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맥켈란 Aug 26. 2023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3

우리 왜 이제 만난 거야?

우리 왜 이제 만난 거야?


아파트 거실 창에서 보이는 여의도 한강은 붉은빛이 돌았다. 6월 초여름이라 앞뒤로 창문만 열어놔도 포근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먹고 싶은 거 있어? 뭐 시켜줄까?”


민정이 아이폰에 깔린 배달 어플을 보며 물었다. 하교 후 가득 놀러 온 이모들을 보고 잔뜩 신이 난 민우가 ”짜장면! “이라고 외치며 메뉴를 정해버렸다.


민우를 안고 있던 화영이 거들었다.


“여의도 백화점 근처에 중국집 맛집 거기서 시키자. 탕수육이랑 깐풍기도 맛있잖아. 근데 술도 배달되나? 요리에는 연태고량주인데…”


주당 맞다. 기름진 중식에는 깔끔하고 독한 백주가 어울린다.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통화한 화영의 표정이 아쉽다.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사 올게! 세병이면 될까?”


내가 뱉은 시원한 답변에 화영 웃음이 터졌다. 극 I인 화영이 같이 동행하자며 내 팔짱을 끼고 흔들었다. 낯선 언니를 경계했던 화영의 벽이 무너졌던 찰나였다. 덩달아 기분이 좀 좋았던 기억이다.


우리는 아파트 입구 바로 옆 상가 2층에 있는 중국집에 올라갔다. 아직 오후 6시 전이라 홀은 텅 비어있었다. 우리를 본 사장님이 리모컨으로 보던 TV를 끄며 반겼다.


“술만 팔아요?”


잠깐 당황한 사장님이 메뉴판을 건넸다.


“마트보다 비쌀 텐데…”


살짝 떨떠름해했다.


“괜찮아요. 연태고량주 대자 2병 주세요”


어느새 우리는 연태고량주 한 병씩 한 손에 들고 남은 두 손을 맞잡고 걸었다. 술친구가 생겨서 마음이 뜬 걸까. 화영은 커다랗고 동그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우리 왜 이제 만난 거야?”


2016년 6월 17일이었다.

이전 04화 [단편소설] 화영의 배신-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