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부산 1일차 - 스포츠의 날

by 베루

사하구청에 부산 첫번째 주자 집결지를 열면서 부산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스포츠 선수들이 여럿 출동하는 날이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 기적의 사나이 신영록, 추추트레인 추신수, 크로스컨트리의 희망 김마그너스까지!


오전 11시경 신영록이 주자 집결지에 도착했다. 신영록은 영록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프로 축구 선수였는데, 경기 중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가 수십일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난 사람이다. 깨어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약간의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도 있는 상태이고, 선수 생활은 어쩔 수 없이 끝났지만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차두리가 신영록과 꼭 같이 뛰고 싶다고 해서 둘이 팀 주자로 뛰게 되었다고 한다. 집결지를 지키며 둘이 봉송 하는 모습을 유투브 생중계로 보았는데 감동이었다. 굳은 의지로 재활에 힘쓴 신영록도 멋지고, 후배를 챙기는 차두리도 정말 멋지다.

신영록x차두리


같은 구간 내 마지막 주자는 추신수였다. 체격 좋고 얼굴이 뽀얀 남자가 성큼 성큼 걸어 들어와 눈에 띄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추신수였다. 나의 행동을 제한하는 (ㅠㅠ) 파란 잠바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탈의실 앞에서 한동안 서있었는데, 별도 주자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해서 같이 사진을 찍는 건 포기했다. 그래도 인사는 했다! 우리 스탭들 여럿이 나처럼 추신수를 졸졸 따라다녀서, 아마 '저 파란 잠바들은 왜 자꾸 따라다니는거야'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크하. 좋아서요!

사하구청에 마련된 주자 집결지


오후에는 삼성의 소비자 주자들이 여럿 뛰었다. 주자 집결지에 도착해서 봉송로로 이동하는 셔틀을 타기까지는 얼음 공주, 얼음 왕자 같았던 사람들도 성화봉송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처럼 풀어지곤 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정장을 입고 와 더욱 고상해보이던 부산빙상연맹 회장님도 봉송 후 돌아와서는 마치 소녀처럼 신나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고, 수원에서 왔다는 굳은 표정의 임직원 지원자도 봉송로에서 돌아온 후에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일생 일대의 경험이긴 한가 보다.

다녀와서 신난 주자들


스포츠 스타들 외에도 오늘 주자 중에는 스포츠인들이 많았다. 주자 등록 시에는 그냥 중년 여성인줄 알았는데 봉송로에 나가보니 부산의 모 탁구장 관장님이었던 분! 지인들이 'ㅇㅇㅇ관장님의 성화봉송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준비해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서대 미식축구부 블루돌핀스 선수도 참여했다. 등록을 받는데 가슴팍에 익숙한 헤드기어 문양이 새겨진 잠바를 입고 있길래 미식축구부냐고 물어봤더니 맞단다. "저도 대학 때 미식축구부였어요. 반가워요!" 하고 인사를 했다. 봉송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내게 몇 년도에 활동했냐고 묻길래 06학번이라서 2006년부터 2009~2010년까지 했다고 답했더니 식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대선배라고 하는거다. 내가 대선배뻘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며 몇 학번이냐고 물으니 15학번이란다. 그럼 이 친구가 나를 보면 내가 97학번을 보는 느낌이겠군... 내가 언제 이렇게 된거지?!

부산 응원 알바 친구들과 돌핀스 선수


주자 등록 지원을 마치고는 봉송로에 나갔다. 김마그너스가 특별한 봉송에 나선 영도대교 구간을 제외하고는 오늘의 마지막 구간인 부산 공동어시장 근처. 오늘도 역시 빈 슬랏이 생겨버려 우리 스탭 중 한 명이 주자로 나섰다. 101일간 나와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 룸메이기도 한 스탭! 늘 유쾌한 웃음소리와 에너지 넘치는 태도로 우리 주자 운영팀에 힘을 불어 넣는 친구다. 고마운 마음에 나도 열심히 응원했는데 역시나 응원 소리보다 이 친구의 목소리가 더 컸다. 푸하하

성화봉송 슬랏 대기 중인 룸메와


활기찬 에너지와 행렬의 흥겨움 때문인지 어떤 시민들은 이 친구가 유명인인줄 알았나보다. 한 아이 어머니가 누구냐고 묻길래 일반인 주자라고 했더니 옆에서 유치원생 아들이 "나도 할래!!!!!"라며 발을 구르고 땡깡을 부렸다. 너무 웃겨서 막 웃다가 간단하게 마무리해줬다. "다음 올림픽 때 꼭 뛰어!"


오른쪽 아래 미친듯이 신난 나

스포츠만큼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모이게 하고, 맺어주는게 없는 것 같다. 좀 더 멋진 말로 마무리 하고 싶은데 졸려서 오늘은 이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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