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진도 신안 목포를 하루만에 돌던 날, 그런 날이 주자 운영팀에겐 최악이라고 쓴 기억이 있는데 오늘같은 날도 그날 못지 않게 운 나쁜 날이다. 매 구간마다 우리 주자들이 3~4명씩 있었다. 그말인즉슨 1시간에 한번씩 주자를 맞이하고, 보내고, 봉송하고 돌아오는 주자들을 또 한 번 맞이하고, 다시 귀가 시키고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 쉴 틈이 없어! 쉴 틈이 없어!
대전은 사흘동안 CP가 같은 곳이다. 바로 대전월드컵경기장. 선수 출입구 바로 앞에 데스크를 차렸는데 너무 추워서 흰 패딩을 또 꺼내 입었다. 하얀 패딩은 따뜻하긴 한데 금방 더러워져서 자꾸만 아끼게 된다.
첫 구간 주자들의 등록이 모두 끝나고, 주자 교육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본인의 예닐곱살 된 손녀를 다짜고짜 나보고 안으라고 하셨다. 잉? “네? 제가요?” 했더니 안고 사진 찍자고. 일종의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지금 할 소리는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남의 애를 내가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고객(?)이 요청하니 애를 안긴 안았는데 왜 그렇게 안냐고 잘 안아보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한숨 ㅠㅠ 옆에 있던 팀원이 대신 애를 들쳐 안고 사진을 찍었다. 흥분된 마음은 이해하지만 다짜고짜 안으라고 그것도 잘 안으라고 하면 난 싫은데. 아기도 아니고 어린이를.
시간이 흐르고, 다음 구간 주자 등록까지 마치고 CP를 돌아다니다보니 2층 관중석으로 나가는 문이 열려있었다. 마침 혼자 온 어떤 주자도 사진을 찍고 싶어해 찍어주고 그 주자가 내 사진도 찍어줬다.
대전이다!
주자로 달린 사람들은 물론 거리에서 성화봉송 행렬을 마주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성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성화봉송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 #삼성성화봉송 #DoWhatYouCant 해시태그를 쓰면 추첨을 통해 올림픽 경기 티켓을 준다. #삼성성화봉송 을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 사진들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일생 일대의 경험을 하고 돌아간 주자들이 기쁨에 차서 올린 포스트들, 회사 앞에서 혹은 집 근처에서 우연히 성화봉송 행렬을 마주쳤다는 사람들의 포스트들. 무엇보다 재밌게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주자 응원을 나갔을 때 주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주자가 올린 경우다.
짤줍 1
짤줍 2 - 남의 가족 사진 방해하기
짤줍 3 - 내가 쓴 응원문구와 함께
짤줍 4 - 연신 손을 흔든다
짤줍 5 - 급히 찍을 때도 안경 올리긴 포기 못해
숙소에 복귀해서는 룸메와 무한도전 다시보기를 보며 흠씬 웃었다. 아, 밤마다 숙소에서 책도 보고 팩도 하고 수다도 떨지만 어제는 개인 교습(?!)을 받았다. 내 룸메는 캘리그라피를 하시는 분인데 우리 방에서 - 우리 방은 우리 둘이 쓴다 ㅋㅋ -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클래스를 열었다. 머릿속에서 나는 쓱쓱 예쁜 글씨를 쓰고 있는데 현실은... 한 20번 넘게 연습하고 완성한 작품은 아래
다음주에 동생 만나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