자 기준에 맞춰 주자를 선발한다. 총 7,500명의 주자 중 삼성전자는 1,500여명의 주자를 선발했고 성화봉송 기간 동안 매일 수십 명의 주자들을 맞이하고 지원한다. 갤럭시 S8을 구매하고 성화봉송 주자가 되는 행운을 잡은 소비자, 주자 모집에 응모해 선발된 사람들, 삼성의 전세계 법인에서 초대한 거래선, 삼성 스포츠단 선수들, 삼성이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혜자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주자를 초청했다.


주자를 초청하면 끝이 아니다. 조직위의 최종 선발 과정을 거쳐 주자 한 명 한 명을 슬랏에 배치해야 한다. 주자 한 명당 약 200m를 달리는데, 2018km의 봉송로를 200m씩 쪼개고 하나 하나 사람을 배치한다고 생각해보시라. 그것도 막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을 지나는 슬랏이면 조직위가 지자체 관계자들을 뛸 수 있게 하고 싶어하고, 디지털 프라자를 지나는 경로라면 삼성이 갖고 싶어하고, KT 지점이 있는 곳이면 KT가, 마트나 거래처가 있는 곳일 경우 코카콜라가 선점하고 싶어하니 어떤 슬랏을 어떤 주체가 가져갈 것인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슬랏에 주자를 배치하고 난 뒤에는, 주자들에게 순차적으로 연락을 해야 한다. 조직위에서 진행하는 기본적인 연락 외에, 프리젠팅 파트너는 친절한(?) 연락을 추가 진행한다. 봉송 이틀 전, 하루 전, 당일 집결 시간 전, 문자 및 전화를 돌리고 주자들로부터 오는 연락에도 응대를 한다.

봉송 당일 교육 받는 주자들


봉송 당일 주자가 오면 끝이냐 하면, 역시나 아니다. 조직위의 당일 등록 프로세스를 밟게 하고, 주자 유니폼 환복, 주자 교육을 거쳐 주자 셔틀 버스를 태워 봉송로에 보낸다. 봉송을 마치면 다시 셔틀 버스에 태워 집결했던 곳으로 복귀하게 한 후 조직위의 주자 확인증 증정과 기념 촬영 등을 거쳐야 모든 활동이 끝나게 된다. 물론 매끄럽게 진행이 됐을 때 말이다.



일 소개는 여기까지로 하고!


대망의 첫날, 피겨 유망주 '유영'이 한국에서의 첫번째 주자를 맡아 달렸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프리젠팅 파트너 스탭들끼리 "와, 이제 7,499명 남았다!"며 깔깔댔다. 그 뒤를 이어 유재석을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과 가수 수지가 일반인들과 번갈아가며 뛰었다. 아쉽게도(?) 연예인 주자들은 삼성이 초청한 주자가 아니었기에 말을 섞어보진 못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너무 없어보이나? 게다가 파란 잠바를 입고 있어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뛰어나가서 악수를 하고 싶었지만 점잖게 데스크에 앉아 두 팔을 흔들며 인사만 했다. 인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눈을 맞춰가며 인사해준 유재석씨... 어제부로 팬 한 명 더 늘리셨어요 (ㅋㅋ).

1번 주자 유영과 2번 주자 유재석


첫날의 삼성 주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상화였다. 봉송을 잠시 멈추고 진행하는 행사인 플레임 스탑 진행을 위해 또 한 번 아쉽게도 이상화는 내가 있던 주자 집결지에 들르지 않았다. 평창에서 한 번 만나길 기원합니다~

갤럭시 노트8으로 셀카 찍는 이상화


삼성의 소비자 주자들은 중학생부터 내 또래, 그리고 아버지 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자는 아주 좋은 덩치에 여느 고등학생처럼 검정 뿔테 안경을 쓴 고등학생이었다. 이 친구가 주자 집결지에 올 때부터 동행한 부모님이 한숨을 쉬며 말씀하시길 '아휴~ 고3인데 이러고 있어요... 절대로 안 갈 수가 없다나...' 수능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볼 수 있지만 (악담인가? 호호) 성화봉송은 일생에 한 번 오기도 힘든 기회이니 성화봉송을 택한 그 친구에게 마음이 더 가긴 하지만, 부모님 심정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기념 촬영 서비스를 할 때, 수능 대박나라고 외쳐줬다.

사진은 다른 학생들


주자들과 동행한 가족, 친구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커피를 사주고 간 주자 어머니와 여동생. 성화봉송 주자에게는 성화봉 구매 권리가 주어지는데 - 그렇다. 성화봉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만 준다. 가격은 50만원 - 일부 삼성 주자들에게는 삼성이 성화봉을 구매해 깜짝 선물로 준다. 앗, 아직 안 뛴 주자들이 알면 안되는데. 아무튼 주자가 집결지로 복귀하기 전, 먼저 복귀한 어머니와 여동생이 심심해보여 말을 걸면서, '언니한텐 말씀하시지 마세요!' 하고 성화봉 선물 얘기를 했다. 소녀처럼 기뻐하시더니 잠시 안 보이다 저 멀리서 커피를 두손 가득 들고와 우리 스탭들에게 나눠주셨다. 복귀한 주자도 성화봉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나서 무지 기뻐해 나도 기분이 좋았다.

파란 리본으로 장식한 성화봉 케이스


마지막 주자 그룹이 집결지로 돌아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성화봉을 증정하고 급히 짐을 싸 인천공항으로 갔다. 조직위에서 마련한 전세기로 다음 봉송지인 제주도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전세기를 처음 타보는 나는 그만 전세기와 전용기를 헷갈려서, 007에서나 보던 바처럼 생긴 비행기 내부를 기대했다가 대한항공 한 편을 성화봉송 관계자들만 타고 갈 수 있게 빌린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실망했다. 전세기는 비행기를 전세냈다는 뜻이고 인천공항에서 국내선 탑승구는 도착장인 1층의 맨 동편이고 면세점은 없다는 것을 알아두십쇼, 여러분!!

요렇게 고이 제주에 온 성화 애기불씨들


제주에 내려 숙소인 함덕 대명리조트에 도착하니 거의 12시. 정신없이 흘러간 첫날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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