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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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는 천재지변이 자기 잘못인 것처럼 수없이 양해를 구한다.
서로가 무안한 그 시간.
퍼 자느라 퉁퉁 부은 눈으로 창문을 바라보니
꾸정한 강물이 다리 밑을 넘실
중간에 잡초 한 뭉텅이가 섬처럼 둥둥
흙탕물에 넘칠대는 머릿속의 불순물들은 나침반이 없다.
그저 두웅둥 부유하며 어딜가오, 어딜 가야 하오를 중얼댄다
주어는 무엇이냐를 되묻는 사이
스크린 속 너머 액정에 물이 씻겨내 버린 목숨 여럿이 떠있다.
산사태 때문에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온 어르신과 아내분이, 흙에 파묻혔다.
디지털로 표현된 그분들의 죽음의 모양새는 명조체.
그저 내 코와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숨으로
이진법의 비극이 내 폐와 가슴 한편에 들어왔다 나간다
그분들의 비극의 유효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에게나 너에게나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핸드폰과 두 눈을 꺼버리고
세상이 어지럽다는 문장을 곱씹는 것뿐.
그대들은 어딜가오, 나는 어딜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