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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촌네글다방 Jan 23. 2024

적막

현재 시간은 저녁 11시.

주위는 샤워 후 물기를 머금고 축 늘어진 내 머리카락처럼 어둡다.

지금 내가 우두커니 앉아있는 지름 약 40센티 정도의 의자 하곤

셀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거리에

달이 한 명, 묵직하게 날 지켜본다.

검댕한 숯불 끝에서 화르르 미동하는 불 한 움큼처럼

묘하게 나의 시선을 잡아두는 힘이 있는 존재.


이 고요한 어둠은 왜 의미가 있을까.


그건 내일 맞이할 그 사람

태양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달이 나지막이 내 눈썹에 속삭이기 때문이다.

햇빛이 가져오는 그 하얀 광채는

생명을 눈 뜨게 하고

내가 곱씹으며 사색할 존재들과

콧등을 스쳐 지나갈 인생의 1초를 억 겹으로 쌓아

기묘한 형체를 가진, 나만이 감상할 수 있는 석탑을 비춰주겠지.

그래서 수천 시간을 맞이했고, 맞이하고, 맞이할

멈춰버린 불꽃과 같은 이 시간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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