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지 일주일만에 맞는 봉송 휴무일! 사실 출장 오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휴무일마다 서울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헛된 꿈에 불과했다. 너무 남부로 내려와있어 하루만에 다녀오기 힘든 경우도 있고, 휴일에도 회의나 데이터 작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게다가 이번 휴일에는 오전에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휴일의 반은 일단 날아간다고 보면 됐다.
게다가 어젯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목이 뻐근해지면서 칼칼해졌다. 왔구나, 감기야! 나는 일년에 한 번 정도 감기를 심하게 앓는데 아마도 스탭 사이에서 돌고 있는 감기에 나도 영락없이 당했구나 싶었다. 긴 팔, 긴 바지에 후리스까지 껴입고 잠을 청했는데도 아침에 몸 상태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휴일이라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호텔 근처 약국을 갈까 하다가 울산에 가서 이비인후과에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부산에서 울산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9월 출장 이후로 팀 내에서 나는 잠 많은 사람으로 각인이 됐다. 앉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서 어쩔 수가 없다. 이번에는 일부러 눈을 감고 잠을 잤다. 보통 때였으면 아마 병원도 안 가고 약도 안 먹었을 것이다. 나는 작은 병에 약을 먹다 버릇 하면 나중에 큰 병에 걸렸을 때 약발이 안 들을 수도 있다는 괜한 걱정을 안고 있어서, 아플 땐 밥을 최대한 많이 먹고 잠을 많이 잔다. 출장 중이라 얼른 병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잠도 많이 자야 금방 나을 거란 생각에 쿨쿨 잘도 잤다. 눈을 떠보니 울산 숙소인 롯데시티호텔에 도착해있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좀 남아 일단 프론트에 가서 이비인후과가 어디있는지 물었다. 롯데시티호텔은 울산의 번화가에 있어서 병원이 근처에 많단다. 현대백화점 맞은편의 이비인후과를 추천 받아서 5분 정도 걸어갔다. 오래 한 자리에 있었던 분위기의 병원으로, 지긋해보이는 원장님이 목과 코에 약을 콕콕 쏴줬다. 쉬라는데 내 자신에게 조금 실망했다. 나는 체력짱인데 왜 성화봉송 일주일만에 쉬란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못 쉬는 상황이고 빨리 나아야 한다고 했더니 주사를 맞고 가래서 주사 한 방 맞고 약을 타서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캐리어 하차 작업이 한창이었다. 성화봉송 행렬과 전 구간을 함께 다니는 스탭들의 짐은 한 트럭으로 옮겨진다. 체크아웃 하는 날 데스크에 캐리어를 맡기면, 담당 파트에서 차곡차곡 상차하고, 다음 도시 숙소까지 안전하게 옮겨준다. 빈틈없이 쌓인 캐리어들도 장관이다.
남색 삼성, 빨간색 코카콜라, 민트색 KT
이것저것 업무도 보고 룸메와 호텔 근처에 나가 차 한 잔 마시고나니 하루가 다 갔다. 다음 휴무일은 열흘 뒤인 수능일이다. 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