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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Aug 26. 2023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1

 극 I 인 예쁘장한 아이

 극 I 인 예쁘장한 아이


싱그러운 여름.


여의도에 사는 민정을 만나러 가는 차 안. 창문 너머 한강공원은 초록을 입었다.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은 구름 한두 점만 봉긋 피었다.


두 살 언니인 민정은 벌써 20년 지기 친구다. 20살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한 영어캠프 ‘스웰’에서 만난 우리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 함께 했던 한 달.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던 밤들이었다.


‘커피 맛집’으로 유명한 콘랜드 호텔 로비층에 있는 카페 ‘10g’에서 만나기로 했다. 의자에 앉아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는 민정. 작년 가을에 봤으니까 벌써 두 계절이 흘렀다.


“언니! 여전히 예쁘네”


총총걸음으로 달려온 동생을 보고 너그럽게 안아준다.


“너도 마냥 귀여워”


맑은 미모만큼 달콤하게 건네는 말들도 고운 언니다. 시시콜콜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중 민정의 아이폰이 울렸다.


가벼운 눈짓으로 미소를 짓는 언니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기다란 빨대가 꽂힌 아이스 아메카노를 쪽쪽 빨며 테이블에 턱을 괴고 덩그러니 언니 바라기.


“둘이 만났어? 그럼 콘랜드 호텔로 올래? 그래.”


짧은 통화를 끝낸 언니는 남희가 새로운 친구가 이곳으로 올 거라고 말했다. 남희는 언니가 십 대 때 미술학원에서 만난 친해진 동갑내기로, 발랄하고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는 감성을 가진 언니다.


‘새로운 인연’은 언제나 환영하는 극 E인 내겐 새 친구는 늘 설렌다. 두 사람이 오기 전에 민정이 친절하게 브리핑해 줬다.


“화영이랑은 이십 년 넘은 사이야. 오래전부터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얘가 낯을 많이 가려. 근데 술을 너만큼 좋아해”


오호. 솔깃했다. 술 1잔 못하는 민정에게 주당 친구가 있어서 놀랍고 반가웠다. 신기하게 매년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데 화영이 ‘올해의 귀인’이 될 것 같아 두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렸다.


“애들아~우리 왔어!”


호텔 출입구에서부터 두 손을 흔들며 소란스럽게 등장하는 발랄 남희. 저만치 세 걸음 뒤따라 걸어오는 화영은 조용하고 조심스러웠다.


하얗고 맑은 피부. 예쁘장한 눈 코 입.


지나가던 유명한 방송국 예능 피디가 연예인이냐며 말 걸었을 정도로 잘생겼다. 말이 없다. 언니들 사이에서 한 번씩 미소만 머금다, 내 시선이 느껴지면 애써 피했다.


극 I인 아이 류화영.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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